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리가......없.....는데 ?
두 번째 전세집, 모든 불행의 시작
그 집은 나의 두 번째 전세집이었다.
첫 직장에서 몸고생 마음고생의 댓가로 받은
최저시급짜리 연봉으로는
서울의 월세살이가 녹록지 않았다.
퇴사를 결심하고 중기청 대출을 받아
드디어 월세에서 전세로 이사를 했다.
매월 관리비 포함 45만 원 남짓의 돈을 내다
이자 1.2%+관리비로 주거비가 줄어들자,
드디어 나에게도 ‘저축’이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것이다!
월세로부터의 해방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5평짜리 첫 번째 전세집이 너무 좁아져
두 배 평수의 집을 어렵게 구했다.
구옥의 반지하였다.
해도 잘 들지 않았다.
하지만 '넓은 투룸'이라는 점 하나가
넘쳐나는 짐을 감당할 수 없던 내게는
너무나 매혹적인 조건이었다.
사람들이 집에 와주길 바라며 골랐던 집이었다.
무려 50개가 넘는 집을 보고 고르고 또 고른 집.
나는 바로 그 집에서
입주 후 4개월 만에
임대인의 잠수 소식을 듣게 된다.
문 앞에 붙어있던 쪽지 한 장
월급 3일 전 쯤이었을까.
친구와 매직패스 프리미엄권을 구매해
롯데월드에서 열심히 놀고,
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알차게 한 잔까지 걸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현관문 앞에
찢어진 공책에 쓰인 짧은 메모가 하나 붙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윗집 세입자입니다.
집주인 주소가 OO호로 되어있어 메모 남깁니다.
집주인 번호가 바뀌어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010-xxxx-xxxx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아 너무 피곤하다. 내일 다시 보자.
다음 날 눈을 뜨고 다시 쪽지를 읽었을 때,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사실, 이사 후부터 임대인의 의료보험 등
각종 고지서들이 우리 집으로 도착하긴 했다.
이상하다 싶긴 했지만,
“여기 살다 세를 놓고 나가셨겠지” 하고
넘겼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하지만 두 달 전
임대인에게 받은 문자가 있었기에
윗집 분께서 다른 번호를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며
임대인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안녕하세요 ㅇㅇㅇ호 세입자입니다.
보험고지서가 계속 저희집으로 오네요
확인 부탁드립니다
바로 답장이 왔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콜 포비아를 무릅쓰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2개월 전 임대인으로부터
“앞으로 신림동 xxx 집과 관련된 문의는
관리인 010-xxxx-xxxx에게 하셔야 합니다.”
라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세입자들이 자꾸 연락하는 게 귀찮은가?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관리인이 바뀌었나 보다 하고 넘겼던 것이
이렇게 큰 후회와 함께 올 줄은 몰랐다.
그 문자는 임대인이 도주 시간을 벌며
세입자들의 연락을 자연스럽게 피하기 위한
치밀한 사전 작업이었던 것이다.
사라진 임대인
임대인은 번호를 바꾸고 잠적한 것이 맞았고,
윗집 세입자분께 연락을 취해 이 상황을 공유했다.
윗집분은 곧 이사를 갈 예정이라
계약 연장을 안 하겠다는 연락을 했던 것인데,
임대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내게 연락을 하셨다고 했다.
그래. 이제 나갈 돈이 생겼으니 잠수를 타야겠지.
자, 그럼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인터넷에 검색을 해도
임대인이 잠수탄 것을 알아차렸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단다.
계약이 만료되기 전까지는
임대인이 잠적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목적이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상당수의 지식인들과 아하!인들은
가장 먼저 내용 증명을 통해
계약을 해지 하라고 했다.
그리고 임대인이 다른 이유로 번호를 바꾸고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일 확률도 있으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다려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글도 있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