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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두리e Feb 07. 2024

물음표는 퍼스널 심리학

호기심에 대해

부모님은 그리 애정을 살갑게 표현하시지는 않았다. 그저 묵묵히 지원해 주시고 당신들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주셨다. 하지만 어릴 적 나는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엄마에게 그런 감정을 많이 느껴서 엄마로부터  빨리 분리하여 독립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지의 대상을 밖에서 찾았던 것이다.


계속해서 변화의 대상을 찾았고 주의를 끄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졌고 열정적이었다. '남의 풀밭의 풀이 항상 더 푸르다'의 신호에 맞춰 늘 만족하지 못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자 했다. 덕분에 '호기심 천국'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경험의 중심은 경험 그 자체라기보다 함께 하는 사람이며 사람들과 공유하는 그 과정을 즐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나의 가장 큰 호기심 대상은 '사람'이었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의 주요 타깃은 두 아들이었다.  유년기에는  미주알고주알 시끄러울 정도로 떠들어대더니  사춘기를 지나고 스무 살을 넘기고부터는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머리를 맞대고 밥상머리에 앉는 시간도 손을 꼽을 정도로 횟수가 작았고, 질문을 하면 그나마 대답이라도 하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다가도 서운한 마음은 어찌할 수 없었다. 행여나 아들에게 전화가 걸려온다면 그 이유는 딱 하나뿐이다.   moeny

아직 mother bank의 고객이니 그나마 하는 말도 들어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아들을 이해하는 도구는 애니어그램이었다.  애니어그램 (enneagram)이란 말은  그리스어의 아홉(ennear)이란 단어와 모형(gram)이란 단어가 합쳐진 것으로 기원전 2500년 경부터 중동 아시아에서 유래한 고대의 지혜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유형을 9가지로 분류한다. 9개의 번호는 주 뿌리이며 양쪽 번호는 날개유형이다. 그림의 도식처럼 뿌리와 날개, 통합방향, 비통합 방향, 역방향의 성격과 행동유형을 가지며 서로 다른 발달경로에 따라 나누면 사람은 하루에도 100여 가지의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자신의 뿌리를 제대로 찾아내면 그 사람은 자기를 사랑하는 시작점에 있다.


에니어그램을 공부하고 1급 상담자격증을 따고 관련된 ebook도 내면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증폭되고  사람들의 행동과 심리의 이유를 자연적으로 탐색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코 쉽지는 않았다. 나의 뿌리를 찾는데만 해도 3개월이나 걸렸다. 뿌리를 찾는 과정은 나의 내면을 탐색하는 과정이었고 동시에 타인을 바라보는 마음도 바뀌어 갔다.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의 이해할 수 없다는 마음이 아니라 타인의 좀 더 깊은 내면을 보고자 하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호기심의 대상은 단연코 아들들이었다.


큰아들의 에니어그램은 9번으로 평화주의자이다. 내면과 외부의 평화를 추구하며 어릴 적 패턴은 가족 간의 조화를 위해 '내가 내 자신을 주장하고 나서면 더 많은 문제를 만들어 낼 거야. 그러나 물러나있으면 우리 집은 괜찮을 거야'라는 감정이다.

 

아들은 순둥이었고 자기 의견을 크게 드러내지 않아서 나도 자연적으로 아이의 의견을 도마 위에 올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육아를 한 것이다.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에 처음으로 피시방

갔다. 피시방을 가고 싶으면 엄마한테 먼저

말을 해 달라고 차근차근 얘기를 했지만 며칠 뒤 또 가고 싶은 욕망에 이끌려 또 가게 되었다. 먼저 말을 해달라고 한 나의 의견을 무시한 채. 실은 무시했다기보다는 까맣게 잊었겠지. 나는 그만 이성을 잃고 화를 내면서 프린트물 묶음을 아이의 얼굴로 던졌다. 의도치 않게 스템플러를 찍어 놓은 뒷부분이 아이의 연약한 에 닿으면서 눈 밑으로 상처를 깊게 내어버렸다. 며칠 피부과를 데리고 다니는 동안 얼마나 많은 죄책감이 들었는지 모른다. 아이는 아팠을 텐데 울지도 않는 것이 더 마음에 쓰였다.


큰아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많은 욕망을 투사했다. 내가 정한 방향대로 가지  않으면 화도 났다. 다행히 고등학생이 되면서 이대로 간다면 아들과의 사이도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 같다는 각성을 하기 시작하면서 대화로 이끌고자 애썼다. 속내를 그렇게 드러내지 않는 아이였는데, 말도 많아지고,  성인이 되고 나서 까지 학업의 힘듦도 얘기하고, 진로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놓으며 의논하는 것도 내심 좋았다. 어느 날 침대 시트를 정리하다 매트 밑에 얌전히 놓여있는 라이터와 담배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군대에서 배우게 되었다는데 말로 풀어내지 못하고 담배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것일까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속내를 내비치니,

"너무 갔다. 너무 갔어"라고 아들은 웃음으로 넘겨버렸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물음표에서 출발한 욕망은  에니어그램과 글쓰기라는 도구를 통해 욕구를 충족시켜나가고 있다. 이 도구를 알게 되어 사실 몹시 기쁘다. 정말 권하고 싶다. 하지만 어떤 도구이든 문제가 될까. 자신을 알아가겠다는 인식과 노력이 제일 핵심 키워드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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