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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창 Feb 16. 2017

그곳에 가면(보난자 커피)

여행 가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여행을 좋아하고, 정보가 빠르다는 걸 실감한다. 블로그나 SNS에라도 한번 입소문이 난 곳이라면 어김없이 한국 여행자들이 벅적거린다. 독일의 보난자 커피가 한남동에 체인을 내자마자 독일 본점까지 한국인들로 가득 찼다. 아니라고? 인스타그램에 보난자 커피 베를린을 영문으로 검색해 보면 안다. 죄다 한국 사람이 올린 태그들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SNS를 많이 하니까 검색하면 한국사람들이 나오는 거라고? 충분이 일리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역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만큼 SNS에 민감하고, 보이는 것에 민감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정말 커피가 좋아서 그곳에 가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다들가니까. 나도 가서 사진 한방 찍고 오겠다는 심산이다. 그곳이 어떻게 로스팅을 하는지 어떤 원두를 사용하는지 관심 갖는 사람 극히 드물다. (보난자 커피는 로스팅으로 유명한데, 한국에서 어떻게 된 영문이지 라떼가 유명세를 탔다. 그래서 한국 사람 인스타그램은 죄다 라떼 사진들 뿐이다) 여행의 목적이 기념사진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가서 무엇을 느끼고 오겠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나 싶다. 사진만 남는다는 이야기를 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사진 말고는 남는 게 하나도 없다. 기억도, 경험도, 말할 거리도. 그 사진으로 실컷 자랑하고, 뽐내다가 끝난다. 소비해버린다. 왜 그렇게 보이는 것에 민감한지 이해할 수 없다. 나쁘다기보다 과하다. 적당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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