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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Oct 25. 2022

생강도라지대추차의 계절이 왔다!

걷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인 부평 종합시장에 다녀온다.

아침 7시쯤 시장에 가면 드문드문 문을 연 가게가 보인다. 시장이 꽤 큰 편이어서 처음엔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더니 매일 가자 시장의 크고 작은 통로들이 눈에 들어온다.

기관지가 약해 겨울이면 편도선이 잘 부어서 올해는 직접 생각도라지대추차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미리 필요한 재료와 만드는 법을 유튜브로 봐 두었다.


열려 있는 가게에 가자 싱싱해 보이는 재료들이 바구니 가득 담겨 있다.

“생강이랑 도라지 주세요.”

아주머니가 비닐에 주섬주섬 도라지를 담는 동안 그 옆에 있는 도라지를 보았다. 뭔가 느낌이 이상해 혹시나 싶어 말했다.

“생강도라지대추차 끓이려구요.”

“아이고, 약도라지 써야 해요. 이건 나물용이라 약 효과가 없어요.”

아! 약도라지가 따로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아주머니는 비닐에 담던 도라지를 다시 쏟고는 그 옆에 있던 약도라지를 담기 시작했다.

“그 정도 양이면 생강은 얼마큼 써야 해요?”

유튜브에서 봤던 건 까맣게 잊고 물었더니, 아주머니가 쿨하게 대답한다.

“뭐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채소 가게와 약재 가게를 같이 운영하는지 두 가게가 나란히 붙어 있기에 대추도 샀다.


조청 파는 곳에 갔더니 너무 많은 양만 팔아서 들고 올 수가 없었다.

마침 식자재 마트가 열렸기에 갈색설탕을 사서 집에 돌아왔다.

유튜버 말로는 조청이 없으면 갈색설탕을 넣으라고 했다.

조청이 더 맛있을 거 같아 아쉽긴 하지만, 일단 만들어 보고 맛이 없으면 그때 조청을 더 넣기로 했다.


생강도라지대추청 만들기



그릇에 쏟아놓으니 양이 만만치 않다.

생강은 저것보다 훨씬 많았다는.

도라지와 생강 깔 일이 막막하다.

1. 대추부터 후다닥 씻어 건져놓고, 철수세미로 도라지를 박박 문질러 씻었다.

생강도 조각조각 내서 칼로 긁어놓았다.

재료 손질만 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2. 씻은 생강과 도라지를 채반에 건져 물기를 빼두었다가, 찌기 좋게 총총 썰었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걸 수제로 만들어 먹는 사람들은 얼마나 부지런한 거야?

보통 정성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를 닮아 기관지가 약한 딸한테 먹일 마음과 처음 도전해 보는 수제청 만들기에 짜증이 나기보단 즐거움이 더 컸다. 이때까지는.



3. 도라지 썬 것을 면포에 담아 찐 다음, 식은 후에 꼭꼭 짜 놓는다.

손목 나가는 줄…. -_-

“와아, 이거 두 번은 못 하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다가, 뽀얗게 내려진 도자지물을 보자 신기했다.


4. 도라지 물에다 생강과 무, 배를 넣고 믹서기에 드르륵 갈았다.

그 물을 다시 면포에 담고 꼭꼭 짠다.

“정성이 약이었구먼.”

엄마 손이 약손이란 말은, 모든 애정을 쏟아부은 손의 기운에서 나오는 거였다.



5. 그 물에다가 대추와 갈색설탕을 넣고 푹푹 끓인다.

팔팔 끓으면 불을 낮춰 대추가 완전히 무를 때까지 끓인다.

탈 수 있으니 가끔 저어주어야 한다.

압력밥솥으로 하면 더 편하겠지만, 그냥 도라지 쪘던 냄비로 했다.


6. 설탕 양은 간을 보면서 대충 맞췄다.

너무 많이 넣으면 설탕물이 될까 봐 적당히 넣고, 나중에 차로 마실 때 꿀을 타기로 했다.

설탕을 많이 안 넣어서 달지 않아 조청을 안 산 게 아쉽다.


7. 대추가 무를 정도로 끓여졌다면, 채반에 놓고 으깨듯 물만 내린다.

대추 으깨는데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린 듯. ㅠㅠ

재료 그대로 잘게 썰어서 만들기도 하는데, 그렇게 먹으면 차만 마시고 건더기는 버리는 편이라 청으로 만들었더니 시간과 정성이 몇 배는 더 들어간다.

내린 물보다 남은 건더기가 너무 많아 아깝기도 하다.

다음엔 그냥 채 썰어서 담글까 보다.



8. 뜨거운 물로 씻은 병에다가 완성된 청을 담았다.

병 하나는 나올 줄 알았더니, 에게~

겨우 반 병이다. -_-;;

뭘 잘못했나? 양이 왜 요만큼이지?

다시 유튜브를 켜서 제대로 했는지 확인했다.

맞는데?

청으로 만들면 원래 양이 적나?


약도라지, 만원.

생강, 만원.

대추, 6천 원.

재료값 2,6000원에다 내 정성 알파가 붙은 생강도라지대추청.

양은 적어도 힘들게 만들어 그런지 뿌듯하다!

생강 맛이 많이 나면 어쩌나 했더니 은은해서 좋다.

파는 것과는 질이 다른 맛이다.

딸도 마셔 보더니 “맛있는데?” 한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코로나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독감 예방주사도 맞을 시기다.

더 추워지기 전에 수제청 만들어 놓으면 건강한 차를 즐길 수 있으니 한 번 도전해 보시길!



자매품, 도라지전


도라지  내리고 남은 건더기가 아까워  할까 고민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채소 넣어 전을 부쳐 먹기로~

양배추, 양파, 청양고추, 스팸에다 도라지 건더기랑 부침가루 넣고 부쳤더니 맛이 제법 괜찮다.

은은한 도라지 맛이 새로웠다.

도라지전은 처음이라 색다른 맛에 그 자리에서 다섯 장을 먹었다.

다이어트하는 사람 맞냐며 후회해도 소용없다.

은근히 땡기는 맛을 어쩌겠는가.

나처럼 버리기 아까운 분들은 도라지전으로 드셔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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