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리틀 포레스트(2018)

가야 할 방향을 잃은 청춘, 그대들에게 위로를

by 예은

청춘.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 터무니없는 말이 현실이 되어버렸다고 느낄 만큼 지금의 청춘들은 아프고 힘든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 열심히 하지만 뭐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열심히 달려왔지만, 순간 내가 어디 있는 건지 휘청일 만큼 말이다. 나도 한 명의 이 시대의 청춘이라면 청춘으로 왜 우리는 이렇게 아파야 하고 힘들어야 하는가 탄식하면서도 그저 아파하는 수밖에 없구나 단념해버리고 말았다. 이 영화는 이러한 이 시대, 이 나라의 청춘에게 위로를 안겨준다. 자연과 음식, 그리고 느린 속도로 빨리빨리 안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람들을 괜찮아하고 다독여 주는 느낌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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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심기'를 기다리는 청춘들에게


나는 원작인 만화 버전도, 일본판도 모두 재미있게 봤다. 이 스토리가 주는 잔잔함과 고요함, 그리고 그 안에 문뜩문뜩 고개를 내미는 삶에 대한 여러 가지 고찰들이 생각을 일깨워주기도, 정리해주기도 해서 좋다. 한국판 역시 이 스토리에 대한 나의 이러한 기대감을 잘 충족시켜주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그러다가, 뭐랄까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가 인간관계라던가 삶의 과정에서 지치고 상처받은, 나이대로 치자면 20대 중후반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에 대해 고찰하는 느낌이라면, 한국의 리틀 포레스트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어린, 삶의 갈래길에서 어디로 방향을 정할지 갈피를 잃은 20대 초, 중반의 고민과 생각을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나와 같이 20대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대부분의 한국의 현재의 '청춘'들은 조금은 많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사회적으로도 많이 논의되는 취업난과 같은 헬조선의 문제가 아닐지라도,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길일까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고, 나는 사회적으로 뒤쳐지는 게 아닐까 한없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특히나 이 '방향'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은 적어도 20대 초반을 보내는 내내 따라다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이러한 우리의 두려움과 불안함에 대해, 잠시 멈춰서 쉬어도 괜찮아! 하면서 잠깐 우리를 끌어다 앉히는 것 같았다. 당장 갈피를 찾지 못해도, 방향이 어딘지 모르겠어도,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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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던 장면이 바로 영화 마지막 부분의 양파 심기 장면이었다. 주인공인 혜원(김태리)은 양파를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떠나는데, 이 양파라는 식물은 싹을 틔워서 모종을 키우고, '아주심기'라고 해서 옮겨 심어서 계속 길러야 하는 식물이란다. 그러면서 재하(류준열)는 혜원이 양파처럼 '아주 심기'를 준비하는 중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나는 여기서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사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싹에 불과한 시기를 지나고 있을 뿐이다, 아주심기를 기다려야 하는. 그러니 내가 가는 방향에 대해 조금은 두려워해도, 조금은 불안해해도 괜찮지 않을까? 아직 어리니까, 고작 20대니까, 조금은 실수해도, 조금은 더디게 자라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 나는 아주심기를 기다리는 싹이다. 나와 같은 싹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대들에게 나는 감히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 졌다. "조금 더뎌도 괜찮아요. 우리는 아주심기를 기다리는 중이잖아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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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한국적인 정서로, 그리고 한국의 음식으로

영화의 초점이 청춘, 그중에서도 20대 초반에 맞춰져 있다고 느낀 탓일까 , 영화의 분위기 또한 일본판에 비해서 한국판이 훨씬 더 경쾌하고 발랄하다. 몽글몽글하기도 하고, 한없이 사랑스럽기도 해서 그냥 보고 있다 보면 마냥 웃고 있게 된다. 또 단독 주인공의 서사로 흘러가는 일본판과 다르게, 한국판은 친구과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들로 영화를 그려나간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혼자 고민하고 아등바등하는 게 아니라, 주변 친구들과 고민을 함께하고, 함께 웃는 모습, 슬퍼하는 모습이 확실히 한국적 정서에 조금 더 맞는 것 같아서, 더 현실적이라고 느껴진다. 조용함이 미덕인 일본과 다르게 한국은 뭐랄까 그 특유의 흥과 왁자지껄함이 빠지면 또 섭섭한 법이니까.


사실 이 영화의 핵심 소재 중 하나는, 단언컨대 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음식이라는 소재도 한국이라는 환경에 맞게 조금씩 다르게 연출되었다. 일본판이 "'삼시세끼'의 일본 버전"이라고 불릴 만큼, 음식에 가장 포커스를 두고, 그 음식에 둘러싼 이야기를 한다면, 한국판은 이야기를 꺼내는 과정에서 이 음식이 그랫었지를 회상하는 것 같다. 인과관계가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랄까. 그래서 음식을 요리하는 과정이 일본판만큼이나 집중되어서 나오지는 않는다. 대신에 청춘에 고민에 포커스를 좀 더 두면서, 나름의 밸런스를 잘 맞춘 것 같다. 또 떡볶이, 시루떡과 같은 한국의 음식들은 일본판과는 또 다른 매력을 안겨준다.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어서 이러한 음식들이 더 친숙하고 그 이야기들이 더 공감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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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리고 사람


이 영화가 음식만큼이나 주목하고 잇는 것이 바로, 이 음식이 나는 자연이다. 영화에서는 또한 '사람'도 이 자연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표현한다. 사실 맞는 말이다. 땅을 밟고 살아가며, 자연에서 나고 자란 것을 먹는 사람은 비단 자연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푸르르고 보기만 해도 숨이 탁 트이는 듯한 자연의 모습이 정겹고 그리운 이유는 영화에서의 표현처럼 우리가 아마도 자연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이러한 자연을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나타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을 한 영화에 담아내는데, 새삼 왜 계절이 4개뿐인가 아쉬울 만큼 각 계절의 모습은 눈이 시리게 아름답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봄, 생기 넘치고 파릇파릇한 여름, 여유로운 가을과 잔잔한 겨울까지. 모든 계절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느리지만, 또 빠르게 흘러가는 계절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 그 과정은 참 상상만 해도 마구마구 기분이 좋아진다. 말 그대로 힐링, 그 자체다.




한없이 사랑스럽고 몽글몽글한, 그래서 보고 있으니 마구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였다. 잠시 가야 할 방향이라던가 갈피를 잃은 청춘이 잠시 쉬면서 갈피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랬기에 나의 '아주심기'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함께 고민하고, 웃고, 슬퍼하고, 싸우고, 화해하기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청춘들의 모습이 나는 너무 좋았다. 나의 불안함과 혼란을 잠시 접게 해주는 자연의 모습도, 음식도 모두 제대로 힐링이었다. 잔잔하고 기분 좋은, 그러면서도 청춘인 내게는 많은 물음과 생각을 남기는 영화였다.


나의 별점 : 4.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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