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다른 양양 Nov 12. 2021

재활을 위해 시작한 필라테스.

서른다섯. 이제야 독립합니다.


"2년 전이 아니라 지금 예전 그 상태의 은영님을 만났다면, 아마 병원으로 가서 재활과 치료를 받으라고 말씀드렸을 거예요. 정말 고생했어요. 지금까지 노력한 것들 사람들은 몰라도 저는 알아요. 고생했어요 정말."




2019년 8월. 재활을 목적으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한약과 양약을 먹고, 침 치료도 꾸준히 받고 있는 상태였지만, 몸 상태가 워낙 좋지 않고, 침을 맞을 때만 좋아질 뿐 통증이 가시지 않아서, 근본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던 중 '재활'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은 자연스럽게 병원 재활프로그램 아니면 운동으로 좁혀졌는데 병원은 가기 싫으니 운동 쪽으로 생각을 하면서 '필라테스'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필라테스 자체가 재활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운동이었으니 지금 내 상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제발 필라테스 자체가 나랑 잘 맞기를 그리고 좋은 강사님을 만나면 좋겠다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단체수업을 듣기엔 내가 잘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재활이 잘 이루어질지 알 수 없었고, 대부분 미용 목적인 분들이 많아서 재활을 원하는 나에게 맞는 공간과 강사님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 내 기도가 하늘에 닿은 건지 차쌤을 만났다.




집 가까운 곳에 1:1 수업을 하는 스튜디오를 발견했다. 가격이 좀 부담이 되어서 몇 번 고민했지만 투자를 해보기로 하고 상담을 시작했다. 


공황장애. 장기 복용하는 약 있음.
몸 전반적인 통증으로 인한 재활. 



조금은 많고, 복잡한 내 상태에 대해 입 밖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참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우선 한 달만 해보고 아니면 병원에 가보자 하고 반포기 상태로 시작했다.


첫 수업. 이미 자포자기의 상태로 들어온 나는 별 기대 없이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수업을 시작했다. 첫 수업부터 동작이 들어갈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정말 꼼꼼하게 전반적으로 내 몸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걷는 모습, 서있는 모습을 보시고 손으로 직접 뼈를 만져가시면서 내 몸 상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모든 과정이 끝난 후 현재 내 상태를 선생님께서 직접 동작으로 보여주셨는데, 몸이 정말 많이 틀어지고 망가진 상태라는 걸 눈으로 보게 되니 할 말이 없었다. 틀어진 몸 자체는 내 평소 자세 때문인 것도 있었고 엄마를 모시는 동안 엄마를 들고 움직여야 했으니 손목, 어깨, 발목, 골반, 허리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선생님께서 내가 생각하는 운동의 목적을 물어보셨는데 나는 '재활'이라고 대답했다. 잠깐 생각에 잠기셨던 선생님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일반 사람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쉽지 않을 것이니 당장의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좌절하지 말고 '일반 사람들이 가진 체력'으로 가는 걸 목표로 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시작한 필라테스는 한 달 하면 오래 하겠다 했는데 벌써 2년.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처음에는 폼롤러에 몸을 대는 것조차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하는 수준까지 가는데 1-2년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듯이 온몸은 조금의 자극에도 아프다고 난리였고, 운동을 하다가 공황이 와서 몇 번이나 뛰쳐나가기도 했다.


수술을 마친 사람보다 몸이 안 좋다는 말을 필라테스 선생님께도 듣게 되니 괜히 스스로에게 화도 나고 속이 상해서 운동을 하면서도 마음이 좋지 않을 때가 많았고, 괜히 조급한 마음이 들어 '나는 왜 안될까?'라는 생각이 들어 좌절을 하고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다.

"분명 괜찮아질 거예요. 그리고 은영님은 이미 시작했고 움직이고 있잖아요. 몸이 분명 알고 있어요.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아요. 우린 재활이 목적이었잖아요. 급할 것 없어요."


필라테스 2년.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다. 정말.


그렇게 주 2회. 꾸준히 다니던 나는 점점 하지 못했던 동작들을 하기 시작했다. 손목이 좋지 않아 엎드려 땅을 짚지도 못했던 나는 땅을 짚고 하는 동작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발목이 돌아가서 걸을 때마다 돌아간 발목을 보아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발목은 앞을 보고 걷고 있다. 


자주 걸렸던 담이 없어졌고 허리와 골반 통증도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내가 일을 할 때 평소 자세가 좋지 않으면 통증이 느껴졌는데, 좋지 않던 자세는 예전에 내가 편하다고 생각했던 자세였다. 


또 예전에는 몸이 덩어리째로 아파서 정확히 어디가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다면, 지금의 몸은 세세하게 여기가 이렇게 아파.라고 말하는 것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있는 나를 보고 선생님이 "이제 일반 사람들이 처음에 와서 하는 동작을 할 수 있고 체력도 좋아진 것 같아요."라고 말씀해주시고는 "돌아가신 은영님 어머님이 걱정돼서 저를 은영님과 만날 수 있게 해 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라고 말씀해주셨다. 


선생님은 내가 어두웠을 때 만났던 사람이다. 앙꼬를 보내고 몸이 극도로 안 좋아진 상태에서 정말 세상에 흥미라곤 없는 모습으로 선생님을 만났는데, 활력과 즐거움을 찾아가는 그 과정을 모두 함께 해주셨기 때문에 엄마가 도와준 것 같다는 말을 내가 아닌 선생님이 해주실 때마다 울컥할 때가 많다. 


항상 생각하지만 차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절대로.




필라테스를 하면서 선생님이 항상 나에게 해주시는 말이 있다.

"몸은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은영님 스스로 못 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몸은 이미 할 수 있다고 해요."


이 말은 내가 겪고 있는 공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운동을 하고 몸이 나아지면서 '내 몸이 버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건지, 또는 내 몸상태를 꾸준히 보고 계신 선생님이 '믿어도 된다.'라고 알려주셔서 그런 건지 공황이 올 때면 버티는 시간도 조금은 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병원 선생님. 한의사 선생님, 그리고 차쌤까지. 하나님이 빨리 건강해지라고 나를 위해 만들어놓으신 드림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2-3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내 몸을 적응시키면서 이렇게까지 왔고 눈에 보이는 변화가 미미할지라도 이미 내 몸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고, 예전보다 더 좋아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겐 얼마나 큰 일이고 감사한 일인지 '감사' 그 자체다. 


사실 요즘 예전보다는 덜 열심히 하는거 같은데, 다시 열심히 해서 '멋지고 건강한 40대를 맞이해야지.'하고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다잡아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라테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내가 아무리 건강이 좋지 않아서 시작했다고 말해도 대부분 "살 빼려고?"라고 묻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빠졌나 보자.", "너 운동하는 거치곤 넘 티가 안 나.", "살이 빠졌다고? 잘 티 안 나는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 건강을 걱정하지도 않으면서 관심 있는 척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내가 살을 빼던 찌우던 관심 좀 끄고, 본인 스스로 꾸준히 무언가를 해보고 나서 나한테 말을 하길 바란다. 나를 비교대상으로 삼지 말고 자기 자신의 몸을 파악하고 건강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길. 


나는 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있을 뿐 그대들이란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니까. (나도 빨리 몸 더 좋아져서 좀 해봤으면 좋겠다 다이어트!!!)

작가의 이전글 내가 정한 복수의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