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꽁커리어 Jan 30. 2021

사랑도 일도 몰입하되,
빠져 허우적대진 말자

나로부터, 나의 찐 속내 먼저 찬찬히 살펴봐야

화났을 땐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여친 때문에 마음 졸이는 부서 직원을 보면서 답답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컸다. 갈등이나 다툼이 있을 때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풀어가길 원하는 사람이 있고, 이성적으로는 이해는 하면서도 감정적, 정서적인 부분이 해소되지 않으면 마음 정리가 안 되는 사람. 바로 남자와 여자의 차이다.

이는 인정하고 가야 한다. 결과와 성과를 중시하는 전략적인 생각과 과정과 배경을 더 중요시하는 정서적인 마음 챙김의 차이로 직장 내에서도 안타까운 평행선을 보이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진짜로 통하지 않은 가짜 소통 때문이다. 기업 조직과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소통’이라는 키워드는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기업문화의 화두로 늘 첫머리다.     


내친김에 흔히 말하는 소통을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 번째는 물리적인 소통이다.

세대 간, 계층 간, 부서 간, 본사와 현장 간의 인적 속성, 물리적 환경 등 이질적 요인에 따른 불통은 서로 간의 이해와 오해를 풀어가면서 부분적으로 해소되어갈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두 번째는 감정적인 소통이다.

가족, 연인, 친구, 직장동료 등 태생적 인연이나 밀접 지인들과의 관계적 소통이다.

보호책임과 자존감을 둘러싼 부모-자식 간의 불통, 문제 해결과 관계중심의 남친-여친, 해묵은 감정 처리에서 빚어지는 친구사이 등은 갈등이나 대립의 민감한 지점에서 어느 한쪽이든 잠깐의 양보와 여지를 비워두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자신과의 소통이다.

이게 정말 어렵다. ‘나는 소중하니까’라면서도 정확히 말하면 못하고 안 하는 것이다. 

심리상담 쪽에선 ‘마음 챙김’이라 하고 ‘마음 다스림’이라고도 하는데 사실 자기 성찰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메타인지 기법과도 통한다.

나의 마음, 나의 생각이 지금 어떤 지, 충분히 나 중심의, 나를 기반으로 한 생각과 판단을 하고 있는지, 남보기 좋은 겉만 띄우는 행동을 나의 가치라는 억지 믿음은 아닌 지, 감당하기 어려운 과욕을 열정이라고 애써 몰아세우는 건 아닌 지, 단 한 번이라도 찬찬히 ‘한번 더, 조금 더’ 나를 헤아리는 마음 성찰이 나를 당당하게 하고 남에겐 끌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제 화난 여친과의 불통 문제로 심란했던 우리 직원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먼저 그 여친의 문제다. 연인들 간의 관계에서 화가 나면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함께 쇼핑 왔다가 득템 한 것을 안 사주면 사줄 때까지 바닥에 주저앉아 고집 피우는 자기중심적, 유아적 행태에 불과하다. 화난 이유를 이야기하고, 그것 때문에 이런 점이 힘들었고 그래서 이렇게 조심하고 생각이나 행동변화를 또렷하게 요구해야 한다.  

세 번째 소통에서 말한 개인과의 소통에서 이런 마음 살핌과 자기 주문을 통한 마음 관리가 정말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남자 친구인 우리 막내 직원에게는 이렇게 주문했다.

진짜 연애의 달인은 말 한마디라도 듣는 이성이 무엇을 원하고 듣고 싶어 하는 지를 잘 알기에 상대방에게 꽂히는 말을 한다는 것. 그 말들은 머리보다 가슴을 물들이고 사람에게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로 전달된다.

사랑하는 애인 돌보듯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 요즘 세대 진정한 연인들의 교감방식이라고도 강조한다.(기업에서도 ‘고객감동’을 넘어 ‘고객행복’을 내세우는 것처럼 말이다.) 연인과의 대화나 인정과 배려, 스킨십을 포함한 모든 상호작용에서 나의 존재감이 단단하게 유지되고 명확하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사랑에 열정과 진정은 다하되 빠지지는 말라는 것이 그것이다.

서툴더라도 내 방식대로 마음을 전하고 민망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마음을 보여주었기에 또한 감동하는 것이다, 다른 연애박사의 비법이나 소통방식이 역효과가 나는 것은 그런 이치다. 반대로 사이가 틀어졌을 때도 풀어가는 방식은 상대에 대한 내 마음이 그대로라면 자신의 실수나 불찰을 엄밀하게 되짚어보라.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내면을 순도 있게 들여다보라. 그리고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미숙했던 점은 고백하고 인정하라. 용서와 양해를 구하는 가장 확실한 대처는 구체성과 진정성이다.

그래서 자신을 찬찬히, 용기를 가지고 들여다봐야 한다.

나의 중심을 단단히 세워두고,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것. 그 감동을 찐 감성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사업제안서 마무리 때문에 야근 중인데 그 막내 직원이 기척도 없이 들어오더니 달달해 보이는 ‘까페라떼’ 한잔을 내려놓았다. 이게 뭐냐는 눈길도 보내기 전에 잔에 붙인 조그마한 포스트잇지 메모가 보인다. 

“실장님, 해결됐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용렬한 이 친구. 한마디를 더 건넨다. 

“이번에 여친에게 이해를 구하면서 진짜 저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는데요. 저 진로문제인데요. 노무사 자격증을 따고 현장으로 내려갈까 생각 중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잠깐, 잠시 대기”라고 일단 그 친구의 말을 끊었다. 진짜 당신의 경력 진로는 나중에 얘기하자라고 했죠. 

꽤나 바람직한 세 번째 진짜 소통을 위한 생각의 전환이지만 정말 중요한 자신과의 소통을 통한 경력개발과 진로는 좀 더 자기 주도의 생각과 행동들이 더 쌓여야 하기 때문에요.      


황야를 한참을 내달리던 인디언이 말 고삐를 잡아끌며 갑자기 멈추더니 뒤돌아 손을 흔든다. 한참을 내달려온 길, 뒤따른 이 없는데도, 길동무가 묻는다. 누구에게 손을 흔드냐고.  

인디언이 답한다.

“너무 급히, 멀리 달려온 길인데 내 마음이 미처 못 따라올 것 같아서요”

이전 04화 한국인의 의미있는 삶에서 ‘직업’은 한참 후순위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