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방문기
엄친아를 둔 언니를 만난 이후, 내 마음속은 온통 박물관이었다.
그리하여 남편에게 박물관을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박물관에 가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교육효과가 있데. 같이 가보자. 싫으면 안 가도 되고..”
사실 마음속으로 내심 안 가길 바랐다.
돌아다니기 싫어하는 남편이 괜히 나와 아들의 데이트를 초칠까봐.
그러나 다음날 아침,
“갈게.”
“어. 그래. 그럼 예약명 바꿔야겠다.”
그렇게 해서 같이 간 우리나라 대표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
내가 결혼하고 가본 적이 있던가.
아니 사실 30대 이후 처음이었다.
언니가 말해준 조언대로 ‘그래. 무거운 마음으로 가지 말고,
아이랑 재미있는 거 보고 아이스크림 먹고 하면 돼.’를 마음먹으며 떠났다.
마침 큰 아들내미가 시누이 내외와 롯데월드를 가기로 해서 나와 남편은 훤이만 데리고 떠났다. 버스, 지하철을 번갈아가며 도착한 박물관은 입구까지 따로 지하철 안이 연결되어 있어서 나름 편했다.
출구를 나오자마자 보게 된 오른편에 위치한 호수와 정자.
박물관 모습이 커다란 못에 비치게 된다 해서 거울못이라 불렸다.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정자의 이름은 청자정(靑瓷亭).
(스크롤 다시 위로하시면 그 배경이 나오면서 찍은 사진이에요^^)
“우와, 여기 너무 멋있다. 여보. 여기 이따가 나오면서 사진 찍자.
내가 자기랑 훤이 사진 멋지게 찍어줄게.”
남편은 비록 나와 아이사진을 잘 찍어주지도 않고,
잘 못 찍기도 하지만 이날은 남편을 살살 달래 가며 가야 했기에 저런 살가운 멘트가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규모가 생각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박물관은 거울못을 감싸고 있었다.
어린이 박물관만 가도 하루 코스겠다 싶었다.
전국의 모든 국립 어린이 박물관이 그렇듯 입장이 무료다.
대신 사전 예약 필수.
우리는 입장과 동시에 뛰어다니는 훤이를 쫓아다녔다.
상설 전시 <아하! 발견과 공감> 은 아이들의 취향에 맞게 참으로도 알록달록 했다.
흥미로운 곳은 용산이었다 보니 외국인 아이들이 참 많았다. 곳곳에서 영어로 아이와 이야기하는 부모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세부 주제는 ‘새롭게 관찰해요, 다르게 생각해요, 마음을 이어가요’였다.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각각의 체험활동들이 전개가 되었는데, 교육적 맥락은 다소 아쉬웠다.
일단 어른이 설명을 읽고 설명해 주는 텀이 길어지면 활동을 당장 시작하고 싶은 아이는 안달이 난다.
아니 못 기다린다. 아이가 제일 직관적으로 깨진 항아리나 도자기를 맞춰보고, 미끄럼틀을 탄 곳에서 제일 시간을 많이 보냈다.
(나의 의견은 아직 4살 남자아이 한정이다.)
언니한테 전날 점심 코스를 물었더니 박물관 내 식당에 돈가스가 맛있다고 해서 우리는 거기로 향했다. 메뉴를 보니 역시 비싸다. 핫도그가 5000원이면 말 다했지 뭐.
그래도 뭐든 안 가리고 잘 먹는 우리 헌이가 먹을 만한 가락국수, 돈가스 등 어린이 메뉴는 많았다.
밥 먹으며 나는 오늘의 감상을 물었다.
“여기 어떤 거 같아?”
“별로 교육적이진 않았던 거 같아. 볼 것도 없고. 다소 심심한 느낌?”
“그래도 훤이가 좋아하니 다행이지 않아?”
“뭐. 한번 정도 올만한 것 같고..”
더 좋은 피드백을 듣고 싶었으나, 사실 공감하는 바가 있었기에 더 이상 할 말을 하지는 않았다. 밥을 배부르게 두둑이 먹고 아이스크림까지 사서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남편과 아이는 계단 꼭대기에서 저렇게 있었다. 부자가 계단을 오르며 즐겁게 손을 흔드니 추억하나 제대로 만든 거 같아 내심 기뻤다.
이 날 이후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박물관을 본격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서울/인천 지역 중심의 과학관, 박물관으로 8세 미만에게 적합한 곳들을 골랐다.
(인천/서울지역 한정, 과학관, 미술관도 포함)
1. 인천학생과학관 (인천 중구 운서동, 무료)
2. 영종역사관 (인천 중구 하늘도시, 어른 1000원, 아이 무료)
3. 인천어린이과학관 (인천 계양구, 어른 4000원, 아이 2000원)
4.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인천 중구 북성동, 무료)
5. 국립항공박물관 (서울 강서, 무료)
6. 국립고궁박물관 (서울 종로, 무료)
7.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서울 용산, 무료)
8. 전쟁기념관 어린이박물관 (서울 용산, 무료)
9. 서울공예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서울 종로, 무료)
10.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서울 종로, 무료)
정리해 보니, 무료 시설도 많고, 미리만 예약하면 알찬 하루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들었다.
그동안 이미 가본 곳이 6곳이 넘지만 자주 가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큰 애 데리고 1번 정도 방문하고 ‘가보았다’라는 명제에 취하곤 했었다. 이제 그러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