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THEORY : Final Edition' 앨범 리뷰
"우리는 선택한 대로 살아간다. 설령, 선택이 정해져 있더라도.
모든 선택은 고민의 끝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끝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시간을 일단락한다. 모든 탄생은 끝에서 시작된다. 예외는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 YOUNHA 6th Album Repackage 'END THEORY : Final Edition' 앨범 소개에서
코로나는 창궐했고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으로 보내져 오프라인 세상과의 단절을 맛보았다. 사람들을 온라인 세상 또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게 만든 이 팬데믹은 한 아티스트에게 '시간', '끝'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물음을 던졌고 늘 그랬듯이 그는 이 고민을 음악적으로 풀어나가기로 결심했다. 윤하의 'END THEORY' 앨범의 시작이었다. 2021년 겨울에 발매한 정규 6집 'END THEORY' 앨범은 윤하의 끝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곡의 멜로디와 가사로 드러난다. '끝'이라는 주제에, 우주라는 배경을 가지고와 가장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인 분위기로 자신만의 이론을 풀어나간 그는 앨범 소개의 말처럼 "딛고 지내온 모든 것들을 사랑하"자는 선택을 했다. "더 이상의 시공간은 중요하지 않으며 주어진 시간이 얼마큼 남았는지 모른대도 상관없다." 그리고 그는 지금 정규 6집의 리패키지 앨범 'END THEORY : Final Edtion'을 통해 이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는다. 끝맺을 마지막 이야기. 이번 앨범은 역설적이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이 끝이 낳을 윤하의 시작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작년에 발매된 'END THEORY' 앨범은 가사의 흐름대로 트랙이 배치되어 끝을 향한 여행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끌었다. 여행의 시작을 선포하는 'P.R.R.W(The process, result and the reason why)'가 첫 번째 트랙으로 배치되어 떠나기 앞서 모든 과정과 결과, 이유를 과거에서 찾지 않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고 이것은 곧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동료들과 실행하겠다는 리더의 이야기, '나는 계획이 있다'로 연결된다. 그 뒤로 이어지는 트랙들로 여행의 모습과 감정을 좀 더 분명하게 그릴 수 있다. 보이저호의 시선으로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오르트구름'을 지나쳐 '물의 여행'처럼 유연하고 한계 없이 나아가는 이 여행은 함께했던 수많은 것들에게 '잘 지내' 인사를 잊지 않게 해 주고 더욱 넓은 세계로 나아가 '반짝, 빛을 (내)'낼 날을 기대하게 만든다. '6년 230일'이라는 카운트다운 아래에서 끝을 실감하며 주어진 시간을 사랑하는 데 쓰겠다고 결심하지만 'Truly'에서 "마지막 숨을 지켜줄 누군가가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갖기도 한다. 끝을 맞이해 '별의 조각'으로 남게 되었지만 '하나의 달'에게서 배운 동경 그 자체로 만족하는 마음은 마침내 별의 조각들을 맞춰 하나의 별이 되게 해준 너라는 'Savior'를 향한 노래로 승화된다.
윤하가 낳은 '끝'에 대한 이론과 감정들은 'END THEORY' 앨범에서 완성되는 듯 보이지만 끝맺을 마지막 이야기인 리패키지 앨범 'END THEORY: Final Edition'을 통해 앨범의 완성도는 그 깊이를 더한다. 이번 리패키지 앨범은 타이틀곡 '사건의 지평선'을 포함한 자작곡 4곡이 추가되면서 트랙 순서가 재배치했다는 점에서 앨범 전체를 순서대로 들어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가진다. 리패키지 앨범의 트랙들은 'END THEORY'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세계관 속 이야기 순서대로 배치되었고 이야기는 양장본 책처럼 만들어진 앨범에 담겨있다. '오르트구름'에서 태어나 낯선 궤도에 놓인 '살별', C/2022YH와 '물의 여행'을 따라 지구에 도착한 소녀 YH의 이야기이다. 지구를 향하는 '살별'과 그를 바라보는 소녀의 기도 그리고 여행의 끝이 낳은 '별의 조각'은 11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사건의 지평선'의 모든 서사와 감정을 만들어낸다. "(c/2022YH) 이별은 끝이란 이름으로 불리지만, 모든 끝은 또 다른 시작과 이어져 있다. 여정의 안녕을 마주하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기에, 긴 시간 후에는 분명 미지의 환상으로 남을 거라 믿는다." "(YH) 긴 여행,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서 나의 시작이 되어줘" 서로의 끝에 시작이 함께하길 소망하며 '사건의 지평선'으로 'END THEORY: Final Edition'은 마침내 마침표를 찍는다.
