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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Oct 24. 2022

생각의 끝자락엔 죽음이 있다.

제1장 생각 감옥

우울의 늪에 빠져 죽고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죽고자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자 다른 생각은 일체 할 수 없었지요.

가까이 친정식구들이 살았고, 교회에 다녔지만,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고, 문자나 전화 오는 게 싫어 핸드폰도 끊었습니다.

낮에 길을 걸을 때도 깜깜한 밤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땅을 디디는 발바닥의 느낌이 없이 허공을 걷는 것처럼 불안했습니다.

“잘 될 거예요.”

“어려움은 지나가게 되어 있어요.”

그 또한 지나가리라, 와 같은 관념적인 말은 내게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허황되게 들렸습니다.


우울감이 극에 달하던 어느 날, 회사에서 나와 하염없이 길을 걸었습니다. 그때에도 ‘어떻게든 살아야 해.’라는 말은 애초에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나는 ‘죽음’에 집착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지?’

‘죽는 방법엔 뭐가 있지?’

‘언제 죽는 게 제일 좋을까?’

‘내가 죽고 나면 애들은 어떻게 될까?’

약을 먹을까, 손목을 그을까, 목을 맬까…… 고민했습니다. 죽고 나면 이 고통이 끝나겠지 하는 생각만큼은 굳건했어요.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렸을 때 시간이 꽤 지났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점심시간이었고, 답답한 마음에 잠깐 산책이나 하자고 나온 것이 생각에 빠져 현실감을 잊은 겁니다.


이 지경이 되자 회사에 다니는 것도 무의미했습니다. 이 상태로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엄마가 될 수 없었어요. 망가진 나의 모습을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동정하고 걱정하는 것도 견딜 수 없이 싫었습니다.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 바에야 죽는 게 나았습니다.

‘여기서 끝내자.’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도로 쪽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쌩쌩 달려오는 차들을 보면서  트럭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교통사고로 구가 되는  원치 않았어요. 그냥  자리에서 즉사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커다란 덤프트럭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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