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당한 그녀들의 예술 같은 '범죄'
오직 '여배우'로만들의 범죄 영화. 눈에 띄는 것은 당연했다.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페미니즘과 굳이 연결 짓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인 것 같았다.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어마어마한 배우들을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캐스팅 라인업이 정말 눈이 돌아갈 정도였으니. 그래서 이런 영화는 당연히 봐야지! 하고 봤다. 결론은? 눈이 너무 즐거운 영화다. 깊이가 있다고 하기엔 어렵지만, 그만큼의 재미와 눈호강을 선사하는 영화였다.
By Women, Become Artistic
영화 [도둑들]의 모티브가 됐다는 할리우드의 [오션스] 시리즈가 남성 캐릭터들의 스릴 있는 액션신이 넘쳐나는 도둑질을 그렸다면, 그 영화의 스핀오프 버전인 이 영화는 '여성'들의 범죄를 스릴 넘치게 그려낸다. 나는 기존의 오션스 시리즈를 안 봤기 때문에, 그 시리즈와 비교는 어려울 것 같고, 가장 비슷한 부류의 영화인 [도둑들]이랑 비교해보자면.. 어떻게 보면 눈요기가 적다고 느낄 수도, 또 많다고 느낄 수도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여성 캐릭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수많은 범죄 영화에 빈번히 나오는 액션신이 이 영화에는 '부재'되어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영화를 보며, 시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액션신의 부재를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다른 요소들로 영화를 채운다.
가장 매력적인 장면들은 누가 뭐래도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이다. 타겟인 보석과 갈라쇼의 장면들은 정말 눈이 호강한다는 말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정도니까. 그 화려하고 우아함에 걸맞은 절제 되어있고 클린한 액션들로 이어지는 범죄 장면은 충분히 스릴 넘쳤다. 총과 격투가 난무하는 액션신 없이도 충분히 스릴이 가능함을 보여준 느낌이랄까. 팀원들이 핑퐁처럼 행동을 이어가면서, 깔끔하게 도둑질을 성공하는 장면은 정말 완벽 그 자체였다. 이 영화를 보여주는 표제 '함께하면 사기도 '예술'이 된다'처럼, 그녀들의 '범죄'는 아름다운 갈라쇼에서, 더 빛나는 그녀들의 팀워크 속에서 예술처럼 그려진다.
'무시'당한 그녀들이 돋보이는 이유
한국에서는 약간 오역돼서 "남자들이 끼면 복잡해져"라고 번역된 데비의 대사는 실제 영어로는 " A Him gets noticed, a Her gets ignored. For once we'd like to be ignored"이다. 난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대사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대사를 꼽겠다. 남성은 주목받지만, 여성은 무시당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고자 한다는 데비의 대사는 어찌 보면 짠하기도 했고, 기발한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다프네(앤 해서웨이)'가 이 범죄의 타겟인 '투생' 목걸이를 잃어버린 후, 제일 먼저 용의 선상에 오늘 인물은 그녀의 파트너였던 '클로드 베커(리처드 아미티지)'였다. 물론 그가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이겠지만, 데비의 말처럼 그가 '남성'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주목'받을 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범죄가 일어나던 그 화장실 바로 앞에 서있던 데비는 까르띠에가 생각하는 용의 선상에 오르지도 않았다. 단지, 그녀와 가족의 과거를 아는 수사관 '존(제임스 코든)'만이 눈치챈 것뿐.
데비가 옳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녀들이 범죄의 용의 선상에 오르지 않았던 이유는, 두 가지다. 그녀들이 'Good at it'하기 때문에, 치밀하게 작업하여 잡힐 여지를 주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녀들은 쉽게 'ignored(무시)'된다는 것. 이렇게 무시당한 그녀들은 그 점을 역으로 이용해, 어려운 범죄를 성공했고, '돋보이게'되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그녀들'
이 영화가 처음 사람들의 눈을 끌은 이유는 모든 주연이 여자라는 점도 있었겠지만, 그 배우들의 네임밸류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주연 중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데비' 역의 산드라 블록과, '루' 역의 케이트 블란쳇의 만남은 그야먈로 대박이었다. 그리고 그 만남은 영화에서 환상적인 케미로 드러났다. 뛰어난 지략가인 데비와 이 뛰어난 지략을 행동으로 옮기는 루는 정말 말 그대로 환상의 파트너였다. 기존에 알고 있던 사이인 만큼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다른 인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그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사들이 너무 좋은 케미를 보여주면서, 이 영화의 중심을 잡았다.
이 두 명배우가 세운 중심을 기점으로 다른 배우들의 활약 역시 막강했다. 어느 역할에서건 항상 자기를 보여주는 헬레나 본햄 카터나 그 외에도 아과피나, 민디 캘링, 사라 폴슨, 리한나 모두 각자의 역할을 너무 잘 소화하면서, 또 좋은 케미를 만들어냈다. 어느 조합이건 서로의 케미가 좋아서 진정한 '한 팀'처럼 보였던 것 같다.
완벽하게 피해자를 '연기'한 '다프네' 역의 앤 해서웨이 역시 너무 완벽했다. 최고의 셀럽에 걸맞게 화면 속에 그녀는 '아름다움' 그 자체여서 보면서도 와, 앤 해서웨이가 저렇게 예뻤었나 싶었다. 더군다나 단순한 백치미를 가진 여배우가 아닌, 많은 포인트를 생각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그녀를 통해 이 영화는 '오션스 7' 이 아닌 '오션스 8'으로 완성되니 말이다.정말 이 8명의 조합은 완벽 그 자체다.
사실 스토리가 깊이가 있는 영화는 아니다. 킬링타임용으로 완벽한 영화다. 하지만 킬링타임용 답게 스토리의 한계를 배우들의 연기와 눈 호강하는 영상들로 꽉꽉 채워 넣었다. 그래서 아주 만족스러운 재미 가득한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여배우들만으로 이렇게 꽉 채울 수 있어! 를 보여준 좋은 예라고 생각하며, 액션신 없이도 충분히 완벽한 범죄영화를 보여준 것 같아 매우 마음에 든다. "무시당함"으로서 "각광"받은 그녀들의 범죄에 찬사를 보내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그녀들의 연기에는 더 큰 박수를 보낸다.
나의 별점 : 3.5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