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

모두가 설레고 누구나 가슴 아팠던 첫사랑의 아름다운 추억

by 예은

첫사랑. 말만 들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도 한없이 아련해지는 그 이름. 첫사랑은 유난히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없다지만, 그럼에도 아름답고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새드엔딩으로 끝나버린 사랑이 이렇게나 생각만 해도 설레는 감정으로,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마 첫사랑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이 영화는 이렇게 마구마구 설렘이 샘솟고 두근거리는, 아프지만 마냥 아프지만은 않은, 모두가 거쳐갔을 그 '첫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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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속도가 달랐던 소년과 소녀


흔히들 얘기하는 말이다. 남자와 여자는 성장 속도가 다르다고. 이해가 안 되는 말은 아니다. 초등학생 시절, 장난만 치고 까불거리던 남학생들이 그렇게 유치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점점 자라면서, 서로의 간극 속에 소년과 소녀들은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신기하기도 하다. 유치함에 고개를 가로저었던 시절이 언제였나 싶게 그 유치함 조차도 매력으로 다가오는 시기가 찾아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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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마음의 변화는 영화 주인공들도 피해갈 수 없는 성장의 과정이다. '션자이(진연희)' 역시 유치함이 남아있는 와중에 한 번씩 어른스러운 모습이 보이는 '커징텅(가진동)'의 모습에 점점 끌리게 된다. 커징텅 역시 션자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전혀 숨김없이 드러내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션자이는 분명 유치한 남자는 싫다고 하지만, 정작 마음이 끌리는 남자는 유치함이 곳곳에 묻어있는 커징텅이다. 아이러니일 수도, 어쩌면 당연한 성장의 과정일 수도 있다. 그때에는 유치함의 익숙함 속에, 한 두 번씩 나오는 낯선 어른스러움이 너무나도 멋있어 보일 테니까. 여기까지는 누가 봐도 해피엔딩이 예정되어 있는 스토리다. 하지만, 우리가 다시 한번 떠올려야 할 명제는 '남자와 여자의 성장 속도가 다르다'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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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동안 가장 잔인한 것은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성숙하며, 그 성숙함을 견뎌낼 남학생은 없다."라는 대사가 보여주듯, 소년과 소녀는 성장의 속도에서 한번 멈칫하게 된다. 먼저 어른에 가까워진 소녀는 더 이상 소년의 유치함이 매력적이지 않으며, 먼저 어른이 된 소녀를 보는 소년은 그런 소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게 첫사랑의 끝은 해피엔딩이 아닌 새드엔딩으로 방향을 기울인다.


유치함이 매력이 되었다가, 다시 매력의 밖으로 떨어지게 되면서 첫사랑은 우리의 학창 시절과 함께 막을 내리게 된다. 한번 그 유치함에 데인 소녀는 더 이상 유치한 사람을 만나지 않을 테고, 소녀의 성숙함을 견뎌내지 못한 소년은 성숙하지 않은 사람을 찾을 것이다. 그래서 첫사랑은 '첫'사랑이다. 처음이자 한번뿐일. 그저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에 모든 걸 맡겼던 사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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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를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내가 좋아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다. 항상 함께였던 고등학교를 지나, 한동안의 틀어진 시간을 지나고 다시 서로를 이야기하던 밤, 션자이(진연희)는 커징텅(가진동)에게 "나를 좋아해 줘서 고마워."라고 얘기한다. 이 대사는 그런 션자이에 대한 커징텅의 대답이었다.


"나도 너를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내가 좋아." 나는 이 말만큼이나 첫사랑을 잘 담고 있는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첫사랑을 했던 그 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보다 미성숙하고 무모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순수했던 것 같다.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누군가에게 올인했던 것은 그만큼 내가 어렸고, 순수했고, 잴 줄 몰랐기 때문이었을 테니까. 그 시절에서 크게 자라진 않은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는 조금 더 성숙해져 버렸고, 순수함을 조금 내려놓았으며, 이리저리 잴 줄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따금씩 그 시절의 내가 그립다. 정말 사랑이라는 감정에 나를 다 넣었던, 그때의 내가.


그래서 나는 그 시절의 내가 좋다. 아니, 지금에 와서는 그때 좋아했던 '누군가'보다, 그 감정에 솔직하고, 올인했던 내가 더 좋다. 그래서 첫사랑은 아름답게 기억되나 보다. 가슴 아픈 짝사랑마저 순수하고 찬란해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버리기 때문에. 그래서 나도 그때 그렇게나 순수하게 재지 않고 사랑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의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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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새드 엔딩


이 영화를 그저 그런 첫사랑 영화가 아닌, 첫사랑의 마스터피스로 만들어준 것이 다름 아닌 '새드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많이 들어서 익숙해진 말이 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말이 그렇게나 싫었던 때가 있었는데, 이따금 그때를 돌아보며 생각해보면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 말이 당연한 명제가 되어버린 이유는 어쩌면 몇 년 전의 드라마에서 나왔던 말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난 첫사랑은 기억해주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듯이, 새드엔딩인 첫사랑이 더 많이 남는 것 같다. 어쩌면 새드엔딩이 마냥 슬프고 원망스럽지 않은 사랑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첫'사랑이기 때문에. 모든 게 처음이니까. 가슴 콩닥거리면서 시작했던 설렘도, 모든 것을 다 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마음도, 그리고 다 무너져버리는 것만 같았던 헤어짐까지도. 모든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이 감정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그렇기에 그 이별마저 아픈 기억이 아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계속 우리 곁을 맴도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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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부분의 평행세계에서처럼 션자이와 커징텅이 함께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아름답고 낭만적이었겠지만, '첫사랑'영화보다는 그냥 '사랑'영화로 남아버리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그들의 시작부터 마지막이 첫사랑이라는 가슴 떨리는 추억으로 남았다. 정말 사랑했고, 정말 많은 눈물도 흘렸던, 그래서 후회가 남을 수가 없는 그런 사랑으로.


그래서일까. 첫사랑은 마지막이 있을 때 더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이 없는. 후회도 아쉬움도 미련도 없는, 정말 사랑이 다였던 그 시절의 마침표가 있기 때문에 첫사랑은 추억이 되어 남는다.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 "결혼 축하해. 내 아름다운 추억에게"라는 대사가 다시 한번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의 첫사랑이 그렇게 행복을 맞이할 때 나도 가슴 깊이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나의 추억에게 인사를 해주고 싶다. "축하해 내 아름다운 추억에게. 내게 추억을 선물해줘서 고마워"



나에겐 첫사랑의 상징과도 같은 영화다. 그 시절 소년과 소녀가 어떻게 사랑에 빠지고, 다시 빠져나오는지 너무 잘 보여주고 있다. 중화권 영화는 처음이어서 걱정을 하며 본 감이 있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걱정은 무색해졌다. 이 영화의 대사들이 특히나 값진 대사가 너무 많은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도 너를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내가 좋아'라는 대사는 첫사랑을 한 줄에 담으면 이런 느낌 일까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의 새드엔딩까지 하나 모난데 없이 깔끔하게 완벽했던 것 같다. 첫사랑을 추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영화다. 나도 이 영화가 너무 고맙다. 내 첫사랑이라는 소중한 추억을 이렇게 잘 정리하게 해줘서.


나의 별점 : 5.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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