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집이 경매에 넘어갔다.
전세사기 피해자, 4호 불충족 기각
2023년은 이제 막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던 시기였다.
국토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법률지원, 주거지원, 신규 전세 대출,
경공매 지원, 분할 상환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나마 특별법이 제정된 게 다행이라 여기며
신청 방법을 알아보다가 애매한 부분이 생겨
윗집 분께 연락을 드렸다.
"혹시...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은 하셨을까요?"
신청은 진작 했으나
4호 불충족으로 기각되었다고 하셨다.
4호 충족 요건은
임대인이 임차인을 기망할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거나,
경찰에서 수사를 개시해야만 하는 것인데,
임대인이 잠적을 하긴 했지만
그 행위만으로는 임차인을 기망할 의도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임대인이 도망가기 전,
세입자들을 안심시키려
거짓 관리인 번호를 알려준 것만으로도
기망 행위가 아닌가 싶었다.
윗 세입자분의 4호 충족 여부는 내 케이스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었고,
나는 당장 계약 해지도 안 된 상황이었기에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은 미루기로 했다.
'경매가 끝난 후에 다시 생각해보자.'
드디어 경매가 시작되었다
배당 요구를 신청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대한민국 법원 경매정보 홈페이지에 접속해
경매 상황을 찾아보았다.
2024년 6월,
드디어 항상 텅 비어있던 감정평가액 칸에
꽤나 긴 숫자가 채워졌다.
그 아래로 매각기일이 보였다.
2024년 6월 27일.
드디어 첫 매각기일이 잡혔구나.
첫 기일에 낙찰이 될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웠지만,
두번째 기일까지 낙찰이 된다면
보증금 회수의 희망이 있었다.
애타는 마음으로 첫 기일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예상했던 결과지만,
막상 유찰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니
묘하게 심장이 내려앉았다.
다음 기일은 8월이었다.
8월까지는 잊고 지내자.
두번째 기일이 지나고,
수험 결과를 확인하는 수험생의 마음으로
사이트에 접속했다.
유찰이었다.
아, 전체는 못 받겠네..
운이 좋으면 다음 기일에
약간은 배당 받을지도..?
응 아니야~
세번의 유찰이 있고
24년 10월,
시세 23억의 가치라던 그 집은
7억 8천만원에
새로운 집주인을 맞이했다.
최우선 변제금 외에는
단 1원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국토부가 원하고
HUG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원하는
'피해 금액의 확정'이 현실이 되었다.
때가 왔다
드디어 움직일 때가 되었다.
임대인은 내가 멍청이처럼
가만히 당하고 있는 줄 알았겠지.
아니, 지금까지 칼을 갈며 기다렸다는 걸
보여줄 차례다.
이봐, 임대인.
나 지금 빚이 상당하거든?
사람 잘못 건드렸어, 법대로 하자고.
어디에 언제까지 숨어있을 작정인지는 모르지만
진짜 법이 누구의 편인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