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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 Dec 29. 2018

내가 대만 가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을 반영한 의견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고백하건대, 그 때의 나는 굉장히 충동적이였다. 난 언제나 하고싶은 것이 생기면 일단 귀를 닫고 직진하는 스타일인데 그 때도 그랬다. 대만 해외취업을 결심하고 출국까지 보름도 채 걸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좀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계획하고 떠났어야 했는데 어떻게 저렇게 막무가내로 뛰어들었는지 싶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체계적으로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무대뽀는 내 성향인 듯 하다.


4학년을 앞두고 내 동기들이 하나 둘 취업준비에 몰두할 때 대만으로 워킹홀리데이라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찬성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워킹홀리데이로 가서 사무직 취직한 사람 없다. 여행과 현실은 다르다. 지금 이 시기 놓치면 취업하기 더 어려워진다. 차라리 영어권으로 가라. 대만은 소득 수준도 낮고 임금도 낮다 등등등등등.......... 다행히도 결심이 너무나 확고했기에 다 튕겨내고 나의 길을 갈 수 있었지만, 내 확신이 조금만 약했어도 흔들리고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지금에 와서 든다. 하지만 동시에 넘길 건 넘기고 새길 건 새겼다면 조금 더 나은 시작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어쩌겠나..... 뭐에 꽂히면 내 귀는 자동적으로 닫히는 것을 ...!!!!




해외취업을 결심한 지 보름만에, 딱 백만원을 들고 대만으로 향했다. 첫 주는 호스텔을 전전하면서 방을 구하러 다녔다. 너무 갑작스럽게 온 바람에 호스텔도 꽉 차있는 경우가 많아서 정말 말그대로 여기서 하루 묵었다 저기서 하루 묵었다 하면서 전전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여러 친구를 사귈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내 일터가 어디가 될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냥 '타이베이는 작으니까 어디서 살든 지하철로 금방 갈 수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씬푸(新埔)라는 곳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지옥철을 타고 심지어 MRT에서 미친 변태를 만났을 때는 나의 충동적인 결정을 너무나 후회했었지... 


1) 먼저 회사를 구하고, 집을 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회사를 구하기 전에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는데, 이 때 https://www.workaway.info/ 라는 사이트를 이용하면 하루에 약 3~4시간 정도 일을 해주고 무료로 숙박할 수 있다. 초기 비용도 아끼고, 맘만 먹으면 대만 현지 인맥을 꽤나 사귈 수 있어서 정식 집을 렌트하기 전까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Workawy는 연회비가 있다. 이후에 나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잠깐 일을 한 적이 있는데, (이 후기는 다른 글에서 소개하겠다.) 난 돈 내는 게 싫었기 때문에 아예 메인 스테이션 위주 호스텔을 쭉 리스트업해서 페이스북이나 메일을 통해 직접적으로 연락했다. 



2) 현지 네트워킹을 적극 활용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나는 비교적 쉽게 이런 기회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지만, 나중에 보니까 꼭 나처럼 아는 사람이 없더라도 한인회나 대만 유학생회, 재대만 경제인연합회 등등 다양한 곳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하면서 인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더라


신푸에 둥지를 틀고 본격적으로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다들 많이들 활용하는 1111, 104에 당연히 이력서를 올려놓았지만 나는 네트워킹에 조금 더 시간을 많이 쏟았던 것 같다. 막말로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만들어도 행복할 것 같다는 깡은 있었지만, 그래도 온라인 커머스 쪽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대만에 오기 전부터 있었고, 실제 직장에서 100% 중국어를 사용하면서 일도 하고 나의 경력도 쌓고 싶었기 때문에 최대한 내게 주어진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면접 기회를 만들어내려 했다.


다행히도 나랑 친했던 교수님의 학교 후배가 이 곳에서 주재원으로 일하고 계셨고, 그 분이 다른 지인을 소개해주시고, 그 지인이 또 새로운 분을 소개해주시고 하면서 갓 대만에 도착한 내가 대만에서 최소 몇 년부터 몇 십년까지 몸담고 일해오신 분들과 자리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럿 생겼다. 인맥이래봐야 대학교 선후배, 더 나아가면 외국인 친구들이 다였던 내가 30대부터 50대까지, 요식업, 반도체, 잡지사, 게임회사 등을 운영하고 계신 분들과 식사하며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대만 내 한국-대만교류 페이스북에 친구를 구할 겸 글을 남긴 적도 있었는데 그 때 그 글에 좋아요가 거의 300개 달리면서 친구하자는 메세지를 엄청나게 많이 받았고 그 중 한 명과는 아직도 연락하고 지낸다! 온라인인만큼 걸러내는 작업도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한국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는 대만인이 아주 아주 많으니!! 이런 기회들을 최대한 다 누렸으면 좋겠다


그 당시 나를 가장 많이 도와주셨던 총무님과 이야기한 후에 꼭 기억하고 싶어서 적어둔 일기



3)만약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1만ntd~2만ntd 사이의 돈을 벌고 있다면,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도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부가적인 수익을 찾아보았을 것 같다. 



