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내가 다정하게 구는 건 너를, 그리고 나를 생각해서였지 내가 너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 당연한 건 아니야.
안부를 묻고 너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내 걱정과 관심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마음을 꺼내서 반응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이지 너처럼 가벼운 맘으로 감정이나 쏟아낼까 하는 마음이 아니라는 거야.
서로의 존재를 알고, 인연이 되어 삶을 나누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 모든 과정이 너는 별거 아닌 것 같이 느껴져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인연'자체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그러니 그렇게 가벼운 건 너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아니야.
지금 이 이야기를 굳이 꺼낸 건 나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어어야.
나의 다정함을 너의 무언가를 위해 이용하기 좋은 도구로 사용하지 마.
누군가의 빈자리를, 알 수 없는 감정의 공백을 나를 이용해서 채우려고 하지 마.
너는 솔직해질 수 없으면서 솔직하게 표현하는 나를 걸고넘어지지 마.
내가 다정한 건 나 자신을 그리고 다른 사람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이라서야.
너는 내가 반짝이는 것 같다고 했지?
아 세상을 '아직은' 아름답게 본다고 했나? 그래서 그게 신기하다고, 의문이라고.
네가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해서, 너의 말처럼 '아직은'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그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는 건 우습거나 철이 없는 게 아니라 수많은 것을 경험해도 '아직까지'라는 그 무언가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해.
내 삶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들 중, 너는 내가 가장 약할 때의 나를 만나서 알고 있잖아. 바닥을 찍고,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던 내가 '아직은' 이렇다는 건 아마도 너의 말처럼 내가 굉장히 착하다는 것일 수도 있지 그렇다고 막 대해도 된다는 건 아니잖아.
맞아. 나는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그런데 가끔 너 같은 사람들 때문에 그렇게 살고자 하는 내 결심이 흔들리기도 해.
나는 나의 차갑고 어두운 면을 알고 있어. 그 모습들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지. 그 모든 과정을 살아오면서 그게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던 것일 뿐 없어진 건 아니라는 거야. 그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한번 생각해 봐. 너는 왜 계속 그렇게 부정적이고, 계산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있는지. 왜 너만의 이유로 이래도 된다는 그 쓸 때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 누군가의 진심을 그렇게나 가벼이 여기고 이용하려고 하는지 말이야. 모르겠다면 답을 구할 때까지 돌아봐봐.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안 그래?
지금 당장 느껴지는 외로움과 알 수 없는 감정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걸 다른 누군가에게 바라지 마. 그리고 해결하고 싶어 누군가를 이용하지도 말고. 그 수많은 핑계들을 대면서 나에게 이해해 달라고 하지 마. 나는 할 만큼 했어.
우리는 뭐였을까 싶어.
정말 우린 뭐였을까? 그 수많은 시간을 지냈는데 참 뭘까 싶다.
이게 아마 마지막일 테지만. 그래도 잘 지내라는 말은 하고 싶네.
잘 지내.
From. 한 때 너의 '무언가' 였던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