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단골 카페
어느새 7월, 내일이면 브런치를 한 지 두 달이다.
5월에 심리센터를 접고, 6월에 집 이사를 하느라 너무너무 정신없고 바빴다. 그러면서 구로센터에서 계속 코치 훈련을 받고, 브런치 글을 썼다.
5월 초에 계약했던 작품 하나를 끝내 놓은 게 다행이었다. 그게 계속 걸려 있었으면 브런치를 시작할 엄두도 안 났을 거다.
브런치는 내게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기보다는 매일 들르는 카페 개념이 강하다. 웹소설은 연재와 출간 목적이 전부였다면, 브런치는 좀 더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출간이 목적인 분도 계시고, 소소한 일과를 적는 일기장, 유익한 정보 공유, 기업 홍보 등 작가님들의 다양한 관점과 삶은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처럼 신기하다.
그리고 삶에 대한 겸허함, 사람과의 공감, 작은 것 하나에도 감동을 느끼는 감성... 배울 점이 많다.
그러는 사이 매거진도 6개로 늘어났다. 처음에 어떻게 만드는지도 몰라서 헤맸는데. ㅎㅎ
추억 한 조각(찰나가 빛나면)
오늘 겪었던 일상(매일 튀기는 여자)
글쓰기에 대한 것(글 튀김집)
NLP에 대한 정리(NLP로 드라마처럼 살기)
브런치 작가님들 소개
집밥 프로젝트
경험수집잡화점에서 30일 매일 글쓰기를 하며 소소한 일들도 관찰하는 습관을 좀 더 키울 수 있었다. 내 주변의 모든 게 글감이 된다는 건 어느 것 하나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일은 없다는 걸 새삼 깨우쳐주었다.
대면으로 만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지만, 브런치에서 만나는 사람은 훨씬 다양하다. 글만으로 상대를 알기는 어려운 일이나,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다.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하다.
매거진 분류
처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계속 나올지 모르겠으니 매거진 분류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심이 많았다. 막연하던 구성은 글을 쓰면서 서서히 감이 잡히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글이 모아졌을 때 분류가 가능해졌다.
처음부터 구상하던 건 있었다.
찰나가 빛나면(추억편)
NLP 집필(출간 준비 1년)
글쓰기 코치(8월 오픈 준비)
일상(일기)
브런치 작가님들 소개는 작가님들 글을 읽다가 떠오른 것이고, 집밥 프로젝트는 생각만 하고 있던 것을 실천으로 옮긴 케이스다.
매 순간 관찰하고 생각을 정리하니 실천까지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라면 내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디까지 오픈을 해야 하나, 작가의 서랍을 열 때마다 고민하다 다시 닫고는 했다.
나의 깊은 아픔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는 건 쉽지 않다. 브런치 안에서 공개하기도 망설여지는데, 만약 포털 사이트에 노출이라도 되면 어쩌나.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의 속 얘기를 들었다. 그게 얼마나 힘들고 아픈 일인지 알고 있다. 센터까지 오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누군가에겐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겐 깊은 상처가 된다. 다름의 차이. 말로는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가까운 지인이나 코치들도 아니고, 대로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니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깊은 상처를 오픈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이유는, 자갈처럼 덜그럭거리는 불편함을 꺼내 새파란 바다 같은 세상에 던져버리고 싶어서였다. 수많은 상처들이 덜그럭거리는 세상 속으로.
내가 끌어안고 있을 땐 커 보였던 상처가 수많은 상처들 속에 뒤섞이니 너무도 작게 느껴진다.
편안해졌는가?
그렇다. 나는 더 이상 내 감정을 속이지도 않고 그럴싸하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냥 나로서 존재한다.
글쓰기 치유 모임 오픈 예정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좋은 점은 '나'를 만나는 순간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내가 한 공간에서 만난다. 상상이 그것을 가능케 하고, 글이 그것을 완성한다.
독서 치유나 글쓰기 치유는 이전부터 관심이 많은 분야다. 김포에서 독서 모임을 운영하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서 빠져 있다. 코로나 때문에 몇 달째 모임을 갖지 못하고 있지만, 2명으로 시작했던 독서 모임은 12명으로 늘어났다. 서울로 이사를 오기도 했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독서 치유 모임도 추진할 계획이다. 내가 만든 독서 모임 2호점이 될 것이다.
브런치를 통해 생각만 하고 있던 구상들을 실제화시키는 게 좀 더 빨라진 것이 고무적이다.
내가 구상하는 글쓰기는 작법에 중점을 두진 않는다. 출간만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내 경험을 구체화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긴 하지만, 그건 내 안에서 모호한 상태인 감정을 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동기부여다.
글쓰기 치유의 힘은 대단하다. 내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생생히 경험했고,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뱅뱅 돌던 구상을 두 달 동안 구체화할 수 있었다.
글쓰기 코치에 관해선 이미 여러 분이 문의를 주셨다. 오픈하기만을 기다리는 분들도 계시다. 그분들의 문의를 받을 때마다 가슴 한편이 뜨거워진다. 너무나 훌륭한 글쓰기 코치들이 많은데 내게 관심을 가져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나의 가장 큰 강점은 꾸준한 글쓰기다. 전공이 국어국문학이고(국문학과 나온다고 글을 다 잘 쓰는 건 아니지만;;), 드라마 공부, 심리상담과 NLP 코치 과정 공부, 센터를 운영하면서 현장 경험을 익혔다. 그 모든 게 자원이 되어 이제 NLP를 접목한 글쓰기 치유 과정을 만드는 것까지 왔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녹록지 않은 삶이었다. 글을 쓰며 생계를 이어나가야 했고, 글을 쓰며 휴식했다. 내 삶의 중심에 언제나 자리 잡고 있던 기둥은 글쓰기였다.
그 기둥을 무너뜨리지 않은 게 진심으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