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백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리고, 현실의 벽 앞에서 멈칫거리게 되면서 아버지 생각이 자꾸 난다.
내가 고2였고 동생이 중3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즈음 유독 약주를 하고 들어오시는 날이 잦아지시던 아버지는 하루는 유난히 술에 많이 취하셔서 굳이 나와 내 동생을 마루로 불러내서 혀 꼬인 소리로 한 말씀하셨었다. 공부 열심히 하고 바르게 자라야 한다고. 그리고는 다 큰 나와 내 동생의 얼굴을 어루만져 주셨었다.
그때는 철이 없었어서,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아마 지금 내가 하는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 같다.
다 때려치우고 쉬고 싶다는 생각. 더 이상 회사가 정한 시간대로 살기 싫다는 생각. 남을 위한 글쓰기를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 그냥 좀......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
이런 생각을 하시다가, 결국 딸린 식솔들 생각이 나셨을 거다. '힘들어도 내가 참아야지.....' 이 너무나 뻔한 결론에 다다르셨을 거고, 그 답답한 마음을 술로 푸셨을 거다. 결국 아버지는 한 회사에서 끝끝내 정년퇴직을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신 거다. 아니, 우리들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한 회사에서 퇴임을 하신 경우가 많았지만, 그래도 한 직장을 30년 정도 다닌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못해 불가사의한 일이다. 나는 커리어를 쉬지 않고 이어오면서도, 그래도 중간에 이직을 하면서 짧게 짧게나마 쉴 수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런 것도 없었던 거다. 30년을 한 조직에서 일을 한 다는 것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가족을 위해 일하느라, 자기 인생이 사라졌다는 원망은 혹시 없으셨을까? 새삼스레 아버지에게 미안해 진다.
그래서, 더욱 새롭게 다짐한다. 나는 하루라도 젊을 때 백수가 되어 보겠다고, 경제적 자유를 얻어서, 단 하루라도 빨리, 내가 정한 시간 속에서, 나를 위한 글을 쓰면서 살겠노라고.
아버지, 지켜봐 주세요. 제가 해내겠습니다. 하루빨리 경제적 자유를 얻어서 백수가 되어 보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