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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다른 양양 May 19. 2022

무지개다리 너머, 그곳은 어때?

철은 없지만 다정한 마흔이고 싶어

앙꼬는 지금 어디를 여행하고 있어?


2019년 5월 19일.

그리고 지금. 2022년의 5월 19일.


앙꼬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



얼마 전, 싸이월드 사진첩이 열렸는데 기대하지 못했던 사진 중 하나가 바로 너였어. 폴더 이름도 "우리 앙꼬♡"로 되어있더라. 그 속에는 잠시 잊어버렸던 앙꼬 모습이 많아서 그런지 한참 동안 사진을 보다가 지영언니랑 앙꼬 사진 공유하고 보면서 우리 둘 다 앙꼬가 너무 많이 보고 싶다고 말했어.


맞아. 아직도. 여전히. 넌 언니에게 모든 것이야. 


반려견.


그래 앙꼬 너는 나의 반려견이었지. 물론 이 단어로도 설명이 되겠지만 나에게 있어 넌 나의 유일한 자매이자, 사랑한 가족이었기에 가끔 네가 나에게 찾아온 이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 생각하곤 해.


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서 누가 물어보더라 펫로스 증후군을 어떻게 이겨냈냐고.


나는 이겨낸 적이 없다고 말했어. 그리곤 며칠 전에 청소를 하는데 베란다에 햇빛이 들어오는 길을 보면서 "우리 앙꼬가 이 장소를 참 좋아했는데." 하고 혼잣말하다가 울어버렸다고 말했어. 아직 그 마음이 뭔지 모르겠다고 그냥 보고 싶고, 애틋하고, 슬프기도 하다고.


나는 엄마를 하늘로 보내고 나서 가족과 이별을 하는 기분을 처음 알았는데 반려견의 죽음도 그만큼이나 힘들다고, 반려견의 죽음은 정말 오롯이 나만 슬퍼하는 기분이어서 더 많이 울게 되는 거 같다고. 그러니 난 아직 이겨낸 적이 없으니 방법을 물어보지 말아 달라고 말해버렸어.


아마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많은 댕댕이들의 가족들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더라.


음..

그래서 앙꼬야 언니가 하고 싶은 말은 아직도. 여전히 네가 너무 보고 싶다는 말이야.




신기한 게 엄마가 그립다는 말은 언니에게 너무 무겁고 무거워서 말을 잘 못 뱉어내는데 순간순간 "앙꼬 보고 싶네." 하고는 네가 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막 울어버리기도 하고, 웃어버리기도 하고 감출 수 없이 그 그리움을 다 표현하고 있더라.


나는 사실. 이렇게까지 그리워하게 될 줄 몰랐어. 

아니 적어도 이렇게 큰 감정이 되어버릴 줄은 몰랐던 것 같아. 


앙꼬가 그만큼 언니에게는 큰 존재였다는 걸 지금 더 많이 깨달았을지도 모르겠다.


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몇 달 만에 간 카페에서 한 강아지가 있었는데 사람한테 잘 가긴 하는데 옆에 오래 앉아있지는 않더라고. 나는 너를 보내고 처음 본 털북숭이라서 반갑기도 하면서도 네가 또 생각나서 울컥하는데 그때 그 이상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던 거 같아.


근데 그 친구가 옆에 와서 앉아있어 주더라. 별거 아닌 행동이었을 수도 있는데 댕댕이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인간의 감정을 느끼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위로를 해주는 것 같아서 그 아이 등에 기대서 한참 앉아있다가 고맙다고 이제 괜찮다고 하면서 등을 통통 두들겼더니 다시 가버렸어.


앙꼬가 있었기에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 엄마가 돌아가시고 너와 내가 서로를 이해하고 안아주었던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가끔 만나는 댕댕이들을 한참 쓰다듬고 있으면 지금도 눈물이 나고 그래서 옆에 잘 안 가려고 해.




세상에 아무도 날 이해해 줄 사람이 없겠다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에겐 앙꼬가 있었으니 괜찮아."라고 말해. 


그만큼 이해해주는 존재가 있었으니 괜찮았던 거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말하면서 위로를 하기도 해. 너만큼 그때의 나를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존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앙꼬야 언니는 너 덕분에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그때의 나를 알아주는 네가 곁에 있었기에 그 시간을 잘 이겨내고 살아오고 있으니 고맙다고 말이야. 


그리고 지금 언니는 앙꼬 덕분에 행복해.


앙꼬야. 아마 앞으로도 언니는 앙꼬를 많이 생각할 텐데 그 마음을 점점 줄이고 줄이고 줄여서 작게 만들어서 가슴속에 깊이 간직하게 될 거야. 


너를 잃거나 잊겠다는 게 아니라 언니는 천천히 따라갈 테니 너는 너만의 산책길을 편안히 가라는 언니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돼. 내가 잘 오고 있는지, 잘 걸어가고 있는지 뒤를 돌아 확인하지 말고 그냥 쭉 가면 언니가 뒤에 있을 테니까 말이야.


언니 잘 오고 있는지 체크하고, 밤마다 이방 저 방 돌아다니면서 안전을 확인해주고 그런 건 이미 많이 해봤잖아.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더 자유롭게, 즐겁게, 꽃냄새도 많이 맡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가끔 엄마도 만나서 놀고, 친구들과도 신나게 놀고 있으라고. 언니는 괜찮으니까. 


그래도 오늘은 꼭 보고 싶다고 주절주절 길게 말해주고 싶었어. 


2019년, 2020년은 비가 왔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너무 좋다 앙꼬야.

고마워. 그리고 언니가 정말로 아직도 여전히 많이 사랑해. 앙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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