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어제와 오늘
신조어란, 새로 생긴 말이다. 어느 날 문득 찾아와 처음부터 함께 했던 거처럼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삶에 녹아든다. 나에게 있어 K-팝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내가 듣는 음악을 '대중음악', '대중가요'라고 불렀던 거 같은 데 어느샌가 사람들이 K-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음악의 종류는 다양하고 우리와 친밀하다. 발라드, R&B, 팝 등 전공자가 아니어도 제법 여러 종류의 음악을 듣고 있다. 그중에 팝(pop)은 '인기 있는' '대중적인'이라는 뜻의 'popular'에서 그 의미를 가져온 음악이다. 일반 대중들에게 가장 익숙한 장르로, 멜로디와 리듬이 대체로 쉬운 편이며, 보통 3-4분 정도의 길이로 절-후렴 형태가 많다. 노래 가사 역시 대중들의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사랑',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중 K-팝은 ‘Korean POP’의 줄임말로, 한국의 대중음악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중음악은 모두 K-팝인가,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빅뱅, 소녀시대의 음악은 K-팝이라는 단어와 어울린다. 그러나 이문세, 토이, 윤미래의 음악은 대중적으로 유명하더라도 K-팝이라기엔 어딘가 어색하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K-팝이란, 아이돌 음악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이란, '우상'이라는 뜻으로 그 팬층이 주로 10대들인 가수를 말한다. 보이그룹, 걸그룹, 혼성그룹이 있으나 현재 한국에서는 혼성그룹은 그 수명이 길지 않아 보이그룹, 걸그룹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이돌은 가수인 동시에 음악 하나로 승부를 보는 '가수'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들의 음악은 댄스음악을 메인으로, 영어 가사, 랩이 포함된 경우가 많으며 메인 보컬, 서브 래퍼 등 각 멤버마다 포지션이 있어 모든 멤버가 가창력이 뛰어나거나 랩을 잘하지 않아도 된다. 대중들의 시선도 노래를 부를 때 같은 실수를 메인 보컬 할 때는 비판적이지만, 메인 래퍼에게는 관대하다. 나 역시 아이돌의 모든 멤버가 노래를 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음악은 그룹으로서 완성된다.
K-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지금의 이미지는 2000년대에 데뷔한 2세대 아이돌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세대 아이돌의 대표 주자로는 보아,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가 있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다) 이들은 지금의 아이돌 데뷔 과정인 '오디션-연습생-데뷔' 단계를 거쳐 데뷔한 아이돌이다. 가수, 아이돌이 꿈인 10대 초중반의 학생들이 여러 오디션에 도전해 합격하게 되면 연습생의 삶이 시작된다. 매일 노래, 춤, 랩 등을 연습하고, 정기적으로 평가를 받으며 '데뷔'라는 기약 없는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연습생 시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한채 꿋꿋하게 버텨냈다는 이야기는 이제 한국 아이돌에게 빼놓을 수 없는 서사이다. 모두가 비슷한 루트를 통해 데뷔를 하다 보니 K-팝 아이돌은 '공장형 아이돌', '양산형 아이돌'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방황의 시기인 10대 시절에 먹고 싶은 걸 먹는 자유부터 시작해서 친구,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한 그들의 열정은 대중들에게 'Idol'이라고 불릴 자격을 부여한다.
이러한 과정 끝에 데뷔한 2세대 아이돌들은 데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에서 유명해졌고, 음악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그래서 이들은 더 이상 국내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려 그들의 활동범위를 넓혔다. 특히 국내 팬들이 '일본 콘서트 갔다 올게'라는 말을 할 정도로 해외 활동, 특히 일본 활동에 열심이었으며, 그들은 개척자로서 K-팝이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킬 정도로 해외 음악시장에 작지만 확실한 영향을 주었다. 2세대 아이돌이 개척한 길을 3세대 아이돌이 뒤따라 가며 그 지경은 더욱 넓혀졌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을 넘어 세계 1위 음악시장인 미국에까지 K-팝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있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핫 100 1위, 블랙핑크의 코첼라 공연 등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이들은 K-팝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언어와 인종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아이돌이 되었을까.
3세대 아이돌로 넘어오면서 음악과 아티스트에 한정하지 않고 그들의 팬덤 문화까지 K-팝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포함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무대 밖의 아이돌에 대해 알아가려면 그들이 출연하는 지상파 예능 또는 매체 인터뷰를 통해야 했고,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팬미팅, 콘서트에 가야만 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온라인화가 된 세상에서 아이돌과 팬들은 유튜브, V앱 등 보다 자유롭게 소통할 창구를 얻었으며, 자체 콘텐츠를 통해 아이돌과 팬들은 함께 웃을 수 있는 추억을 공유한다. 서로 간의 소통은 팬들 뿐만 아니라 아이돌에게도 스스로의 직업의식을 상기시키고 동기부여를 받는 중요한 활동이 되었다.
이제는 4세대 아이돌로 에스파, 스테이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이 등장하며 계속해서 아이돌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마의 7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명이 짧았던 아이돌 시장은 점차 그 수명을 늘려가고 있어, 세대교체가 아닌 세대 공존으로 3세대, 4세대 모두 활발히 활동 중이다. 끝을 모르고 성장하는 K-팝이 앞으로 어디까지 그 의미를 확장해나갈지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