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리뷰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거 같다."
"아, 괜찮습니다. 저는 그냥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요."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화에서
몇 년 전 장애인을 '장애우'라고 부르자는 목소리가 등장했던 적이 있다. 한자 벗 우 자를 넣어 장애인을 친근하게 부르자던 이야기는 당사자인 장애인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비장애인들끼리는 굳이 서로를 친구로 생각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장애인을 애써 친구로 보고자 하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다른 집단으로 보는 비중립적인 시각이라는 이유였다. 진정한 평등이란 지나친 배려가 아닌 그저 동등하게 바라보고 존중하는 태도라는 것을 개인적으로 깨달은 사건이었다.
얼마 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종영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 우영우가 대형 로펌 한바다에 입사한 후 겪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우영우의 성장에 초점을 둔 캐릭터물 드라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현실과 이상이 적절히 섞은 연출로 차별이 존재하는 세상의 약한 면을 드러내는 동시에 차별이 없는 세상을 구체적으로 그리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했고, 짜임새 있는 각본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매회 화제가 되었다. 특히 배우 박은빈이 연기하는 우영우는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을 부드럽게 부수며 드라마의 선한 영향력에 크게 일조했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1화를 재생하며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제목이 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일까?
흔히 장애인을 향해 '이상하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모습으로 비친다. 실제로 장애인 인식 개선의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은 장애인을 설명할 때 '이상하다' 의미를 가진 단어 'weird'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장애인을 설명하거나 묘사할 때 단어 사용에 조심스러워함을 느낄 수 있다. '1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피소드를 보면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이 우영우에게 피고인을 만나러 병원을 방문할 때 송무 직원과 동행하기를 권하며 "외부에서 피고인 피해자 만나는 거 어려워 그냥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운 일이야"라고 말한 후 곧바로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거 같다."는 말로 우영우에게 사과를 하는 장면이 있다. '보통 변호사'라는 표현 뒤에 이것이 차별적인 발언임을 인정하며 사과하는 장면을 넣은 드라마가 우영우를 '이상한 변호사'라고 표현한 이유는 정명석의 사과를 들은 우영우의 답변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아, 괜찮습니다. 저는 그냥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요."
드라마는 영우가 부조리한 세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영우가 첫 사건을 수임할 때 의뢰인이 던진 미심쩍은 눈길은 선배 변호사 정명석의 "이 친구 서울대 나왔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정리된다. 드라마 속 대부분의 인물은 우영우를 장애인이라고 차별하지 않는다. 악역으로 나왔던 권민우조차 우영우가 가진 장애보다 그의 천재성을 시기해 권모술수를 펼친다. 우영우 역시 "사정이 딱해 보이기로는 장애만 한 것이 없습니다"라며 편견을 이용하거나 "저는 피고인에게 도움이 되는 변호사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장애로 인한 불평등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우영우를 편견과 차별 속에서 고통받는 장애인이 아닌 그저 한 사람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며 드라마가 우영우라는 인물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캐릭터물이자 법정물, 로맨스, 휴머니즘 등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복합장르물이 된 이유다. 우영우가 드라마 초반부터 후반까지 고민하는 것은 비장애인도 동일하게 고민하는 "어떤 변호사가 될 것이냐"이다. 의뢰인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변호사가 될 것이냐, 진실을 쫓아 정의를 구현하는 변호사가 될 것이냐 하는 고민에 우영우가 내리는 답은 그가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우영우이기 때문에 내리는 답이라는 것을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분명히 알 수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이상하다'를 검색해보자. 1.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 2.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달리 별나거나 색다르다. 3. 의심스럽거나 알 수 없는 데가 있다. '이상하다'라는 단어는 '틀리다', 혹은 '옳지 않다', '그르다' 등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우영우는 확실히 이상하고 별나다. 하지만 그것은 우영우가 가진 하나의 특성일 뿐 부정적인 것 또는 동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시작한 드라마가 '이상하고 별나지만'으로 끝나는 과정은 세상이 부정적인 의미를 덮어 씌웠던 '이상한'이라는 단어가 본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과도 같다.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는 뜻 외에 그 어떤 부정적인 의미도, 긍정적인 의미도 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드라마에서 우영우는 대형 로펌에 입사한 장애인 신입 변호사에서 남들과 다를 바 없이 고민하고, 사랑하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 되어 마침내 마지막 에피소드 제목인 '이상하고 별나지만'에서 '이상하다'는 온전한 의미를 되찾았다.
1화에서 우영우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던 정명석 변호사의 '보통 변호사' 이야기는 "난 그저 우영우 변호사의 결정이 궁금할 뿐이에요 우영우 변호사는 그냥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라는 대사로 마무리되며 긍정적인 의미를 더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어 제목은 'Extraordinary Attorney Woo', '놀라운, 비범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뜻이다. 보통 변호사가 아니라는 말이 긍정적인 마음을 가득 품어 칭찬처럼 들리는 것처럼 이상하고 별난 변호사 우영우와 그를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시대의 모든 이상한 사람들에게 그대들은 놀랍고 비범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