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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다른 양양 Nov 08. 2022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철은 없지만 다정한 마흔이고 싶어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브런치가 알려주더라고요. 글을 올리지 않은지 60일이 지났다고 말이에요. 생각해보니 가을을 잘 맞이해보겠다고 말했는데, 겨울의 시작 앞에 서 있는 지금에서야 이렇게 글을 쓰게 되다니,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요상 복잡했었나 봅니다.


2017년 11월 9일은 엄마의 죽음을 바라본 날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독립을 시작한 날이자, 브런치에 무언가라도 쏟아내야 할 것 같았던 이유가 생겼던 날이기도 했는데, 2022년 벌써 5번째 11월 9일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고 덤덤하게 이 가을과 겨울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고 저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지만 요즘 푸념처럼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정해져 있습니다.


"자만했다."라는 말이에요.





사실 5년이 지나면 조금은 괜찮아질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던 9월의 시작도 또 10월의 마지막도 조금은 괜찮아져서 자신감이 조금은 생겨났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결국 전 이 이별에 대해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 버렸습니다.


자만했어요 제가. 


5년은 누군가에겐 긴 시간이겠지만 어찌 보면 생각보다 짧고 괜찮아지기를 바라기엔 아직 멀었다는 걸 또 이렇게나 알게 되나 싶습니다. 그래도 차분하고 덤덤하게 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게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있게 되었다는 게 조금은 이루어낸 무언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말은 여전히 제겐 좀 먼 이야기입니다.


아니 오히려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 헤어짐이 확 와닿아서 울 수 있었던 그때의 내가 부러워질 정도로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이별에 대한 수많은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겪어야만 했고, 엄마의 부재를 매일 확인하는 일이 생각보다 고되고 벅차기도 합니다.


더 깊어지고 가라앉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기분이 들어요. 지난 5년간의 감정은 항상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만 가득이네요. 5년 전 그날 후로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감정을 갖고 삽니다. 


그래서 가끔 헤어짐에만 슬퍼할 수 있었던 5년 전의 제가 부럽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까요.


매 해마다 벅차고 고되다고 말하고 있는데 언제쯤 끝이 날까요? 

아직 멀었는데 5년이면 그래도 좀 나아지겠다 생각한 제가 참 자만했습니다. 그렇죠?





이번에도 결국 엄마한테는 못 갈 것 같습니다. 용기가 나지 않아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데 말이에요.


엄마는 나를 볼 수 있지만 저는 엄마를 볼 수 없고,

저는 엄마에게 말을 걸 수 있지만, 엄마는 대답을 할 수 없죠.


이 사실이 저는 아직도 여전히 너무 아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엄마가 모셔져 있는 곳에 가면 이 끔찍한 사실을 매번 확인받는 자리가 되는 것 같아서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 방식대로 제 마음이 가는 대로 이 시간을 또 잘 지내보려고 합니다. 아직 저에게 시간이 허락되어있으니 말이에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지내볼 예정이에요.


엄마의 기일. 잘 보내고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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