제1장 생각 감옥
인생의 쓰나미를 맞은 게 서른 살. 빈털터리가 되었고, 두 아이를 부양해야 할 이혼녀가 되었습니다. 비교적 자유로웠던 대학시절을 제외하곤 여전히 자존감이 낮았던 나는 무서웠던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는 게 목표였습니다. 결혼이 그 목표를 이루어줄 거라고 믿었어요.
그러나 결혼은 실패했고, 인생의 암흑기가 시작됐습니다. 인생의 실패자라는 낙인에 깊은 우울증에 빠졌어요.
‘이게 다 남자를 잘못 만나서야.’
‘아버지랑 사이만 좋았어도 도망치듯 결혼하지 않았어.’
‘아니야,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바보 같아서 그래.’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해? 내가 뭘 잘못했는데!’
수도 없이 자책과 분노에 휩싸였고, 그러고 나면 다시 슬픔 속에 갇혔습니다. 지독한 패배의식은 나를 더욱 깊은 생각의 감옥으로 밀어 넣었어요.
한 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는 생각의 감옥. 나는 용서받지 못할 죄인이었습니다.
나를 아는 사람들 외엔 절대 이혼녀라는 걸 밝히지 않았어요. 이혼녀가 흔치 않은 시절이기도 했지만, 그 편견을 견디지 못한 건 나 자신이었습니다. 내가 이혼녀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부잣집에 시집 가 사업을 하는 남편 덕에 부자로 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사업실패로 집은 빨간딱지가 붙었고, 아이 둘만 데리고 서울에 사는 친정에 다니러 왔던 나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아이 둘 데리고 반지하방에 사는 빈털터리 이혼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습니다. 당당하려고 애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어요. 먹고살아야 했고,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새가 없었습니다.
‘난 엄마로서 자격이 없어.’
‘애들은 무슨 죄야. 나 같은 엄마한테서 태어난 게 불행이지.’
‘난 무책임한 엄마야.’
밤늦게 지쳐서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은 씻지도 못한 채 꼬질꼬질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방치했다는 생각에 너무 괴로웠어요. 너무 피곤한데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내일 하루는 또 어떻게 살지?’
‘내 삶에도 희망이 있을까?’
해가 갈수록 절망도 커졌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전남편에 대한 비난도, 날 불쌍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더 이상 의미 없었습니다. 내가 인생의 실패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으니까요.
나는 철저히 혼자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