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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점 Apr 07. 2022

빅뱅이 지나온 '봄여름가을겨울'

'봄여름가을겨울' 앨범 리뷰

You turned my wailing into dancing; you removed my sackcloth and clothed me with joy. (Psalm 30:11)

주님께서는 내 통곡을 기쁨의 춤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나에게서 슬픔의 상복을 벗기시고, 기쁨의 나들이옷을 갈아입히셨기에 (시편 30:11)


                                                                                                - 빅뱅의 '봄여름가을겨울' MV에서





'꽃 길' 위에서 "그리워지면 돌아와 줘요/ 그 자리 그곳에서 날 기다려요" 말하며 떠난 빅뱅은 4년의 시간이 흐른 후 싱글 '봄여름가을겨울'로 돌아왔다. 최근 아이돌이 컴백할 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컴백 날짜를 팬들과 함께 세고, 화려한 콘셉트 포토와 티저를 하나씩 공개하며 컴백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는 것에 비해 빅뱅은 낡은 폴라로이드 이미지의 콘셉트 포토만 공개하며 컴백을 알렸다. 리더인 지드래곤 또한 아무 말 없이 공개된 콘셉트 포토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할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빅뱅의 귀한" 이라며 떠들썩한 언론에 비해 화제의 주인공인 빅뱅은 사뭇 조용하다. 컴백 후에도 (사실 홍보가 필요치 않긴 하지만) 홍보를 위한 활동은 없다. 빅뱅을 마다할 방송은 없겠지만 이들은 음악방송 출연조차 하지 않는다. 지난 4년 동안 빅뱅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다시 만날 날을 위해 꽃 길을 깔던 빅뱅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긴 시간을 보내고 컴백한 빅뱅에게 우리는 궁금한 것도, 묻고 싶은 것도 참 많다. 하지만 빅뱅은 말을 늘어놓는 대신 음악에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발매한 싱글 '봄여름가을겨울'은 상당히 자전적이다. "빅뱅 멤버들이 가창을 통해 자아내는 청춘에 대한 회상"이라는 곡 소개처럼 주가 되는 것은 멤버들의 목소리다. 곡의 따뜻한 멜로디와 담백한 반주 모두 멤버들의 목소리를 받쳐줄 뿐이다. 한층 성숙해진 목소리가 노래하는 가사는 가사지를 보지 않아도 명확하게 들린다. 한치의 오해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빅뱅이 들려주는 유일한 이야기다.


빅뱅 '봄여름가을겨울'

"이듬해 질 녘 꽃 피는 봄 한여름 밤의 꿈 가을 타 겨울 내릴 눈 1년 네 번 또다시 봄" 태양의 목소리가 계절의 순환을 노래하며 여는 이 곡은 먼저 지나간 청춘, '봄여름가을겨울'에 대한 멤버들의 회상으로 시작하고 이 회상은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동반한다. "정들었던 내 젊은 날 이제는 안녕" 이라며 자신의 젊은 날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는 대성은 뮤직비디오에서 방문 앞에 서서 홀로 사진을 찍는 과거의 자신을 바라본다. 원래는 4명이 찍기로 했다는 듯이 대성 양옆으로 3개의 빈 의자가 보인다. 쓸쓸함이 느껴지는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며 대성은 "아름답던 우리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 말한다. "비 갠 뒤에 비애 대신 a happy end"를 소망하는 지드래곤은 "철 없이 철 지나 철들지 못해(still) 철부지에 철 그른 지 오래"라며 자신이 철 들어간 시간 그리고 철부지였던 시간을 이야기한다. 사계절 잘 지내고 있다며 우리에게 "Good-bye" 인사를 건네는 탑은 회상을 통해 "지난밤의 트라우마"와 "내 안에 분노"를 과거에 묻는다. 4명의 멤버가 기억하는 청춘은 각각 다른 인상을 주지만 이들 모두가 시간의 방해를 받지 않는 장소에 머무르며 회상한다는 점에서 지난 청춘에 대한 그리움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다. 태양은 노란 꽃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배 위에 있지만 그 배는 어딘가로 떠날 수 없는 난파선이다. 대성이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방에 있는 시계는 시침과 분침이 없어 시간을 알 수 없고 탑이 등장하는 장소 역시 영원히 녹을 것 같지 않은 눈으로 뒤덮인 달이다.  지드래곤은 보다 직접적으로 수많은 팬들 앞에 선 자신을 떠올리며 울었던 웃었던 소년과 소녀가 그립다고 말한다.


아무리 그리운 시절이라고 해도 과거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태양의 가사처럼 "계절은 날이 갈수록 속절없이" 흐르기 때문이다. 청춘을 회상하며 자신의 청춘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노래하던 멤버들은 어느새 자신의 과거를 떠나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태양은 난파선에서 내려오기 위해 일어서고, 대성은 과거의 방을 뒤로 한채 걸어간다. 탑은 "전보다는 더욱더 좋은 사람"으로 변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지드래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있던 자리를 뒤로 하고 앞으로 걸어 나간다. 아름다웠던 청춘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은 붉게 물들이고 파랗게 멍드는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기대하는 "언젠가 다시 올 그날 그때"는 또다시 "아름다울 우리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될 것이다. 태양 뒤에 흐릿하게 보였던 벽서가 곡의 후반부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빅뱅의 믿음은 분명해진다. 벽서는 시편의 구절로, "You turned my wailing into dancing; you removed my sackcloth and clothed me with joy. (Psalm 30:11) 주님께서는 내 통곡을 기쁨의 춤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나에게서 슬픔의 상복을 벗기시고, 기쁨의 나들이옷을 갈아입히셨기에 (시편 30:11)"이다. 이 구절은 성경의 다윗이라는 인물이 지은 성전 낙성가의 한 구절이다. 과거형 문장과 제목만 보면 성전이 지어진 후 만들어진 시 같지만 사실 다윗은 하나님께 그 자신이 아닌 그의 아들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할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렇기에 이 시는 성전의 완공을 자신의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하나님의 말씀대로 추후에 성전이 아름답게 세워질 것을 믿으며 노래하는 시다. 다윗의 믿음처럼 빅뱅 또한 "언젠가 다시 올 그날 그때" 그리고 그때 만날 그대를 위하여 "아름다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노래한다.


그들이 다시 한번 '꽃길'을 깔아 돌아온다면 그때까지 몇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이 지나야 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봄여름가을겨울'의 가사처럼 그날 그때가 정말 "아름다울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 확신은 빅뱅과 함께 한 아름다웠던 '봄여름가을겨울'이 주는 믿음이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도 변치 않을 그 믿음에 기대어 언젠가 다시 돌아올 빅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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