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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Oct 24. 2022

뜻밖의 만남

제1장 생각 감옥

덤프트럭에 치여 죽으려고 도로로 한 발 내딛던 찰나.

누군가 내 턱을 잡아 홱 돌린 것처럼 고개가 상가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눈에 보였던 건 하얀 벽의 내과병원이었어요.

그 사이 덤프트럭이 엄청난 굉음을 내며 내 옆을 지나갔습니다.


나는 무작정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실로 들어가자 머리가 하얀 의사 선생님이 앉아 계셨어요. 나를 보더니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의사 선생님의 물음에 나는 그간 내게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혼하게 된 것부터 아이들 둘을 데리고 살면서 겪은 고충, 그리고 힘들었던 마음까지 전부 털어놓았어요.


의사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내 얘기를 듣고만 계셨습니다. 나를 향한 연민의 눈빛과 가슴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나는 그것이 의사의 사명이라고 느꼈습니다. 환자의 몸만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까지 들어주는 사람. 마치 인생 경험 많은 노인에게 인생의 좌절과 아픔을 겪고 있는 젊은 엄마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상담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 이야기를 듣고 난 의사 선생님은 책상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아는 정신과 의사가 있어요. 소개해 드릴 테니 거기 가 보세요.”

“감사합니다.”

명함을 받아 들고 병원을 나왔어요.

정신과 의사를 찾아갈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미 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가슴이 후련해졌기 때문이지요.


나는 그날 이후에도 삶과 죽음 사이에서 싸우느라 꽤 오래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신 생각하느라 보내는 시간을 소설 쓰는 시간으로 바꿨고, 연재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한두 권 내기 시작하던 게 어느새 전업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가끔 마음이 힘들 때면 그때 만났던 의사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그날 그 의사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요?

아무 죄 없는 덤프트럭 기사는 나 때문에 또 고통을 받았겠지요.

생각에 몰입되면  자체로 감옥이 되기에 타인의 입장은 고려하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입장 밖에는 모르는 완벽한 주관적 상태에 빠집니다.


주관적 상태에서 빠져나올  있었던  소설을 쓰면서부터였습니다. 소설  인물들을 구상하느라 자연스럽게 사람을 관찰하게 되었고 대화를 나눌  있었어요.

소설  인물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감정을 털어냈습니다. 외로움과 슬픔에만 빠져 있던  기쁨과 즐거움도 마음껏 표현하면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과의 소통, 독자와의 소통, 사람들과의 소통. 소통의 고리가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점차 죽음에 대한 생각도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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