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카니발은 작열하는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구불구불 오르막을 40여분 간 달렸다. 타이어 타는 냄새는 마치 이글거리는 태양빛 때문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동강 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은 한 사이트만 캠퍼가 있을 뿐 빈데크가 즐비한 아주 한적한 모습이다.
빛의 속도로 클릭해야 (일명 광클릭) 얻을 수 있다는 인기 사이트가 마침 비어 있어 앞으로 가보았다.
공룡발톱같이 우뚜우뚝 솟은 산세들이 포근하게 둘러싸고 있는 것은 영겁의 시간을 흘렀을 동강의 물줄기였다. 굽이 굽이 휘감고 돌아가는 동강의, 찰나의 시간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서둘러 '나의 젊은이 둘'을 앞 세워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예약한 사이트는 동강이 장대하게 펼쳐진 광경을 보기에 미흡한 장소였다.
곧장 차를 돌려 '도사곡 자연휴양림' 펜션으로 방향을 돌렸다. 40여 분을 또 달려 도착한 자연 휴앙림은 산 속 에 올망졸망 배치된 펜션들이 자리잡고 있고 펜션 사이사이를 작은 계곡물이 감싸면서 흘러가는 곳이었다.
여름 물놀이 하기도 그만, 야외 테이블에는 삼겹살 구워먹기도 그만, 그늘이 많아 시원하게 보내기에도 딱 그만인 곳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맥주 한 캔
창밖으로 펼쳐진 초록의 향연과 맥주는 진리다.
대구에서 부터 3시간 가량을 달려와 동강 자연휴양림과 도사곡 자연휴양림 , 두 숙소를 오고가고 하니 시간은 벌써 여섯 시 가량이다.
사실 , 우리의 이른 휴가가 장마 시즌과 겹쳐지는 것을 우려해 남편과 나는 캠핑장과 펜션, 두 곳을 숙소로 잡았다. 사실 캠핑을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였다. 동강 캠핑장에서 내 얼굴로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보고 싶었다. 별빛 샤워를 받으리라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었다. 날씨를 보고 여차하면 캠핑, 여차하면 펜션으로 가는 것이다.
철저한 대비책, 플랜 B를 정해놓겠다는 치밀한 계획형 MBTI J 들, 동강 자연 휴양림의 멋진 뷰를 본 것만으로 만족하며 우리는 플랜 B를 향해 발길을 돌린 것이다.
내일은 동해 망상오토 캠핑장으로 갈 예정이다. 내일은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고 바닷가 캠핑장이라 햇빛을 그대로 받아야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