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놀이터가 어우러진 한탄강세계지질공원센터 방문기
경기도 포천으로 여행을 떠났다. 시누이가 다니는 회사의 리조트가 있어서 편하게 음식도 해먹고, 물놀이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으로 올 여름 휴가를 정했다.
태어나서 처음 가본 포천.
이동갈비가 유명한 곳이라지만 박물관 덕후(?) 엄마가 정말 강력 추천하고 싶은 곳이 생겼다.
바로 한탄강세계지질공원센터
영어로 Hantangang River Global Geopark Centre
아니 어느 외국인이 저 말을 이해하겠냐고..
이건 네이밍 담당자가 욕심이 너무 많았다.
세계적인 것도 알리고 싶고, 공원도 있고, 연구도 하니깐 센터라고도 말하고 싶고..
아무튼 정신없는 이름이다.
애들이 모두 자서 우리는 센터에서 운영하는 듯한 허브카페에서 30분 정도 차를 마시며 있었다.
서비스로 허브찜팩을 어른들 어깨에 올려주었다. 잠깐의 티타임을 가진 후 아이들을 깨워 입장권을 끊었다.
그런데 아뿔싸..
입장료는 카페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쿠폰으로 돌려줬다. 카페 음료도 너무 비쌌는데..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꼭 체험관을 먼저 들러 입장권을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한탄강 (큰 한漢. 여울 탄灘, 큰 여울이 있는 강) 역사에 대해 간략히 말하자면, 수십만 년 전부터 흐르고 있는 하천이다. 북한과 맞닿은 곳에서 수차례 화산 폭발이 있었다.
그때 분출된 용암이 대지를 만들어 한탄강을 채웠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용암 + 하천이 만들어낸 자연의 합작품!
들어가자마자 아이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화산 폭발 시뮬레이션이었다. 버튼을 마구마구 순서대로 누르면 열과 압력으로 쭉쭉 용암이 올라가서 한 번에 분출되는 모습에 아이들은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본 빗살무늬 토기.
“휘야. 이거 뭔지 알지?”
“이게 뭐야?”
“엥? 이거 몰라? 빗살무늬 토기잖아. 엄마랑 같이 영종역사관에서 봤잖아.”
“몰라. 기억 안 나.”
분명 영종역사관에서도 보고 빗살무늬토기 그림도 그리고 그 앞에서 사진도 찍었던 너였다.
그런데 모르다니..
당연히 몇 번을 보고 알 줄 알았던 나의 착각이 또 이렇게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토기의 이름을 보고 ‘이건 빗살무늬 토기야’라고 말했다면,
나는 그저 '휘가 알고 있네’ 하고 멈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빗살무늬 토기로 휘가 선사시대를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역사적 사건들을 아는 것도 아닌데 나는 어느새 박물관을 다녀서 휘가 아웃풋을 내기를 마구 기대하고 있었다.
다시 집중하자.
지금은 박물관을 즐기는 타이밍이다. 눈을 틔우는 시간이다. 교육이 아니라 일상 속으로 들어온 박물관에서 습득할 것이라고 내가 내 아이의 시간을 믿어야 한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암석, 화강암(Granite)과 한탄강에 살았던 신석기인들의 흔적(Neolithic people) 고인돌 등을 외우는 시간이 아니란 말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이다.
나도 부모로서 내려놓아야 한다.
지금은 아이들이 더 쉽게 느끼고 더 좋아하는 길을 택하자.
놀이중심의 체험 공간은 아이들이 가장 오래 머문 장소였다. 첫 번째는 한탄강을 주제로 한 놀이 체험 공간이다.
공기놀이, 윷놀이, 제일 인상적이었던 한탄강 도블게임.
우리 아이는 요즘 포켓몬 도블에 한창 빠져있다. 여기에서는 한탄강에서 볼 수 있는 물고기나, 암석, 주변 경관들을 이미지화해서 도블게임으로 자체 제작했다. (꽤나 신선한 아이디어였음!)
4살도 신나게 도블놀이를 하고, 딱지도 만들어서 아빠와 게임하며 놀았다. 나이 불문 상관없이 어린아이들도 가족들과 실컷 놀 수 있었다.
두 번째 추천 장소는 야외에 있는 화산 놀이터.
넓은 대지에 제대로 놀이터가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은 오르락 내리락을 한 협곡집라인은 보통 놀이터에는 많이 없는 것이라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찾아보니 2023년에 완공한 것으로 보아 역시 세련된 어린이 정원이었다.
남편은 말했다.
“여기가 지난번 갔던 국립중앙박물관보다 훨씬 좋네. 역시 놀게 하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지.”
“오, 당신이 좋아하는 곳이 생겨서 나도 좋네.”
애들 잔다는 핑계로 여기도 안 오려고 했던 남편을 억지로 끌고 왔는데 이런 긍정적인 감상을 하다니!
나로서는 너무나 뿌듯한 성과였다. 역시 비교 관점이 생기려면 일단 많이 돌아다녀봐야 한다.
내가 뭔가를 알아서 가르쳐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나는 그저 넓은 판과 느낌, 내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자.
아이에게 지식을 주입하려 하지 말자.
함께 경험하며 즐기는 것, 그게 진짜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