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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다른 양양 Feb 15. 2022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철은 없지만, 다정한 마흔이고 싶어.

요즘 내 상태를 표현하자면 "그리 좋지도, 그리 나쁘지도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튀어나올 때가 더러 있는데 난 이 적당한 상태에서 느끼는 지루함이 왠지 모르게 반갑기까지 하다.


지루함이 반가운 일이 되다니 생각해 보지 못했던 감정이다.


사실 지루함이 반가워진다는 게 낯설기도 하고, 어느 날은 너무 좋다가도, 어느 날은 심심해서 온 몸을 베베 꼬는 날들도 있어 무언가 널을 뛰는 기분이 들 때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날들의 연속 인 삶 안에서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결국 "좋다."였다.


그러니 생각보다 이 적당한 시간들을 즐거워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생각이 들었다.





2022년도 어느덧 2월.


물론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해서 고민이 아예 없거나 걱정할 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산다는 건 결국 좋고 나쁜 것이 오고 가고의 연속이기 때문에 걱정이나 고민 없이 살 수 있는 날들에 대한 희망은 난 접어둔지 꽤 되었다. 


아닌 것 같지만 무언가 자그마한 것이라도 고민을 하거나 걱정을 하는 일들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지만 그걸 내가 어느 정도 생각하고 마느냐의 문제가 될 뿐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는 건 짧게나마 살아보니 깨우치게 되다 보니 억지로 없애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나도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나, 생각을 해서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내 상태는 지루함을 느낄 정도로 평온하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 지루함을 못 견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사실 이런 상태를 느껴 본 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그런지 지루함을 느끼는 것 자체가 매우 신선한 기분이다. 


조용하고, 평온하다.


겉으로 들려오는 무언가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조용함과 평온함이고, 가끔 출현하는 불협화음이 있긴 하지만 고음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잔잔한 음악 속에서 사는 기분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상황들이 더 익숙해지고 완연해지면 새로운 음들을 찾아서 떠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기 전 이 평온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요즘이다.




어릴 적에는 내 삶에 대한 평가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젊을 때 해야만 한다는 수만 가지 일들이 펼쳐져있고, 그걸 하지 않거나 조금 뒤늦게 억지로 따라 하기도 해야만 했다. 모든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사는 게 꼭 맞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치중된 일들이 더 많이 나열되었던 20-30대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항상 시끄럽고 무언가 해야만 하는 느낌이었고, 부산스러운 느낌이라고 할까? 이런 느낌들이 싫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 모든 것들을 덜어내는 연습을 했었다. 그러니 항상 평온함보다는 치열함이 더 어울리는 시간 들 속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덜어내고 덜어내면서 어찌 무조건 좋았을까? 


가끔 나 자신이 답답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고, 바꾸려고 노력도 많이 해봤다. 하지만 결국 다시 덜어내고 덜어내면서 내가 무엇을 편안해하는지, 좋아하는지 알아가게 되었고 내게 있어 그 작업들은 나이가 들어도 나 자신을 위해 꾸준히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다.


결국 나는 움직이고 있고, 변화하고 있고, 성장하고 있음을 그렇게 확인하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20-30대의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들이 달라지고 성격도, 말투도 다 변화하기 시작한다는 걸 내가 생각보다 변화무쌍한 사람이라는 걸 매년 생각하고, 알아가면서 다행이라는 생각 하며 살고 있는지도. 


나는 나 자신에게 평온함과 자유함을 주고 싶은 내가 되고 싶지, 스스로도 알 수 없으면서 억지로 만들어지는 쿨함과 힙하다는 무언가를 쫓아다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러니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 덜어내고 덜어내면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조금은 지루할지도 모르는 평온함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를 일이다. 


이 평온한 기분을 언제까지 요즘과 같은 방식으로 느낄지 모르겠지만, 방식과 행동은 달라질지 모르지만 내 앞으로의 10년 동안은 자연스럽고 자연스럽게 이 평온함을 잃지 않고 잘 유지해 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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