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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다른 양양 Jul 07. 2022

그 시간을 지나오니 알게 되는 것.

철은 없지만 다정한 마흔이고 싶어

벌써 7월. 

아침에 출근하는 시간부터 땀이 나기 시작하는 여름. 벌써 22년도 반이나 지나갔다는 게 믿기지 않는 요즘을 보내고 있다. 정말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말이다.


꾸준히 찾아와 주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상반기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유독 힘들게 마음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고 몸과 마음은 조금은 주저앉아버린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그렇게 만든 실체가 더 명료해지고 명확해지는 시간을 지나 보내고 나니 조금은 많이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걸 중단하고 동굴 속으로 들어갈 만큼 힘들었을 일인가?라고 스스로 되묻기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내린 답은 하나였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깊은 아플만한 결정이었을 테니까."


실체가 명확해지고, 결론이 명확해지면서 조금은 시원하기도, 섭섭하기도 했고 이제 나아갈 일만 있구나 싶어서 기운을 차리겠다고 다짐하고 제일 먼저 한 것이 바로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일이었고, 잘 먹고 즐거운 생각을 하는 시간을 늘리는 걸 가장 많이 했다.


일어나 또다시 시작하겠다 글로 마음을 정리한 게 5월이었는데, 움직일 수 있었던 건 길었던 봄을 다 떠나보낸 여름의 시작인 6월이었다.


그렇게 6월의 시작과 끝을 보내고 7월을 맞이한 지금 내 마음은 좀 더 가볍고, 덤덤하며, 단단하다.





2022년. 여름.


어릴 때에는 새롭고 다양한 무언가를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시기인 만큼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알게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사는 게 재미가 있을까? 싶은 걱정을 미리 할 만큼 가끔 단정하기만 한 어른들을 보면 그런 생각을 곧잘 했던 나였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때의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나이에 있는 지금은 감정의 다양함을 넘어 세세하고, 깊어지는 감정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알지 못했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것만 같기도 하고, 머리를 탁 치게 만드는 무언가를 알게 되기도 하고, 좋을 때도 있지만 싫을 때도 있어서 참 난감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새로울 때가 많다.


아마 누군가는 더 일찍 혹은 더 늦게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겠지만, 지금의 나는 이 모든 과정을 잘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충실하게 하나하나 잘 들여다보려고 한다. 과정이 즐거울 때도 있고,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서 요즘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전과는 다른 감정들을 느낀다. 크게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단순히 지나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집중해서 듣기도 한다. 어떤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사실과 더불어 연결되어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나면 결정을 하면 된다. 

무관심해질지, 관심을 가질 것인지, 움직일 것인지, 지울 것인지, 포기하고 돌아 설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결론이 나왔다면 이전보단 더 명확한 나에 대한 확신을 더 많이 갖고 움직일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 또 이 나이에만, 이 시기에만 알아야만 하는 것, 느껴야만 하는 것들이 모여지고 이로 인해 망가져보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 보기도 하고, 주저앉아보기도 하는 시간들을 겪으면서 더 깊고 넓어지는 것들을 갖게 되는 게 그 때 그 시간들만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의 모습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니 너무 급하지 않게 안달 나지 않고 천천히 즐겁고 평안하게 누려보기로 했다. 


지금 만들어진 깊이도 결국 그 앞에 수많은 일들 속에서 내가 만들어낸 깊이일 테니 잘 다듬어 가려고 마음만 먹으면 되겠단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이렇게 또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할 때는 더 단단하고 깊은 내면을 가진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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