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계와 상상을 뛰어넘는 히어로의 가족영화?!
대다수의 히어로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전세대를 아울러서 사랑을 받는 느낌이 강하다면, 데드풀은 누가 뭐래도 '어른'만을 위한 히어로이다. 히어로 영화이면서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인 것부터가 증명하는 바이다. 그래서일까 영화 [데드풀]은 어른에 의한, 어른의 재미를 위한, 어른의 유머를 담고 있었다. 이번 영화 [데드풀2]역시 마찬가지다. 가족영화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어른의 영역에 존재한다. 그래서 성인인 나는 재밌었다. 사실 너무 재밌었다. 그는 여전히 똘끼 넘치고 불완전해서 매력 넘치는 히어로였다.
경계 Breaker
데드풀은 모든 '경계'를 다 부신다. 이 경계 Breaking은 그의 정체성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투철한 사명감, 정의감으로 히어로가 된 케이스가 아니다. 이점에서 '캡틴 아메리카'와는 거의 정 반대에 위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가 힘을 얻고 난 뒤 처음 한 일도 자신의 삶을 망가트린 놈들을 찾아 처리해버리는 일이었다. 이러한 그의 행동들, 그런 그의 정체성은 과연 그를 완벽하게 '히어로'의 이미지에 부합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를 히어로라고 당연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글쎄, 난 그가 히어로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히어로와 빌런, 그리고 일반이 그 사이 어딘가인 경계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이 경계를 제멋대로 왔다 갔다 하며 이 경계를 부셔버린다.
그가 디스트로이하는 경계가 히어로-빌런의 경계만은 아니다. 예전 히어로들이나 빌런은 좀 틀에 박힌 감이 없지 않지만, 요즘의 매력뿜뿜 히어로들은 꽤나 이 경계선에 위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 히어로-빌런의 경계만 허무는 것은 그리 큰 매력포인트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데드풀이 갖는 차별화 매력포인트가 바로 그가 영화와 현실의 경계도 허문다는 점이다. 그는 관객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사인을 할 때 역할의 이름이 아닌 배우의 이름(라이언 레이놀즈)으로 하기도 한다. 엑스맨과 MCU의 세계관에 대해 농담을 던지고 최근 디즈니와 20세기 폭스사의 합병에 대해서도 조롱한다. 이 점이야말로 데드풀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다. 그는 우리와 같이 있다가도 어느새 영화 안에 들어가 있다. 스크린의 벽을 허물면서 그는 진정한 경계 Breaker로서 매력을 내뿜는다.
웃픈 이 영화의 장르, '가족영화'
나는 '가족영화'라는 데드풀이 정의내린 이 영화의 장르가 말 그대로 웃펐다. 뭐랄까 이제는 디즈니에 속하게 된 폭스사의 슬픔을 드러낸 느낌이었다. 디즈니는 모두가 공인하는 가족영화의 대가이기 때문에, 혹시 [데드풀 2]도 그 영향을 받아 가족영화를 강조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가족영화임을 강조하는 것이 디즈니에 대한 디스가 아닐까 싶었다. 이 영화는 19금이고 피와 욕이 난무하지만 디즈니이고 가족영화야! 이런 느낌이랄까. 그래서 정말 웃기면서도 슬펐던 것 같다.
그래서 데드풀이 '데드풀'같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가 갖게 된 갑작 스런 책임감은 그를 바라보는 우리에게도 약간의 당황과 의아함을 주었다. 스토리가 매끄럽지 않았다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그의 캐릭터가 우리가 바라는 모습에서 약간 벗어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아 물론 스토리 전개가 가끔 뛰는 부분이 없던 건 아니다. 다만 이를 유머로 충분히 승화해서 넘어갈 수 있는 것일 뿐.
'데드풀'이라는 충격의 아쉬움과 뉴비들의 반가움
사실 이전 시리즈인 [데드풀1]을 봤을 때의 충격은 정말 쇼킹 그 자체였다. 그동안 봐왔던 수많은 히어로 영화가 무색하게 상상을 초월하는 히어로가 바로 데드풀이었다. 그래서 와 진짜 대박이라고 감탄하고, 19금 영화다운 색드립과 욕을 바탕으로 한 유머에 2시간 내내 웃으며 봤었다. 이번 영화 역시 2시간 동안 웃으면서 봤다. 그 유머 코드는 여전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처음의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일까. 사실 이번 영화에서 데드풀은 어느새 익숙한 히어로가 되어있었다. 물론 그의 참신함을 다른 히어로랑 비교하자면 여전히 넘사벽 급이지만, 벌써 두 번째 만나는 거라고 이미 그는 우리에게 친근해져버렸나 보다.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오가는 그의 드립도, 색드립과 비속어들도 어느 정도 예상 범주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에 대한 아쉬움이란.. 어떻게 숨길 수 있을까.
