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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다른 양양 Feb 16. 2022

액땜이면 좋겠다.

철은 없지만, 다정한 마흔이고 싶어.

명절 연휴를 앞둔 목요일. 

지인이 코로나 확진이 되어 급하게 PCR 검사를 받게 되었다. 수요일에 만났었는데 목요일 점심 즈음 걸려온 전화로 갑작스럽게 부산스러워졌던 목요일. 급하게 회사에 보고를 하고 선별 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다.


사실 평소 같았다면 덜 걱정이 되었을 텐데,  명절 연휴를 앞두고 검사를 하려니 확진이 되면 나만 격리를 하는 게 아니라 회사 식구들 모두 격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었다. 그래도 이미 벌어진 일을 어찌할 수는 없는 일이니 다음날 조급하지만 나름 차분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린다.



결과는 "음성"


다음날 음성 판정을 문자로 통보받은 후 출근을 했다. 명절 연휴 전 마지막 근무인 금요일. 정말 일을 어떻게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만큼 마음이 불편했다. 확진이 아니라도 느껴지는 뭔지 모를 미안함과 확진을 받게 된 지인 걱정에 여러 가지 때문에-


검사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 연락을 했지만, 확진을 받은 지인은 기침이 너무 심해서 통화조차 하기 힘든 정도였고 내가 밀접접촉자로 구분이 되는 건지, 격리를 해야하는 것지 알 수 없어 음성결과를 알려주고도 보건소에서 연락이 올까 봐 기다리는 마음을 갖고 연휴를 시작했다.


이게 뭐라고 신경을 써서 그런지 괜히 머리가 아픈 것 같고, 괜히 기침이 나는 것 같고 걱정이 참 많은 나는 셀프 격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친구들도 만나고 귀여운 조카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취소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연휴기간 동안 새벽 배송으로 장을 보고, 신나게 넷플릭스를 보고 책을 읽으며 지냈다. 열 체크를 계속하고, 혹시 모르게 늦게라도 증상이 나올까 자가검진키트도 사놓고 그렇게 연휴를 보냈다.


뭔가 정신없고 스릴있고 그런 명절의 시작이었다.

  



보건소에서 따로 접촉자라고 연락이 올까 싶었지만 연락은 없었고 명절 연휴가 끝날 즈음 그 확진된 지인분과 통화가 되면서 나는 격리대상자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안심하고 외출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명절 연휴가 끝나고 남은 2일과 주말도 쉬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친구를 만나 맥주 한잔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고 남은 시간을 그렇게 보냈는데 갑자기 토요일 밤부터 심하게 앓기 시작했다. 


역시 쉽게 넘어가는 일이 없다.  


심하게 체한 건가 싶어 1주일 넘는 기간 동안 소화제를 몇 병을 마신 건지, 몸살 기운까지 몰려와 코로나인가 싶어 자가 키트로 검사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 음성.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싶던 나는 결국 회사에서도 조퇴를 해야 할 정도로 끙끙 앓았다.


집이던 밖에 있던 머리가 너무 아파서 잠시 기절하듯이 엎드려 자기도 했고, 온몸을 사방에서 잡아당기는 느낌으로 아프더니 토를 하고 한동안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시간을 보내다 이제야 조금 살아났다.


2022년을 시작하는 신정 전후로도 심하게 아파서 혈압이 갑자기 크게 오르기도 했고, 골골거리며 1월을 시작했는데, 구정도 결국 이렇게 뭔가 일이 있고, 앓으면서 시작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차라리 이렇게 아픈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더 큰일 없이 이렇게 지나온 시간이 2022년 시작 전 액땜을 한 거 같아서 "2022년에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기려나보다." 하고 아파 죽을 것 같아 약을 꾸역꾸역 넘기면서도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희망을 걸어봤으니 말이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아프면서 새해를 시작한다고 투덜투덜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이렇게라도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누군가 곁에서 살아 숨 쉬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좀 아프고 고생을 하면서(?) 시작을 했지만 액땜이라 생각하고 1년을 잘 버틴 내게 고맙고, 앞으로 버틸 1년이 무사히 즐겁게 넘어갈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즐겁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액땜이면 좋겠다. 그냥 이렇게라도 으쌰으쌰 하면서 한 해를 잘 버텨보게!


시작은 골골거리며 시작해도 12월 마지막 날에는 환하게 웃으면서 2023년을 맞이하길! 적당히 아프고, 엄청 많이 즐겁고 행복한 한 해가 되는지 기대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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