나는 일하는 동안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퇴사하고 나서야 전자상거래 셀러로 돈을 버는 일을 시작했는데, 그 일에 하루에 약 1~ 2시간 정도만 투자했음에도 한달에 1만ntd 이상의 부가 수익을 얻었다. 시작한 지 몇개월 만에 한국에 돌아가야해서 흑자전환하자마자 한국으로 왔지만, 좀 더 오래 할 수 있었다면 수익도 더 많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이거 말고도 대만생활 vlog를 찍어 올리면서 이미 11만 구독자를 보유한 썸머님도 계시고, 유학하면서 내 동생은 한국어 과외를 두 명 정도 해서 한시간에 500ntd씩 벌어서 한달에 8천ntd 정도의 부가 수익을 냈다. 또.. 아마 유학생이신 것 같은데.. 대만에 체류하면서 한국 화장품 구매대행하고 계신 분의 페이스북 페이지도 봤다. 또 대만에서 블로거를 하시는 분, 그 외에도 포모사 구인란을 보면 단기알바구인공고가 은근히 많이 올라온다! 나도 (포모사 구인란을 통해서 안 건 아니였지만) 공연 무대 조명 설치 단기알바를 지원해서ㅋㅋㅋㅋ 대만의 남자아이들과 함께 땀흘리며 조명을 설치해서 일당을 챙겼던 기억이ㅇ_ㅇ ㅋㅋㅋㅋ 해외에서 조명설치 일을 하고 웃통 벗고 일하는 남자아이들과 나무 그늘 아래서 같이 도시락 까먹고 다시 조명 나르고ㅋㅋㅋ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군. 


현재 하고 있는 일 외에도 다양한 일들을 접해보는게, 수익 상으로는 얼마 안될 수는 있어도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일만 계속 하는 것보다 대만에 체류하고 있다는 그 기회를 살려서 나만의 개인 프로젝트를 해볼 수도 있는거고, 그 프로젝트의 규모나 성과에 상관 없이 내가 해외에서 내 힘으로 뭔가를 일궈냈다는 것은 어디가서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고 많은 사람들이 높게 사는 나의 자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4)한식당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면, 로컬식당에 먼저 지원해보는 건 어떨까? 


내 주위에서도 중국어가 초급임에도 모스버거, 85'c카페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또 내가 살던 집의 집주인은 로컬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었는데 나한테 일할만한 한국인을 추천해줄 수 없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사범대나 문화대 근처에 있는 로컬식당에는 생각보다 한국인 학생들이 많이 찾아서 한국인이 알바하는 것에 열려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요식업에서 일하게 된다면, 한국인 사장님 밑에서 김치찌개 끓이는 법을 배우는 것 보다는 대만 사장님한테 새우볶음밥이랑 루로우판 맛있게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게 더 흥미로울 것 같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이력서 뿌려보는거지!!



5)대만에서만 참가할 수 있는 전시회나 박람회에 자주 참가해서 산업에 대한 견문을 넓혔을 것이다


대만의 세계무역센터에서 역시 한국의 코엑스처럼 다양한 전시회와 박람회를 개최한다. 내가 대만에 있을 때는 일하고 여행만 다니느라 이런 것들에 무지했는데,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실제로 이런 행사에 가봤다는 경험 자체가 원하는 산업에 대한 로열티를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별로 세계의 다양한 기업을 그것도 외국에서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전시회 일정을 볼 수 있는 사이트 

대만의 코트라, TAITRA



대만생활을 완전히 끝내고 귀국하고, 되짚어보니 이런 팁들이 떠오르는데, 사실 대만에 있을 때는 매일 여기저기 여행다니고 돌아다니고 하느라고 이런 생각을 실천하지 못 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즐거웠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다음에 다른 나라로 가게 되면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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