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시작하기 전에 무조건 재범씨가 편한 대로 하셔도 좋다고 말씀드렸는데 너무 편한 모습을 보이셔서 좋았어요."
"(웃음) 그래야 보는 분들도 편하시니까요"
- 아이유의 팔레트 EP.11, 'GANADARA' 첫 라이브 후 토크에서
세상에 심각한 일들이 너무 많아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걱정거리를 가득 안고 힘이 잔뜩 들어간상태로 살다가 조금 힘을 빼고 싶을 때면 가볍고 즐거운 노래를 들어보자 봄도 왔으니 말이다.
#wecanbeyourKoreanteacher
박재범과 아이유가 만나 봄이라는 산뜻한 시기에 좋은 곡이 발매되었다. 이름도 가볍게 'GANADARA'. 두 아티스트가 만나 함께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박재범의 'All I wanna do'를 들은 아이유가 그에게 "언제 기회 되면 같이 작업해요"라고 가볍게 (하지만 진심으로) 던진 말이 시작이었다. 그 말 한마디로 바로 작업에 들어간 박재범은 빠르게 트랙을 완성해 아이유에게 제안하는 추진력을 보였다. 작업 방식 또한 아이유가 놀랄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냥 그 자리에서 모여서 이것저것 만들어보다가 그날 그 자리에서 결정"됐다는, 소위 말하는 힙합 스타일의 작업 방식은 깊이감이 느껴지는 다른 곡이 아닌 'GANADARA'의 작업 방식이라고 하면 왠지 납득이 간다.
물론 듣는 이가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아티스트의 프로페셔널함이 필요했다. 사실 'GANADARA'는 둘이 만나 작업한 첫 번째 곡이 아니다. 먼저 작업하던 곡이 있었으나 "이 트랙보다 좀 더 우리에게 딱 맞는 곡이 있을 것 같다"는 아이유의 제안으로 다시 작업해 탄생한 곡이 'GANADARA'다. 그리고 그때 아이유의 선택은 옳았다. 이 곡에서는 박재범의 파트도, 아이유의 파트도, 둘이 함께 부르는 파트까지 둘 외의 다른 보컬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탄생한 곡은 사실 2020년에 이미 녹음이 끝난 상태였다.
좋은 곡이 주인을 잘 만났으나 2020년에 완성된 곡은 2년 동안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듣는 이들은 박재범과 아이유의 만남이라면 언제 발매해도 큰 주목과 사랑을 받았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박재범은 신중히 'GANADARA'가 발매될 가장 최적의 시기를 살폈다. 아이유가 속으로 "나 잘렸구나(?)"라고 생각할 만큼 감감무소식으로 좋은 발매 시기를 기다리던 박재범은 2022년 3월 'GANADARA'를 공개했고 이때 박재범의 선택은 옳았다. 곡은 발매와 동시에 설레는 봄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며 단숨에 멜론 주간차트 1위, 일간차트 1위라는 결과를 보였다.
'GANADARA'는 벚꽃이 흩날리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짧은 도입부 이후에 박재범의 "예전에 한국말을 잘 못 할 때를" 소재로 쓴 실화(?) 바탕의 재밌는 가사들이 들려와 듣는 이를 피식 웃게끔 만든다. "난 한국말까지 서툴러 번역기도 전혀 도움 안 돼 네 맘엔 어쩔까 걱정만"이라는 가사는 서투른 한국말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의 소심한 마음이 귀엽게 표현되어 있다. 반복적인 멜로디 라인은 마치 언어를 가르칠 때 여러 번 말하며 가르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간단한 앨범 소개의 문구 #wecanbeyourKoreanteacher과 잘 어울리는 단순한 구성이다. "I wouldn't mind if I died in yours arms"라는 가사 뒤로는 아이유의 재잘거리는 말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와 곡을 듣는 이도 음악 작업에 함께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나다라마바사"라는 가사로 곡이 끝난 후에도 후렴의 멜로디와 가사는 귓가에 맴돌아 곡의 유쾌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다시 한번 재생 버튼을 누르도록 만든다.
'GANADARA'를 들으며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면 이제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볼 차례다. 실제 뮤직비디오 제작 상황이었다는 "박재범의 아이유 섭외기"를 보다 보면 내 삶의 많은 걱정거리들을 뒤로 한채 "아이유는 정말 뮤직비디오에 출연해줄 것인가"에만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봄이 끝나가기 전에 'GANADARA'에 가득 담긴 두 아티스트들의 즐거움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