하지만, 이를 예상했던 건지 새로운 뉴비들의 등장이 이 아쉬움을 조금은 메워주었다. 거의 원맨쇼에 지나지 않았던 전작과 다르게, 이번 영화에는 '엑스포스'라는 데드풀의 동료 아닌 동료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뭐 사실 이 엑스포스를 모으는 과정부터가 너무 험난해서 재밌었지만 말이다. 특히 '운(Luck)'이 하나의 초능력이었던 '도미노(재지 비츠)'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우선 데드풀과의 억지 러브라인이 없다는 점에 큰 점수를 주고 싶고, 그녀가 초능력인 '운'을 이용해 작전을 수행하는 장면은 아슬아슬한 그 긴장감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물론 끝이 깔끔하게 해피였기 때문에 더 좋았던 건 당연하다.
'케이블(조슈 브롤린)' 역시 괜찮은 캐릭터였던 것 같다. 영화 내내 방방 뛰면서 경계를 오가는 데드풀과 다르게, 케이블은 영화 내에서 무게를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그는 조금은 더 진지한 캐릭터였으니 말이다. 극의 메인 스토리가 휩쓸려가지 않게 지탱하고 있었달까. 그러면서도 데드풀의 유머를 매우 '진지하게' 맞받아치는 신들은 역시 이 영화의 아이덴티티를 실현하는구나 싶었다. 이 영화의 아이덴티티라 함은 누가 뭐래도 똘끼를 기반으로 한 유머가 아니겠는가.
처음에 당연히 빌런인 줄 알았던 그가 데드풀과 함께 편을 먹을 때는 되게 신기했던 것 같다. 그렇게 서로 죽고 죽이던 사이에서 살려주는 사이가 됐으니 말이다. 이 영화의 메인 빌런은 누구란 말인가에 의아해하기도 했고, 동시에 히어로 영화에 메인 빌런이 존재해야 한다는 어찌 보면 고착화된 틀을 당연히 벗어던진 [데드풀]이라는 히어로 영화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가 계속 메인 빌런이었다면 더 아쉬웠을 지경이다.
여전한 유머감각, 번역에 감사를....!
충격이 덜해서 아쉬울 뿐, 유머감각은 여전했다. 오히려 더 신박하고 참신해졌다고 해도 인정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디즈니-폭스사 합병이라던가, 최근 개봉작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메인 빌런 '타노스'를 연기한 '조슈 브롤린'이 여기서는 '케이블'을 연기하는 등 데드풀이 유머로 풀 수 있는 소재는 차고 넘치긴 했다. 그리고 우리의 데드풀은 역시 이를 놓치지 않았다. 생각보다 이런 소재가 많아서 어떻게 다 소화할까 했는데, 데드풀은 역시 데드풀이었다. 깨알같이 디스하고 풍자하며 우리를 끊임없이 웃게 만든다. 유머가 너무 많아 다 기억나지 않지만, 엄청 웃고 나왔던 것만 기억에 남으니 말이다.
사실 이 유머들은 그동안 미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접해봤더라면 더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이 영화는 메이드 인 USA고, 당연히 그들의 유머 코드에 입각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리지널 한국 사람인 우리도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이유는, 번역가분의 공이 크다. 메인 스토리도 다 와장창 깨부수는 '누구누구'분과는 다르게 깨알 같은 유머들도 우리 문화에 맞게 너무 잘 번역해주셨으니 말이다. 그래서 미국 유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걱정 말고 보시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쿠키다. 나는 그동안 마블 세계관의(MCU 뿐만 아니라 엑스맨 시리즈까지도) 영화를 꽤나 여러 편을 봐왔지만, 이번 쿠키는 가장 신박하고 재밌다. 정말 보는 내내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이번 쿠키가 뭘 의미하는지까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재미만으로 이미 충분히 그 기능을 다한 것 같다.
2시간 내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데드풀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충격의 정도는 줄어든 감이 없지 않지만, 그의 유머와 경계 Breaking은 여전하다. 더불어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어느 정도는 커버가 된다. 이러한 유머를 온전히 즐길 수 있게 해 준, 번역가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쿠키가 어마 무시하게 유머러스하니 꼭 다 보고 나와야 한다. 가족영화임을 강조한 부분이 웃기고도 슬펐지만, 전반적으로 유머 가득한 어른의, 어른에 의한, 어른을 위한 히어로 영화였다.
나의 별점 : 3.5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