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복학생

시간을 잠시 되돌린 만남

by 테두리e

그들은 복학생이었다.

아니, 어느덧 복학생이 되어 있었다


깔끔하니 최신 유행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회색 체육복 바지는 마치 동네 슈퍼에 우유를 사러 급히 나온 옷차림이었다. 윗옷은 옷걸이에 여러 벌 걸려 있음 직한 흔하디 흔한 바랜 검정 티셔츠를 교복처럼 맞춰 입은 듯하다.


"준혁아 어떻게 얼굴이 예전이랑 똑같아. 너무 어려 보여"

"예? 그럴 리가요."

"야 경국이, 급하게 약국 갔다 온 티가 너무 나는 거 아냐? 박카스라니 "

"선생님 집에 몇 십 년 만인데 누구처럼 어떻게 맨손으로 오냐!! 맞죠? 쌤"

"관우는 아직 안 왔어요? 그때도 맨날 지각하더니 오늘도 지각이야"

"지각하면 관우였지. 레전드야"


거실은 갑자기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 찬다. 그 굵직한 목소리들은 5~6년 전의 교실로 나를 데려간다. 아득하다. 매일 8장 씩의 과제를 해냈던, 늦잠을 자는 바람에 세수조차 하지 못하고 학원으로 뛰어왔던, 지각을 밥 먹듯이 해 결국 학원 문 앞에서 집으로 그냥 돌아가야 했던, 그때를 추억해 주는 목소리들은 우리를 학창 시절 그 공간으로 데리고 가 주는 힘이 있다.


대학 시절, 3학년이 되었을 무렵 맞닥뜨렸던 복학생 선배들은 호기심을 일게 했다. 파릇파릇 동기생들에 비해 피부는 더 거칠고, 행동은 크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살짝살짝 보이는 두려운 눈빛, 군대라는 미지의 산을 넘어왔다는 데서 풍기는 자긍심과는 대조적으로 수업 시간에는 숨길 수 없는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그런 무리들이 '복학생'이지 않던가.

내 제자들이 벌써 그런 '복학생'이라는 삶의 단계에 올라서있다니, 생경하면서도 뿌듯하다.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앳되어 보인다. 대학 초년생이라고 하기에는 겪어온 것들이 많다. 각자의 경험을 가지고 오랜만에 모인 이 시간은 그래서 무척 고맙다. 시간을 내주어 고맙다. 기억해 줘서 고맙다.


우린 다음 겨울 방학에 또 모일 것을 약속했다. 청년으로 가는 길목에서 늘 해피엔딩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녹록지 않은 인생일지라도 들을 귀를 준비하고 따스한 마음을 챙기며 기다리는 쌤이 있다는 것만으로 살짝은 위안이 되길 바래본다. 나의 복학생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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