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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두리e Oct 26. 2023

욕망을 들여다보는 재능

삶의 가치에 대해

인생의 디폴트 값은 '고통'이다.

그래서, 기도 제목도 쉬운 삶을 기도하지 말고, 힘든 삶을 이겨낼 힘을 달라고 기도한다.


​그렇게 느끼게 된 이유는 나의 '욕망' 때문이다.


엄마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면서, 그 부족함을 밖에서 찾았다.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고, 친구들을 가지려고 많은 인간관계를 확장했다. 지식을 탐하며 영어나 성경 공부에 뛰어들기도 했다. 재미있는 거리를 갈구하는 성향이 밑바닥에 깔려 있어서 일 테지만, 앎을 드러내고 돋보여서 무리에서 더욱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이 태어났다. 욕망은 결코 멈추지 않고 더욱 견고하게 쌓였다. 특히 재능이 조금 보였던 큰 아들에게 더 집중되었다. 일찍부터 수학학원을 보내고, 수학에 관련된 교구들과 책을 쌓아 올렸고, 영어, 미술, 그 시절 좋다 하는 것들의 '대세'를 따라갔다. 해 주고 싶은 모든 것을 주기 위해 열심히 일에도 매진했다.


​멈출 줄 모르는 욕망을 따라 가느라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불태웠을까. 욕망과 에너지가 결합하니 당연히 삶이 힘겹게 다가왔을 때도 있었으리. 그래서 삶의 디폴트 값은 늘 '고통'이라고 생각했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것을 깬 것은 아들의 '성적'이었다. 한마디로 요즘음의 줄임말로 '현타'가 온 것이다. 공부를 잘해서 무조건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야 하다는 노선을 무슨 인생의 국률처럼 여겼지만, 성적이라는 현실적 장벽을 어찌하겠는가. 현실을 인정하였지만 그것은 그저 아들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기보다 어쩔 수 없다는 약간의 포기를 담은 마음이었다. 욕망이라는 것을 봉인해 두었고, 그런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어쩌다 마주치는 '엄친' 자제들 이야기에서는 한껏 불편해져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고해성사 같은 이야기를 건네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에서 마지막 모습을 드러내준 '희망'이 있었던 거처럼 생의 터닝 포인트 지점을 마지막으로 꺼내 보여주고 싶어서이다.


내게 판도라 상자의 희망이자 전환점은 글쓰기와 책이었다. 물론 나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깔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불치병이고 지병이다. 블로그 글쓰기를 5년째 하고 있고 2권의 공저를 출간했으며 책 읽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이라는 세상을 통해 넓혀간 인연으로 시작한 소설 쓰기는 일상의 비유를 문장으로 끌고 와 메타포가 충만한 보석 같은 문장을 쓰는 경험을 누렸다. 온라인의 인연으로 만난 '사비나 작가님'으로 인해 '에니어그램'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고, 인간이라는 알 수 없는 존재들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두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고 1급 자격증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 도구는 아들들을 향해 제일 먼저 사용했고 내 욕망대로 바꾸려는 의지보다 아들 자체를 이해하고 그 본성을 소중히 여기려는 마음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묵도했다.


​내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참 어려운 질문이다. '소소의 글쓰기 모닝프로젝트'에서 받은 주제 중 제일 어려웠다.


글쓰기를 포기할까 하다가 내 삶을 돌아보고 어떤 가치를 두고 살아왔는지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는 묵직함이 전해져 왔다. 지금까지 앞만 보며 살아온 내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숙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내 삶의 가치는 '욕망'이다.


욕망을 통해 많은 것을 소유하고자 했다. 소유가 나쁜 것일까?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인가이다. 생각의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욕망을 터부시 하지 말자. 받아들이고 나아가기 위한 연료로 쓰자. 욕망을 자주 들여다보고 잘 다듬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삶이 되어야겠다. '글 쓰는 인간'인 것만으로 지금은 좋은 욕망을 가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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