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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 jour de huit Oct 22. 2020

아홉개의 라이킷,

좋은 말이 인색한 세상에서 나눠받은 좋은 마음

매일 눈팅을 하던 브런치에 들어와 첫 글을 남겼고, 특별히 어떤 반향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제 막 만들어진 싱싱하고 따끈한 글쓴이의 첫 글을 읽어보느니 이미 글이 수두룩하게 쌓여 제목들만 쓱 훑어봐도 어떤 느낌의 글들을 만나게 될지 상상이 되는 작가들의 들을 보는 편이 안전하고 믿음직할테니까요. (사실 그게 제 성향이기는 합니다만)


한동안은 일기쓰듯 들어와 이런저런 기록을 꾸준히 남기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었는데, 몇 개의 알림이 떠서 들여다보니 지구의 또 다른 어느 편에서 나의 첫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눌러주신 분이 무려 아홉분이나 됩니다. 궁금해졌습니다. 아주 평범하고, 또 '첫 글'이라는 소개 이외에는 어떤 맛있는 재료도 녹여내지 못한 글인데 '라이킷'을 눌러주신 분들의 마음은 무엇일지.


그냥 누군가의 시작이라는 것은 일단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막 뜨거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조건도 이유도 없이 받는 응원이라는게 너무 오랫만이라서요. 혹은 받은 라이킷을 또다른 '라이킷'으로 보답해드리길 기대하는 마음도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마음이었다 할지언정 하나하나 늘어가는 하트표시가 때로는 아무 말 없는 위안도 응원도 된다 생각하니, 열심히 찾아가 '라이킷'을 눌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그냥' 주는 작은 응원의 표현이 생각보다 제 안에 꽤 큰 반향을 일으켰고 계속 다음 글, 다음 글을 써내려가게 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 모르겠습니다. 아홉분이 남기신 작은 마음이 늘 마음 속에 글짓는 꿈을 품고 살던 평범하고 지루한 회사원에게 어떤 변화를 주실지도요.


우리, 같이, 지켜보도록 하죠.


지난 주말, 친한 지인의 가족이 놀러왔습니다. 그 집의 언니 오빠는 세 살난 딸아이가 있는데 못본 사이에 부쩍 말이 늘어 이젠 제법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합니다. 세 살이라는 숫자가 유독 귀엽게만 들려서 아이에게 평소 안쓰던 말투와 단어들을 더듬어가며 "까까 먹을래? 쉬야 할까?" 등등 괜히 멀쩡하던 혀마저 짧아지는 소리로 말을 하곤 했는데, 되돌아오는 말은 오히려 "이모, 나 지금 이거 하는 중이라 바쁘니까 조금 기다려, 이것만 마저 하고 같이 과자 먹자." 였습니다. 세상에 인과관계는 물론이고 상대를 설득하는 논리까지 내보이다니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똑똑합니다.


태어난 다음 날부터 봐왔던 꼬맹이인지라, 그 작은 입에서 무심하게 나오는 문장이 기가막혀 '이야, 언제 이렇게 말이 늘었어 ! 진짜 말 잘한다 ! 너무 똑똑하고 예쁜 말인데 ?' 하고 열의를 다해 칭찬해줬습니다. 그러다 옆에 앉아있던 남편과 눈이 마주치고는 혼잣말처럼 되내었습니다. '태어났을땐, 태어난게 기특하고 장하다고 칭찬해줬고.. 뒤집고, 걷고, 첫 단어를 말하고, 혼자 숫가락으로 밥을 떠먹고.. 그게 다 칭찬거리였는데, 나도 그런 칭찬 받으며 컸겠지 ? 하아- 부럽다. 뭘 해도 칭찬받는 세 살 인생..'.


살아보니, 칭찬을 받기는 커녕 사소한 응원이나 격려마저도 귀한 세상입니다. 누군가 나의 잘됨을 시기해 방해하고 괜한 소리나 하지 않으면 정말 다행이구요. 살수록 내가 마주하는 세상은 좋은 말을 나누는 데에 인색한데, 그냥 첫 글을 올리고 일면식도 없는 이들에게 아홉개의 하트를 받은 것이 어찌 당연한 일이겠나 싶습니다.


혹 이 공간 안에서 저같은 마음으로 끄적여도 보고, 위안도 받고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찾아다니며 열심히 라이킷을 눌러보겠습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애를 써야하는 것도 아니고, 공짜로 읽게 해주시는 당신의 문장들로 나의 머릿속 생각들도 조금씩 자라나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라이킷' 하겠습니다.


결국, 세상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 작고 선한 일들로 인해 변할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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