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니 이렇게

by 깨지

런던의 지리를 외울 정도로 많이 걸어 다녔다. 걷다 보니 박물관, 걷다 보니 빅벤, 걷다 보니 런던아이, 걷다 보니 타워 브리지. 어쩌다 보니 귀여운 골목도 발견하고 조용한 공원에서 쉬어가기도 했다. 그래서 숙소에 돌아와 보면 발엔 땀이 나고 종아리는 아프고 다리가 피곤했다.


무얼 위해서 그렇게 걸었을까, 색다른 걸 발견할 수 있어서? 나만의 방법으로 여행지를 즐길 수 있어서? 엄마에게 전해줄 이야기들이 생길 것 같아서? 과연 나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걸었던 걸까.

엄마는 47년간 참 많이도 걸었는데,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발이 딱딱하게 굳은살이 배겨버린 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발이 많이 상했는데, 우리를 위해서 엄마는 아픔도 모르고 묵묵히 걸었던 걸까.


그런데 나는 그 발을, 엄마가 응급실에 누워 기계에 의지하고 있을 때가 돼서야 주물러줬다.

우리 엄마, 참 많이도 고생했다, 발이 딱딱해, 많이 아팠겠다, 그리고 참 많이 지쳤겠다.

자신보다는 우리를 위해서 걸었던 그 길에서 잠시 멈춰 쉬어가려고 했을 텐데, 멈춘 자리에서 일어날 힘이 남아있지 않아 일어나려고 발버둥 쳐도 더 이상의 힘을 쓸 수가 없었나 보다.


그렇게 걷다 보니 이젠 다시 걸을 힘도 없고 눈 뜰 힘조차 없었겠지.


엄마, 이제는 푹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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