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by 깨지

한국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도 내 옆자리는 비었고 취리히에서 다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내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물론 엄마가 같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우연이 계속되자 정말 엄마가 같이 있었구나, 라는 게 머릿속에는 이미 가득 차 버렸다.

여행뿐만 아니라, 엄마와 함께 했던 20년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삶들에서 늘 내 옆자리는 엄마 자리였다. 하지만 엄마의 옆자리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비어져가고, 나는 그 옆자리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과는 달리 옆자리를 채우기는 힘들었다.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본, 바라보고 싶어 했던 막내는 늘 엄마의 눈물을 옆에서 바라볼 뿐이었다. 뭐가 힘든지, 뭐가 그렇게 힘든지 엄마는 말해주지 않았다. 엄마를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엄마의 마음을 내가 제일 이해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실상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난 엄마가 어떤 게 힘든지, 어렸을 적 꿈이 뭐였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이제야 알았다. 엄마를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저 어린 척하고 싶지 않아서 어린 걸 부정했던 철부지 딸이었다는 걸,


엄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적이 없다. 엄마의 삶에 귀를 기울인 적이 없다. 일찍이 결혼을 해 언니를 낳고, 자신의 인생을 일찍이 포기한, 세상에서 제일 강한 척을 했던 엄마의 옆자리에는 누가 있었을까.


아빠였을까, 나였을까, 아니면 나처럼, 엄마도 엄마의 엄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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