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남편과 혼자 있길 좋아하는 나.
게임을 하거나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남편과 책, 공부,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나.
집밥을 선호하는 남편과 요리를 싫어하는 나.
‘골 때리는 그녀’를 좋아하는 남편과 ‘최강야구’를 좋아하는 나.
우리 부부는 여러모로 반대성향이라 공통분모를 찾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남편을 만나면 하루에 한 번 웃게 만드는 게 나의 미션이다.
나는 잘 웃기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뻘하게 웃긴다.
거의 생활개그라 남편의 웃음보가 터질 땐 어느 부분이 웃긴지 찾을 수도 없다.
난 그냥 하는 말이나 행동인데 남편은 그게 웃긴 거다.
평소엔 안 웃기던 여자가 2% 부족해 보일 때 묘한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예전같았으면 빈틈 보이는 게 싫어 자존심이 상했을 테지만, 이젠 많은 걸 내려놔서 그런지 나로 인해 상대가 웃는 것에 상당히 관대해졌다.
부부로 산다는 건 서로에게 관대해지는 과정이 아닌가 하면서.
서로간에 '웃음'이 들어가면 '관대'요, '웃음'이 빠지면 '포기'가 된다.
어쨌든 미션에 성공하면 “오늘도 한 건 성공!” 하면서 하이파이브로 자축한다.
나는 자연스러운 웃음 유발에 내심 뿌듯해지고,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 때문에 웃을 수 있어서 좋고.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후로 남편은 강아지와 내가 대화하는 것만 봐도 웃긴단다.
강아지와 가장 오래 붙어 있는 사람이 나인지라 의사소통이 제일 잘 된다.
강아지는 자기가 원하는 게 있을 때 조르는 소리도 다양한데, 어쩔 땐 꼭 사람 같아서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의 웃음소리도 커진다.
한창 날이 더웠던 날.
‘두부’가 얼음을 달라고 조르는 모습에 또 빵 터졌다.
며칠 만에 얼음을 준 게 시원하고 맛있었던지 하나 더 달라고 나를 졸라대는 거다.
“얼음 더 줘?” 하고 물으니 냉큼 정수기 밑에 가서 앉는 녀석.
말을 알아듣는 것도 놀라운데 정수기에 가서 기다리는 녀석을 보자 어찌나 웃기던지.
얼음 하나 더 주는 남편은 그저 신기하고 재밌는 표정이었다.
그것뿐 아니라 '두부'가 주는 소소한 기쁨은 남편의 웃음 포인트다.
우리 부부는 '두부' 얘기를 할 때 가장 마음에 잘 맞는다.
이젠 가족이 된 '두부'에 대한 사랑이 그만큼 크다.
성격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지만, 유일한 공통분모가 '두부'인 것이다.
만약 이마저 없었으면 더욱 삭막했을 부부생활. 그 빈틈을 메워주는 '두부'가 있어 고맙다.
주말부부인 우리 부부는 휴가나 여행을 제외하곤 2주에 한 번 정도 만난다.
반찬을 해보내야 해서 남편과 함께 시장을 보는 재미도 있다.
큰 시장이라 물건도 싸고 싱싱한 데다 다양한 먹거리.
매운 어묵이나 호떡도 사먹고. 내가 좋아하는 순대도 사고.
그렇게 왕창 장을 봐서 열 가지 정도의 반찬과 있는 동안 먹을 음식을 하다 보면 이틀은 후딱 지나간다.
반찬도 자주 하다 보니 솜씨가 늘긴 해서 이젠 웬만한 건 다 맛있다.
남편은 장족의 발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틀 내내 밥 하고 반찬 만들고 하느라 녹초가 되긴 해도, 덕분에 나도 주중에 매일 뭘 해먹어야 할까 고민하는 일이 사라져서 좋다.
여름이라 삼계탕이나 냉국수를 해줬더니 무척 좋아한다.
비싼 음식은 아니어도 집에서 정성 들여 해주는 음식만으로 남편을 기분 좋게 만드는 거다.
집에 있는 동안 음식 잘 해서 먹이고 반찬까지 바리바리 싸서 보내놓고 나면 나도 한시름 놓는다.
남편이나 나나 나이가 들어가니 체력은 떨어지고, 보강할 수 있는 건 음식뿐이란 생각에 절로 요리에 관심이 간다.
그렇게나 하기 싫어했던 요리.
남편을 웃게 해주는 방법 중 하나이기에 싫어도 하게 되는 마음.
이게 사랑이 아닐까.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은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웃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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