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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점 Oct 12. 2022

왜 우리 언니 콘서트 매진 안된 거죠

'GOOD GIRL GONE MAD' 콘서트 후기와 K팝 공연 마케팅

지난 토요일(10월 8일) 선미 콘서트를 다녀왔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처음 예매하고자 한 공연은 '미야네와 선미의 프라이빗 핼러윈 파티'였다. 핸드폰 일정앱에 예매일을 기록하고 10분 전 알람까지 해놨으면서 바보같이 조깅하러 나가는 바람에 밖에서 허둥지둥 예매를 시도하다가 매진이 돼 버려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때 'GOOD GIRL GONE MAD' 서울 콘서트 공연을 발견했다. 선미의 위버스와 개인 인스타그램 'miyayeah'를 팔로우 중이라서 월드투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서울 콘서트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지 당연히 서울 콘서트도 하겠지 전에 포스터를 본 거 같아'는 생각으로 예매 버튼을 클릭한 후 조금 놀랐다. 공연 2일 전인데 잔여 좌석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선미 팬임을 떠나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아티스트 선미를 바라봤을 때 ①원더걸스부터 시작한 오랜 활동기간, ②'선미팝'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성공적인 솔로 활동, ③'가시나' 신드롬 등 선미는 팬이 아닌 대중도 대부분의 타이틀 곡을 아는 인기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콘서트가 있었던 예스24 라이브홀, 그중에 공연에 이용한 지정석 공연장은 1,2층으로 구성돼 1,051명이 앉아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아티스트가 공연을 하는 스테이지에서 가장 먼 좌석에서도 스테이지가 잘 보이기 때문에 이번 선미 공연도 전석 110,000원으로 좌석의 차등을 두지 않았다. 실제로 내가 앉았던 2층 중앙 2 번째 줄에서도 퍼포먼스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물론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은 단순히 음악을 듣고,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극적인 팬 활동이다. 대중과 팬의 경계가 나의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실감하며 공연일을 기다렸다. 


포토타임이라며 냅다 하트를 그리는 선미


공연은 (말해 뭐해) 최고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즐기는 선미와 댄서들의 모습이 모든 곡을 통해 전달됐고 팬들과 소통하는 토크 시간도 선미의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여 좋았다. 특히 라이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는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낀 것과 차원이 달랐고 특히 '꼬리'에서 퍼포먼스의 열기가 폭발했다. 이번 공연에 '꼬리' 한 곡만 있었다 해도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는지 무대가 끝날 때마다 아티스트에게 보낸 박수와 함성소리가 '꼬리' 후에 제일 컸고, 주변에서 소름 끼쳤다며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미는 마지막까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선미와 관중이 서로를 향해 따뜻한 인사를 하며 공연이 마무리되었다. 다음 공연도 반드시 오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아직 가시지 않은 공연의 여운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훌륭한 공연인데 왜 우리 언니 콘서트 매진 안된 거지'


일반적인 K팝 콘서트, 특히 월드투어를 동반한 콘서트의 홍보 마케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보자. 

1. 투어 시작 전, 모든 프로모션은 예매율을 높이기 위해

먼저 투어 첫 공연일 기준 대략 한 달 전에 콘서트 개최를 알리는 포스터가 먼저 공개된다. 포스터에는 투어 이름, 공연이 개최될 도시들과 각 공연 일정이 포함돼 투어 규모와 일정을 알 수 있다. 개최 안내와 비슷한 시기에 공연에 대한 상세한 안내글이 업로드되어 티켓 가격, 좌석 등 공연을 관람하는 데 필요한 자세한 내용을 안내한다. 이때 팬클럽 선예매와 일반 예매, 즉 예매에 대한 안내가 나간다. 안내글은 아티스트 공식 홈페이지, 공식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아티스트 개인 인스타그램 등에 업로드되고 거의 동시에 콘서트에 대한 기사가 발행되면서 이제 본격적인 콘서트 홍보가 시작된다. 이 시기에 해당 아티스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콘서트 일정과 예매일을 확인하고 실제 예매로까지 이어진다. 투어 시작 전에는 이렇게 예매율을 높이기 위해 ①팬들을 대상으로 위버스 등 팬클럽 페이지에 홍보하는 것과 ②대중을 대상으로 SNS 홍보와 콘서트 관련 기사가 발행되는 것으로 홍보가 진행된다.