'사건의 지평선'은 강한 중력에 의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의 경계로, 윤하는 완전한 끝의 경계를 무대로 가져와 이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 사건의 지평선을 묘사한 후렴의 가사는 아련한 감정을 드러내지만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가사와 함께 경쾌한 포크락 위에 얹어져 아련함과 산뜻함을 동시에 가진 이별을 표현한다. 또한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이별을 끝이 아닌 새로운 길의 모퉁이, 즉 새로운 시작으로 묘사한 가사는 'END THEORY: Final Edition'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드러낸다. 이별이 두렵기도 하지만 노력하며 억지로 붙들여 놓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산뜻한 안녕을 선물한다. "모든 탄생은 끝에서 시작된다. 예외는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믿음이 만들어낸 찬란한 이별이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유기성을 가지는 트랙리스트와 앨범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타이틀곡까지 명반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이번 앨범은 아티스트 윤하의 음악성뿐만 아니라 그의 리더십까지 드러낸다. 그는 앨범의 주체로서 먼저 발매된 'END THEORY' 앨범과 리패키지 앨범 'END THEORY: Final Edition'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고 11개월의 송캠프 'Stardust Mission'의 리더로서 팀을 이끌었다. 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알고 그 길이 틀리지 않음을 아는 리더는 함께 하는 팀원들에게 힘을 준다. "실패하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 같이 만든 건데 다 각자의 공이 있고 각자의 성취가 있어야 되잖아요.(윤하)" 처음부터 팀원들의 몫에 책임감을 갖고 있던 윤하는 송캠프를 시작하기 앞서 먼저 자신이 최근 생각하고 있는 것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한 서면을 나눠주며 앨범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모두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안내했고 각각의 팀원에게 무게감 또는 공감,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주면서 모두가 이번 프로젝트에 열의를 갖게 만들었다. 그렇게 일관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팀원들 모두가 작곡가로 이름을 올리며 처음 윤하의 바람대로 각자의 성취가 있는 진정한 협업의 결과물이 탄생했다.
자신이 가진 부담의 무게가 크다고 느껴질 때 윤하는 혼자 공항을 간다고 한다. 자신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겠다고 자원했을 때도 그는 어김없이 공항을 방문했다. 그의 말처럼 리더의 자리는 '지킬 앤 하이드'와 같이 좋은 이야기를 하며 응원하는 지킬의 모습과 빌런 같은 하이드의 모습을 모두 가져야 한다. 스스로도 혼란스럽다고 말한 리더의 시작이었지만 'Stardust Mission, 윤하 6th : 1년의 기록'를 통해 우리는 그가 책임감과 포용성을 동시에 가진 리더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각 팀원들에 대해 물을 때 그들의 장점을 주저 없이 대답하는 자신감으로 그의 팀원들을 향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으며 윤하의 "정신 차려"라는 말로 슬럼프를 극복하는 팀원은 윤하가 얼마나 신뢰받는 리더인지를 알게 한다. 협업은 가요계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고 협업으로 좋은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좋은 리더가 필수 조건이다. 'Stardust Mission, 윤하 6th : 1년의 기록 #8'에서 팀원 중 한 명인 권순일은 인터뷰에서 완성한 앨범을 "참여한 사람들의 너를 위한 작은 선물"이라고 말한다. 리더는 책임감을 가지고 모든 팀원에게 각자의 공을, 팀원들은 리더에게 신뢰감과 애정을 가졌기에 자신의 노력을 리더를 위한 선물로, 이상적인 협업을 이끌며 윤하는 앞으로 어떤 팀을 만나도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리더가 되었다.
윤하의 말처럼 음악을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 도움이 기적적으로 맞춰져" 나가는 일이다. 기적을 경험한 윤하는 끝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단언한다. "모든 탄생은 끝에서 시작된다. 예외는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끝을 이야기하는 이번 앨범이 그의 또 다른 시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앨범의 주체가 되는 아티스트로서, 한 프로젝트를 이끄는 리더로서 정점을 찍은 윤하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낼 것이다. 예외는 없도록 설계되었다며 확신하는 믿음이 있기에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앞으로도 역시 끝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지평선 너머의 탄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