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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한 때 나의 '무언가' 였던 -  

by 남다른 양양 Feb 27. 2025

있잖아.

내가 다정하게 구는 건 너를, 그리고 나를 생각해서였지 내가 너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 당연한 건 아니야.


안부를 묻고 너의 이야기를 기울여 듣는 걱정과 관심은 내가 있는 모든 마음을 꺼내서 반응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이지 너처럼 가벼운 맘으로 감정이나 쏟아낼까 하는 마음이 아니라는 거야.


서로의 존재를 알고, 인연이 되어 삶을 나누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 모든 과정이 너는 별거 아닌 것 같이 느껴져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인연'자체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그러니 그렇게 가벼운 건 너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아니야.


 지금 이 이야기를 굳이 꺼낸 건 나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어어야.


나의 다정함을 너의 무언가를 위해 이용하기 좋은 도구로 사용하지 마.

누군가의 빈자리를, 알 수 없는 감정의 공백을 나를 이용해서 채우려고 하지 마.

너는 솔직해질 수 없으면서 솔직하게 표현하는 나를 걸고넘어지지 마.


내가 다정한 건 나 자신을 그리고 다른 사람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이라서야.


너는 내가 반짝이는 것 같다고 했지? 

아 세상을 '아직은' 아름답게 본다고 했나? 그래서 그게 신기하다고, 의문이라고.

네가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해서, 너의 말처럼 '아직은'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그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는 건 우습거나 철이 없는 게 아니라 수많은 것을 경험해도 '아직까지'라는 그 무언가를 잊지 않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해.


내 삶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들 중, 너는 내가 가장 약할 때의 나를 만나서 알고 있잖아. 바닥을 찍고,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던 내가 '아직은' 이렇다는 건 아마도 너의 말처럼 내가 굉장히 착하다는 것일 수도 있지 그렇다고 막 대해도 된다는 건 아니잖아. 


맞아. 나는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그런데 가끔 같은 사람들 때문에 그렇게 살고자 하는 내 결심이 흔들리기도 해.


나는 나의 차갑고 어두운 면을 알고 있어. 그 모습들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지. 그 모든 과정을 살아오면서 그게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던 것일 뿐 없어진 건 아니라는 거야. 그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한번 생각해 봐. 너는 왜 계속 그렇게 부정적이고, 계산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있는지. 왜 너만의 이유로 이래도 된다는 그 쓸 때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 누군가의 진심을 그렇게나 가벼이 여기고 이용하려고 하는지 말이야. 모르겠다면 답을 구할 때까지 돌아봐봐.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안 그래?


지금 당장 느껴지는 외로움과 알 수 없는 감정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걸 다른 누군가에게 바라지 마. 그리고 해결하고 싶어 누군가를 이용하지도 말고. 그 수많은 핑계들을 대면서 나에게 이해해 달라고 하지 마. 나는 할 만큼 했어.


우리는 뭐였을까 싶어. 

정말 우린 뭐였을까? 그 수많은 시간을 지냈는데 참 뭘까 싶다. 


이게 아마 마지막일 테지만. 그래도 잘 지내라는 말은 하고 싶네.

잘 지내.


From. 한 때 너의 '무언가' 였던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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