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놓지 않는자존감, 에너지가찐 성공 불러
얼마 전 웹툰에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던 말풍선이 기억난다.
주인공이 자신의 꿈을 좇다 사랑하는 사람과 의도치 않은 이별에 가슴 아파하는 주인공에게 그의 멘토가 하는 말이었다.
“어렸을 땐 빨리 앓고 빨리 나아, 하지만 나이가 들면 서서히 아파오고 또 선명하게 고통을 느끼게 되지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더 소심해지고 조심스러워지는 거야, 그래서 연애도 어렸을 적에 많이 하고, 아파해야 하는 거고”
이제는 그 말을 폭풍 공감하다가도 가끔은 ‘정말 그럴까’라는 의구심이 문득문득 고개를 쳐든다.
어렸을 때, 젊은 시절에 누구나 알고 선망하는 진학과 취업 등 성공사다리 코스를 밟아온 엘리트들은 청장년층에 의외의 일탈이나 비상식적 처세로 고초를 겼는 이들이 많다. ‘내가 누군데 감히’, ‘내가 아니면 안 될 거라는’ 근자감 때문에 물의를 빚는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들은 일단 제쳐놓더라도 우리 주변의 기성세대 또한 약해진 맷집과 흔들리는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다.
30년 까까이 평생직장에서 명성과 경력을 쌓아왔건만 퇴직 후 자신의 자리를 못 찾는다.
금융업계에서 전무후무한 파생상품의 히트 달인이 땅 투기를 하더니 모든 것을 잃었다.
학원가에서 일타강사로 이름을 날리던 명강사가 코로나 이후 언텍강의에 적응을 못하고
수업들을 내려놓고 있다.
누구나 알만한 명망 있는 직장이나 비즈니스에서 자신의 길을 닦아오던 이들이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귀농하거나, 자전거 하나 들고 유럽여행에 나선다고 며칠째 집을 비우기도 한다. 어떤 이는 시골의 약초재배나
특산물 개발, 유통에 투자한다며 어이없게 퇴직금을 날리는 경우도 보았다.
이 같은 사연들이 대다수인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자화상들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내몰고 있을까. 앞서 웹툰 대사처럼 어렸을 때 많아 부딪치고 아파하고 또 그때그때 치유하면서 성장하지 않아서였을까.
남들이 인정하는 것이 아닌 내가 인정하고 하고 싶은 분야, 늘 해왔던 방식보다 나만의 촉으로 새롭게 해내고 싶은 비전과 그 꿈, 기존의 성공방정식이 아닌 나만의 멋진 도전과 성취, 주변의 의구심과 내 안의 유혹을
물리치고 끝까지 완수해본 소중한 결과물들까지. 스스로 쟁취해가는 과정이 없었다고 본다.
성공 여부나 성취 결과물의 크기에 상관없이 과연 대체 불가한 나만의 열정과 비전을 구체화해가면서 끝까지 밀고 가보았을까. 좌절하고 꺾이면서 자존감까지 상실해가는 막연함과 두려움을 뚫고 그래도 ‘한번 더, 조금 더’라는 끈기와 의욕을 더해 본 적이 있었을까. 이제 기성세대의 선배들이 그런 회한같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금의 후배 청춘들을 위한답시고 또 어떤 어설픈 걱정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아닌가
최저임금이 계속 오를 거니까 돈 필요할 때 알바만 하려고 한다.?
대학까지 나와서 중소기업, 지방기업은 안 가고 자기중심의 워라벨만 생각한다.?
불합격, 낙오자로 찍힐까 봐 아예 취업할 생각도 않는다.?
지금 우리 청춘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자의 시간들, 청년의 삶 전반을 진지하고 성의 있게 돌보고 있질 못해서다.
취업, 결혼, 집 문제도 아득하지만 지금 당장의 삶이 힘든 것이다. 해보기 전에 기회가 없고 기회가 있어도
공정치 못하고 불합리한 것들 투성이다. 한마디로 계산이 안 선다,
1+1=2나 3이 아닌 0 이 될 수도 있고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예 안 하느니만 못하는 결과를 얻어맞은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결과든 찬찬히 되짚어보라. 그리하면 안 되는 것을 알았고,
어디에서 잘못된 것을 알았고 어디까지는 나의 능력이 발휘된 것을 알 수 있었겠지만 세상이 보는 결과에
모든 것을 묻어버렸을 뿐이다.
사력을 다해 최선을 다했어도 효과가 안 나올 수도 있다. 실패할 수도 있다. 일단 인정하라. 하는 족족 대박 터지면 이미 인간계는 아니잖은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도 실패를 감내하는 고독한 마음관리가 그래서 중요하다. 그래야만 포기하지 않고 더 집중할 수 있는 결단과 힘이 솟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향을 가진 차도 식어버리면 고유 향까지 사라지듯 자기 스스로 비전과 의욕을 놓지 않아야 자신만의 강점과 에너지가 더 강하게 발휘되는 법이다.
그렇게 거듭하다 보면 그중에 일부에서 반응이 오고 효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확신한다.
사람이기 때문에 결과나 반응에 따라 일희일비하겠으나 한 만큼 결과가 안 나왔다 해서 절대 포기 말라,
특히 자신에게 실망하지 말고 이렇게 속삭여보자. 아주 강하고 은밀하게..
‘됐어, 잘했어, 그러니까 한번 더 해보자, 더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따라서 자기감정에 대한 선명한 인식과 결단이 필요하다. ‘알아차림’이라고도 한다. 이를 토대로 자신의 감정과 마음건강을 중심으로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온전히 느끼는 여유도 생기는 것이다.
사람 관계도 그렇지 않은가. 함께 고생하면서, 싸우면서, 그래도 서로에 대한 필요성과 아쉬움을 느끼면서
상대와 더 돈독해지지 않던가
그래서 남녀 간의 썸도 나는 결정장애라고 생각한다.
20세기 영향력 최고의 철학자 칼 포퍼가 '개개인이 개인적 결단을 내릴 줄 알아야 열린사회‘라고 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