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더 포스트(2018)

언론의 기능에 대해서,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차별적인 세태들에 대하여

by 예은

스티븐 스필버그,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사실 이 이름 세 개 만으로도 이 영화는 좀 어마어마하게 다가온다. 세계적 명감독, 그리고 명배우, 거기다 주제도 말 다했다. 1971년의 '펜타곤 페이퍼'를 바탕으로, 언론의 자유를 주제로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실화 바탕이라는 점에서, 스토리가 너무 전형적인 어떡하지라는 약간의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달까. 결론을 말하자면 좋은 소재를 좋은 배우와 좋은 감독이 그려낸, 그래서 당연히 '수작'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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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기능, 그에 대한 '언론사'의 대립


이 영화의 핵심 주제는 바로 '언론의 기능, 그리고 자유'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고 가는 것은 '펜타곤 페이퍼', 자체라기보다는 이를 둘러싼 워싱턴 포스트지 회사 내의 갈등이다. 처음 이 특종을 터트린 것은 뉴욕타임스지만, 뉴욕타임스의 추가 보도가 법적 제재를 받으면서, 그리고 펜타곤 페이퍼의 원문을 얻게 되면서 이를 보도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워싱턴 포스트지의 고민이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 된다. 여기서 의문이 들었던 점이 왜 최초 보도인 '뉴욕타임스'가 아니라 '워싱턴 포스트'에 이 영화는 집중하고 있을까? 였다. 심지어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전국적인 신문이라기보다는, 워싱턴의 지역지의 성격이 강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뉴욕타임스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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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영화는'펜타곤 페이퍼'라는 특종 보도 '사실'보다는, 워싱턴 포스트지 내의 '언론' 회사냐 언론 '회사'냐의 갈등에 집중한다. '회사의 이익과 안정'이라는 측면과 '언론으로서의 책임'의 측면으로 나누어 어떻게 '언론사'로서 기능할 것인지를 설명한다. 여기서 굉장히 신기했던 점이 '언론의 자유'에 대한 논의를 '언론사'의 입장에서 표현한 점이었다. 이 영화는 워싱턴 포스트지 내에서 보도 여부에 대해, 언론의 자유, 그리고 책임이라는 가치를 우선으로 둘 것인가, 아니면 회사의 존립을 우선에 둘 것인가에 대한 첨예한 대립을 통해, 진정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언론사'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두 쪽 다 타당한 입장이다. 언론의 자유는 중요하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전한다는 언론의 책임도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 신문을 만드는 '신문사'가 있을 때, 언론이 그러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도 역시나 사실이다. 때문에 언론사의 존립 여부도 무시하지 못하는 문제이다. 결국 영화에서 이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는 갈등의 끝은 '언론의 자유'의 승리였다. 언론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회사보다는, 회사가 망하더라도 언론의 기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결국 이 대립의 결론이었다. 양쪽의 이유가 다 잘 이해되었기 때문에, 그럼에도 언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국민이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선택이 참되고 옳은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정말 감사하고도 다행이라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결국 언론의 자유는 승리해! 이런 이상적인 감성적인 대립이 아닌, 진지한 고뇌 끝에 펼쳐진 승리이기 때문에 그 승리가 더 값지게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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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를 부르짖던 이면에 존재하는 차별


이 영화는 비단 언론의 자유와 책임만을 다루고 있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또 다른 메시지로 '여성차별'이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이 첨예한 대립의 한가운데 존재하는 사람은 바로 워싱턴 포스트지의 사주인 그레이엄 여사(메릴 스트립)이다. 그녀는 언론의 책임과 자유를 주장하는 기자들과, 화사의 안전을 주장하는 이사진 사이에 중립을 지키는 사람이며, 또한 사주로서 보도의 최종 결정권 자이기도 하다. 즉, 그녀의 결정에 따라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할지, 안 할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신기했던 점이, 이 영화가 보통의 언론 영화처럼 기자(심지어 국장) 이자 남성인 '브래들리(톰 행크스)'가 아닌, 신문사의 사주이자 여성인 그레이엄 여사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보통의 언론 보도를 다루는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실제 기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자가 메인이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는 기자도, 남성도 아닌 그레이엄 여사의 입장에서 영화가 서술되는 점이 나는 참신하게 느껴졌다.

물론 이는 그녀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립의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초반의 모습은 이사진과 기자들을 좌우하는 당당한 경영인이라기보다는, 사교성이 뛰어난 흔한 상류층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시대가 무려 70년대이다. 그녀가 사주가 된 이유도 이전 사주인 남편의 죽음 때문이었다. 애초의 그녀의 아버지의 회사였음에도 말이다. 이렇듯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녀는 언론인, 경영인으로 비치기보단 그냥 부잣집 사모님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이사진과 기자들의 대립은 그녀를 사모님이 아닌, 경영인과 언론인으로 탈바꿈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대립을 통해, 그녀는 언론의 자유, 책임을 수호하는 언론인, 그리고 회사의 존립 여부를 이사진 손에 좌지우지당하는 유약한 여성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결정하는 당당한 경영인으로 거듭난다.

나는 이러한 그녀의 변화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 말고는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70년대의 여성이다. 남성과 여성의 대화 주제가 달랐던, 달라야 했던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이었다. 하물며 주변의 사람들 역시 그녀의 능력의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이러한 주변 상황 속에서, 어쩌면 자신의 전부일지도 모르는 회사의 존폐가 달린 기사의 보도를 결정한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 영화가 여느 영화처럼 브래들리가 아닌, 그레이엄 여사에게 집중한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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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연출, 더할 나위 없던 연기


언론의 자유, 그리고 여성차별적인 세태. 어떻게 보면 한 번에 연결되지 않는 이 두 가지의 중요한 이슈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잘 아울러서 영화에 담아낸다. 두 개의 진중한 메시지를 느끼고 이해하면서도 한 번도 부담스럽거나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없었다. 거기다 이 펜타곤 페이퍼에서부터 이어지는 결말 부분은 정말 말 그대로 소름이 끼쳤다. 너무 자연스럽고도 완벽한 흐름이었기 대문에. 새삼 왜 스티븐 스필버그를 명감독이라고 하는지, 왜 그의 영화들이 각광받는지 한 순간에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달까. 정말 연출의 어느 한 부분 아쉬움이 남지 않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두 명배우의 연기는 새삼 잘한다고 말할 필요가 없는 정도이다. 실질적으로 이 영화의 메인 인물인 메릴 스트립의 연기야 정말 '더할 나위 없다'. 그녀가 아니고서야 누가 이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사실 메릴 스트립에 영화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톰 행크스가 묻히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는데, 왜 감독이 이 두 이름을 함께 나열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톰 행크스의 연기도 대단했다. 본인도 탑급의 배우이면서 메릴 스트립의 연기에 초점이 맞춰지도록 서포트해주고, 그러면서도 본인도 묻히지 않는 것은 과연 그가 명배우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의 자유, 그리고 책임이라는 드러나있는 주제와 여성차별이라는 내포되어있는 문제가 잘 어우러져 좋은 메시지를 남기는 영화다. 언론의 기능을 단순한 보도 과정에서의 기자들의 상황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과 언론의 자유라는 '언론사'의 관점에서 살펴본 점에서 참신하기도 했고, 그래서 더 이해가 잘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안에서 최종 결정권자가 '여성' 이자 '사주'라는 점도 신기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녀를 통해, 진정한 언론인, 언론사의 자세와 더불어 당시의 여성으로서 차별받는 세태에 대해서도 매끄럽게 잘 그려내서 굉장히 좋았다. 연출도 연기도 정말 '더할 나위 없었던'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별점 : 4.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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