2. 투어 시작 후, '우리 잘하고 있어요!' 알리기

투어가 시작된 후에는 홍보가 끝나느냐. 투어 시작 후 홍보도 사전 홍보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후 홍보의 목적은 콘서트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드러내 아티스트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최근에는 콘서트 기간 중 스텝이 촬영한 비하인드 사진들이 아티스트 개인 SNS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업로드되면서 이번 콘서트에 대한 아티스트의 만족감, 더 나아가 공연의 성공을 드러낸다. 팬들 역시 콘서트를 다녀온 후 개인 SNS와 유튜브에 콘서트 관련 게시물을 올려 아티스트와 콘서트에 대한 버즈량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사후 홍보는 기존 팬덤을 강화하고 새로운 팬을 유입하는 데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이번 선미 월드 투어 'GOOD GIRL GONE MAD' 프로모션을 되짚어보자. 첫 공연인 바르샤바 공연(8월 14일) 기준 약 1달 반 전인 6월 29일, 월드 투어 일정 포스터를 공개하며 투어 개최를 알려졌다. 다만 이 날은 '열이 올라요' 앨범 발매일이자 '열이 올라요' 팬 쇼케이스 날이었다. 컴백일에 화제성을 가장 많이 높기는 하지만 같은 날에 투어 홍보를 시작한 것은 집중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낳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필자도 당일에 팬 쇼케이스 영상을 유튜브 라이브로 시청하고 뮤직비디오와 앨범을 발매와 동시에 들었으나 추후에 위버스를 따로 찾아보다가 월드 투어에 대한 게시글을 보게 되었다. 물론 꼼꼼한 팬들은 놓치지 않고 확인했겠지만 꼭 앨범 발매와 같은 날 투어 개최를 알려야 했다면 인스타그램 홍보를 공식 인스타그램으로 한 후, 티켓팅 전 (팔로워 수가 더 많은) 선미 개인 인스타그램에 한번 더 리마인드를 올렸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해외 콘서트 티켓팅의 경우, 1. 티켓 예매 안내 2. 예매 리마인드 총 두 번 안내글이 업로드되었고, 서울 콘서트의 경우, 1. 티켓 예매 안내 2. 공연 상세 안내 3. 선예매 D-DAY 알림 4. 일반 예매 D-DAY 알림 총 4번 안내글이 업로드되었다. 서울 콘서트는 투어 시작 후 공연 홍보 및 예매 안내가 진행됐으니 투어 시작 후 홍보가 서울 콘서트 예매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투어 후 프로모션은 총 4군데에서 진행됐는데 공연이 끝난 후 거의 실시간으로 사진이 업로드되는 선미 개인 인스타그램과 공식 트위터. 그리고 마찬가지로 공연이 끝난 후 그리 멀지 않은 날짜에 사진과 영상이 업로드되는 공식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다. 모두 상당한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이 때 선미의 공연 의상이 잠깐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업로드 시간을 보면 홍보팀이 굉장히 부지런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때 다음 공연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대놓고 예매 링크와 공연 일정을 전부 안내하는 것은 오히려 아티스트의 이미지에 안 좋은 (티켓 파워가 약하다는)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다음 행선지를 알리고 기대하는 멘트를 남기는 가벼운 정도로 말이다.


시차를 고려한다면 공연 직후 거의 실시간으로 업로드된 수준이다


선미는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 출연하여 신곡 홍보에 대해 "그리고 우리 연차쯤 되면 뭘 홍보.."라고 웃으며 말한다. 프로그램 MC인 이영지 역시 "진짜 사심 채우려고 나온 거 맞는 거 같아가지고" 라며 그의 말에 동의한다. 이전 작품에 비해 무게감과 힘을 조금 뺀 게 느껴지는 이번 앨범 '열이 올라요'나 일상 속 열이 오르는 순간에 '열이 올라요' 후렴구를 들려주는 유쾌한 '열이 올라요' 챌린지를 보다 보면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팬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며 활동하는 선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다만 팬으로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충분히 받아 마땅한 사랑과 관심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공연 마케팅 분석글을 써보았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애정으로 만들어진 공연이 항상 그에 걸맞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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