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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두리e Jul 11. 2023

7월 11일 : 오늘도 플랜 B

동해 망상 오토캠핑장

모닝 커피를 마시던 아침 나절의 날씨는 절묘한 화창함 이었다.

영어 필사에 모닝커피까지 마시며 여유를 부렸지만, 글쎄...장마전선 한 복판으로 다가가고 있는 우리의 두 번째 여행 날은 비를 피할 수가 없었다.


정선에서 동해로 넘어가는 길은  산들이 열을 지어  횡대로 펼쳐져 있다. 꼬불 꼬불 뱀의 형상을 지어내는 길을 몇 번이나 맞닥뜨리고 해발 700미터 이상의  고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눈 높이에 지평선이  머무는 순간을 목격한다.  왼쪽은 지평선, 오른쪽은 산들이 자리잡고 있지만 그 산의 모습은 기이하다. 나무들은 듬성듬성  띄엄띄엄 자리를 잡았고 산 전체가 풀밭이다. 나무가 산을 풍성히 휘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연두색의 풀들로 뒤덮힌 기이한 모습의 것들이 눈에 띈다.  


아!  산불이 났었구나

산불이 얼마나 많은 곳을 할퀴고 지나갔는지, 오름이 일렬 횡대를 이루고 있는 것만 같다.  제주도 인 듯, 아닌듯한  풍경.

 

지붕이 다른 곳에 비해 새것이다라고 느껴지는 집들은 바로 뒤편까지 뻗쳤을 화마가 눈에 선명하게 닿아보였다.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것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세차게 퍼붓는 비바람 만큼이나 암울했음이리라




삼일동안 우리의 터전이 될 망상오토캠핑장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10미터만 걸어가면 펼쳐져있는 백사장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것쯤이야 충분히 날릴만 했다.  바람이 억수같이 퍼붓기 전 까지는 말이다. 텐트를 두들겨패고 텐트는 우리 뒤통수를 다시 때리고 타프를 극도로 낮춰놨더니 허리를 펼 수가 없고  허리를 펴기위해 텐트 밖으로 나오면 비바람이 다시 나를 때리고 ... 이것이 곧 아비규환이다.

 

우리는 오늘도 서둘러 플랜B를 꺼내 들었다.

 


한껏 자세를 낮춘 타프가 밤 사이에 날려가지 않기를 내심 바라며 내일 아침 다시 돌아오겠다는 회심어린 미소를  날리고  급하게 잡은 펜션으로 피신을 감행했다.


발 빠른 플랜 B에 스스로 감탄하며, 오늘 캠핑장에서 야영했다가는 날려갔을 것이 분명하다며 매우  흡족해했다.


우리의 터전이 위협받았지만. 동해 '망상'의  야경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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