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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두리e Oct 12. 2023

통제 받는다고 느껴지는 순간

연약함을 드러내면 된다

" 네 장점이자 단점인데, 너는 사람들한테 잘 맞추어주는 성격이잖아. 그러니까 학생들이나 그 어머니한테 잘 맞춰가면서 수업을 했으니 오랫동안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아 "

"  언니  MBTI는 ESFJ이잖아. 내가 ESFJ를 좀 연구를 해 봤지.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강아지 같은 느낌인데, 사람들을 좋아하고 불편한 관계를 싫어해서 잘 맞춰 주지. 언니도 그런 것 같아. 그러다 보니 나름 스트레스도 될 수 있었을 것 같아. 언니 평상시에 잘 체하잖아.  그 스트레스로 자주 체하는 거 맞는 것 같아!"


친한 지인이  던진 말은 곱씹을수록 점점 분노의 쓰나미가 되어 결국 나를 덮쳐 버렸다. 네가 무엇이라고 나를 온전히 판단하려 한단 말인가.  자신조차  깊은 본성까지 파악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하는가. 내 성격의 단점이 무엇인지 조언을 구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잔소리를 듣거나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조언을 듣는 것을 싫어한다.  상대방이 계속 조언을 하고, "거 봐 내 말이 맞잖아" 하면서 머리 꼭대기로 올라가며 나를 조종할 것 만 같다. 그런 통제받는 느낌이 두렵다.



하지만 이런 조언은 때로는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상대가 나를 좋아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때로는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저 말을 인정하는 것이 화가 난다.  순순히 들었다가는 통제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포인트는 '통제'에 대한 거부 반응이다. 자기 검열이 투철해서 항상 내 행동을 살펴보고 생각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질문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조언은  불안한 마음이 든다.



감정적으로 상처받는 것이 두렵다.  스트레스가 덜한 상황이면 회복탄력성을 발휘하겠지만, 상처받는 일이 계속 겹치게 되면  분노가 일어나고 상대방을 거부하며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하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욱 당당하고 거침없는 행동을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거부받고 상처받는 것이 두렵다. 밖으로 드러내어 말하는 일이 잘 없다. 물론 나의 바운더리에 들어가 있는 '내 사람'이라면,  거침없는 직진으로 상처받은 감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거리를 두고,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드물며, 스스로도 자신 안에 상처받은 연약한 영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나의 연약함은 여러 겹의 감정적인 갑옷으로  덮여 있는 것 같다. 양파 껍질을 벗어내며 충분히 감정을 드러냈다고 생각하지만 그 속에 또 겹겹이  배수진을 치고 있다.  나의 감정을 읽는 것도 그래서 느렸던가.



나의 갑옷 아래에는 연약함과 부드러움이 숨어있다. 스스로도 연약함이 숨어있다고 인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 듯하다. 세상 독립적이고 힘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통제받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에고를 쌓으면 쌓을수록  나 자신의 권위와 자존심이 다치는 것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지도 모른다.



최근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어를 공부 중인데, 더듬더듬 발음하며 실수하는 나를 보며, 재미있다고 웃고 있는 학우들한테 자존심을 다치고 있는 중이다. 몰라서 배우는데 참..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면 감정을 닫아걸어 버렸을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진정으로 자신감을 가지며 당당해지자.  마음속 연약함도 드러내며.


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는 분명 한계가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걸 다 저지르면 실수에서 벗어날 거예요. 그렇다고 생각하니 위안이 되네요.

-빨강머리 앤-


앤의 말대로 실수총량의 법칙이 있겠지.  일본어 배우기도 실수를 저지르고  총량을 채우고 나면 벗어날 것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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