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생각 감옥
불면증은 나를 더욱 괴롭혔습니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또렷했습니다. 잠을 자려고 들면 들수록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느낌이었어요.
창고처럼 쓰던 작은방으로 와 아이들이 깰까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초라한 내 모습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낮에 나보다 더 볼품없는 여자가 제 차를 몰고 가는 걸 보거나 일하는 가게에서 하대하며 깔보는 손님을 대한 날은 자존심이 상해 견딜 수 없었습니다.
‘내 인생이 어쩌다 이 꼴이 됐을까.’
대학시절만 해도 반짝반짝 빛나던 나는 결혼이라는 감옥에서 이혼이라는 지옥으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 세상이 감옥이고 지옥이야!’
잠을 이룰 수 없는 밤. 낮에 있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리며 ‘내가 그때 왜 그랬지?’로 시작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유를 갖다 붙였습니다. 길고 긴 꼬리 끝에는 항상 ‘나 때문에.’가 있었습니다.
‘내가 손님한테 예쁘게 말을 잘했더라면, 모욕도 당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남자 보는 눈만 제대로 박혔어도 그깟 차 정도는 몰고 다녔을 텐데.’
‘내가 돈 버는 재주가 있었더라면 이 고생은 안 해도 될 텐데.’
못난 나를 책망하고 후회하면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다음날이 되면 삶의 희망을 놓은 얼굴로 하루를 또 무의미하게 보냈습니다.
의미 없는 하루하루가 쌓이자 돈이 떨어졌고, 쌀이 떨어졌습니다. 세금이 밀려 전기와 도시가스가 끊어지기 일보직전이었지요.
온 집안을 뒤졌지만 10원 하나 나오지 않았어요. 냉장고에는 먹을 게 없어 텅텅 비었고, 쌀은 바닥 나 밥을 지을 수도 없었어요. 당장 저녁에 먹을 끼니가 없자 비참함에 주방에 주저앉아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그때 여섯 살짜리 딸아이가 뛰어 들어오더니 “엄마!” 하며 나를 부릅니다.
“엄마, 이거.”
조막 만 한 아이의 손으로 내민 것은 꼬깃꼬깃 구겨진 만 원 한 장이었어요.
“놀이터에서 주웠어. 나 또 놀다 올게.”
아이가 뛰어나간 후 구둣자국이 선명하게 찍힌 돈을 보자 또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만 원으로 제일 작은 쌀을 샀습니다.
그날 저녁, 신김치 하나로 갓 지은 밥을 먹는 아이들을 보며 목이 메어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여전히 생각 속에 파묻혀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어요. 무기력했고, 우울했습니다.
“볼 때마다 얼굴이 어두워요.”
사람들이 나를 보면 하는 말이었어요.
“무서워서 말도 못 붙이겠어요.”
그게 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