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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Jul 06. 2020

방치했던 '슬픈 나'를 만나다

내면아이

'슬픈 나'와의 직면



토요일인 어제, 코치 훈련을 받을 때의 일이다.

세션을 맡은 이 트레이너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황만 달랐지 내 이야기를 하는 듯 공감했다.

그분처럼 기쁨을 느끼지 못했던 나를 발견했을 때 선명히 보이는 것은 '슬픈 나'였다.

나는 폭죽이 터질 만큼의 기쁨을 좇느라 그 순간 슬픔에 잠긴 나를 깨닫지 못했다.


그런데 늘 당당하던 내가 아닌 한쪽 구석에 외롭게 앉아 사람들과 섞이는 걸 두려워하고 있는 내 모습과 직면했을 때. 나 자신을 외롭게 방치하고 겉껍데기로 산 내가 너무나 안쓰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30대 초반, 인생의 모진 풍파를 겪고 난 후 강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내가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굳건히 자리 잡았다.

나는 일에만 매달렸고 사람을 멀리했다. 사람들은 내게 피곤한 존재였으며 상담할 때 외엔 불필요했다. 그러면서도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게 인생의 목표라며 그럴싸하게 포장하며 살았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선한 영향력'이란 말이 얼마나 공허한 줄 아세요? 우리에게 중요한 건 그것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입니다."


신 코치님의 한마디에 난데없는 뺨을 맞은 듯했다. 잔잔한 그의 목소리는 태풍처럼 내 가슴을 뒤흔들었다.


"정신 차려! 영양가 없이 말로만 떠들지 말고 지금 당장 네 삶으로 온전히 들어가서 살아."


마치 그렇게 일침을 놓는 듯했다. 나를 일깨워주는 그의 말은, 그동안 숱하게 들어왔던 어느 누구의 말보다 강력했다.



실체적인 삶을 살고자



넘치든 부족하든 자신을 온전히 수용하고, 세상의 어떤 기준이나 이론 따위가 나를 옭아매지 않는 평화롭고 자유한 삶.

인간을 알고자 하는 기술이 아닌, 인간 자체를 아는 삶.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때로는 일치하지 않는 상태를 즐기며, 인생의 답을 주기보다는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삶.

상대가 잘못된 길로 가든 올바른 길로 가든 지금의 모습이 최선이기에 지적이나 비난이 아니라 그 자체를 수용하고 기다려줄 줄 아는 삶.

안다고 해서 혼자 앞으로 나가지도 않고, 뒷전으로 물러나 있지도 않으며,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


그때부터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전부 내려놓았다. 더 이상 공허한 관념을 좇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실체적인 삶, 살아서 역동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리고 비로소 내가 몰라서 방치해두고 있던 '슬픈 나'를 만났다. 슬픔을 억누르고 살아서 마음 놓고 울지 않았던 그때의 나를 대신해 나는 오열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나를 방치했다는 안타까움과 안쓰러움.

나는 사람이 두려워서 동떨어진 채 외로움을 자처했다.


세상은 믿을 수 없는 사람 투성이.

세상은 내게 따뜻하고 포근한 곳이 아닌 생사를 넘나드는 살벌한 전쟁터였다.

새파랗게 물든 하늘을 보면서도 '오늘은 하늘이 맑네' 무미건조한 감상 한마디가 고작, 하늘과 내가 하나가 된 기쁨은 알지 못했다. 변화무쌍한 하늘은 언제 다시 먹구름을 잔뜩 머금고 천둥과 번개로 나를 위협할지 몰랐다.


그래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나, 기계 같은 나를 만들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사람들과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상처받지도 주지도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삶이라 여겼다.


위협과 두려움이 없는 세상 속에서 껍데기로 살아온 나.

그것을 벗어버리자 자유와 해방감이 한꺼번에 내 전신을 휘감았다.

새로 태어난 기분. 진짜의 나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토록 외면했던 슬픔이란 감정에 완전히 몰입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것은 기쁨이었다.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게 된 것이다.


나는 살아 있었다. 내 손을 잡아주고 나와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 속에서.

사람에 대한 벽을 허물고 그들과 조화를 이루는 내가 진심으로 인간다워진 순간이었다.
나를 올가미처럼 옭아맸던 수많은 기준들.

그 올가미들이 힘없이 끊어져 우수수 내 몸에서 벗겨졌다.



이론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인간의 본질은 경험에 있지 이론에 있지 않다.

나는 매 순간 생생한 나의 모습에 몰입함으로써 일상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경험하고 있다.

기쁨은 하늘에서 펑펑 터지는 현란하고 멋진 폭죽에만 있는 것만은 아니다.


새로 산 토퍼의 푹신함, 시원한 물 한 잔, 푹 잘 자고 일어난 부스스한 내 모습, 방금 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동료들의 왁자한 웃음소리, 얼굴도 모르는 이의 '좋은 하루 되세요' 하는 따뜻한 인사, 산책 나가기 전 좋아 어쩔 줄 모르는 강아지의 순수한 눈빛, 선선한 바람이 내 목덜미를 부드럽게 스칠 때의 느낌, 해질 무렵 세상의 색감이 서서히 바뀔 때의 차분한 감정…….


대로에서 발을 헛디뎌 철퍼덕 넘어졌을 때조차도, 그런 나를 부끄러워하기보다는 빈틈이 있어 더욱 사랑하게 되는 순간.

그 순간들에 집중하고 몰입된 삶은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한다.

나는 더 이상 내 삶에서 한 발짝 떨어진 구경꾼이 되지 않을 것이다.

사람, 그리고 세상은 두려운 전쟁터가 아니라 각자의 삶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곳. 그 속에서 나도 그들의 삶과 어우러져 함께 아름다워져 가리라.


내면아이를 만나기

1. 어렸을 때 힘들었던 일을 떠올리기
2.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3. 그때의 감정은 무엇인가?
4. 그 감정을 가진 내 모습을 떠올리기
- 그 아이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나?
- 그 아이를 보니까 기분이 어떤가?
- 그 아이에게 어떻게 해주고 싶은가?
- 그 아이가 나에게 뭐라고 하는가?
- 아이와 잠시 대화를 나눠 보자.
- 지금 기분은 어떤가?
- 아이의 기분은 어떤가?
- 그 아이가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는가?
5. 원하는 대로 한 뒤의 기분은 어떤가?
6.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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