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준 너의 기준이 다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어린이체험관 방문기

by 박물관가는엄마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말했다.

In all affairs, it's a healthy thing now and then to hang a question mark on the things you have long taken for granted.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던 것들에도 때때로 의문을 붙여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주말에 뭘 할지 고민을 깊게 하지 않는다. 키즈카페에 돈 쓸 생각에 마음이 무겁지도 않다. 나에게는 박물관이라는 좋은 찬스가 있으니깐.


“자 얘들아, 우리 내일 주말인데 어디 가볼까?

영종역사관 가볼까, 산아? 우리 소금빵도 먹었었잖아.”

“아니! 우리 카드 찍고 사람 만들어서 들어갔던 곳. 우주여행 했던 곳으로 가자”

“아~ 세계문자박물관? 오 산이는 그게 더 좋았어? 그래 내일 거기 또 가보자. 엄마가 예약할게”


이렇게 내가 또 아이들의 취향을 알아간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이 바로 과거의 나를 깨부수는 것이다. 줄탁동시의 완벽한 타이밍으로 깨우쳤다 해도, 매 순간의 나는 여전히 과거의 생각과 경험으로 남을 쉽게 판단하고 있다.


경험이 많은 어른이니깐 내 아이들이 나의 질문에 내 생각대로 답하겠지 라며 함부로 추측한다. 그러나 오늘도 보기 좋게 깨졌다. 소금빵과 역사관의 추억은 나만 쌓았나 보다.


주말 아침과 점심을 분주히 보내고, 2시 반 예약에 맞춰 국립세계문자박물관 도착했다. 이미 아이들이 가본 곳이라 입구에서부터 뛰어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대해 말하자면, 2023년에 개관한 아주 따끈하고 세련된 문자전문박물관이다. 문자보다도 기록이라는 것에 함의를 크게 두고 있는지라 이런 곳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매우 반갑다.


개인적으로 직지의 고장이라고 하는 충청북도 청주에서 나고 자랐다. 그리고 지금은 추억이 된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의 강연 기획을 했다. 벌써 9년 전이구나




지난번 남편과 아이들과 처음 방문했을 때 역시나 남편은 별 볼 것 없네로 시종일관이었지만, 나는 기록의 역사를 문화나 일상, 살의 맥락에서 풀어나가는 데 나는 재미를 느낀다.


어린이박물관은 문자 나라로 우주선을 타고 떠나며 세계 문자를 놀이로 체험하는 곳이다.


들어가면 ID카드를 주고 그걸 컴퓨터 화면에 찍어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든다. 보아하니 4살도 6살도 자신의 취향으로 머리모양 옷, 바지를 정할 수 있다.

그럼 우주선을 타는 곳으로 들어가 약간의 영화관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으로 1분 정도의 가상현실을 경험한다. 문이 열리면 드디어 문자나라 여행 시작이다.

우리 막내는 들어가자마자 제일 좋아하는 파트는 '춤추며 말해요’.

우리가 잘 아는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노래에 맞춰 춤을 추다가 화면에 나오는 한글을 몸으로 표현해 맞추는 것이다. 일단 엉덩이 흔드는 걸 좋아하는 훤이는 자신의 ID카드를 찍어서 나온 자기 캐릭터가 춤추는 게 재밌다고 여겼다. 사진처럼 2인도 가능


반면 우리 산이는 요즘 한글을 부쩍 알다 보니, 퀴즈를 맞히는 ‘문자나라 비밀 암호’를 좋아했다. 화면에 짧은 문장이 나오고, 빈칸에 들어갈 글자를 맞춘다. 글자의 소리를 딴 그림으로 보기가 주어지는데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조금씩 어려워진다. 확실히 퀘스트를 깨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단연코 산이의 취향이다.


아이들의 각기 다른 취향과 개성을 바라보며, 문득 요즘 읽고 있는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 우리는 개개인성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인위적 기준에 순응할 필요 없이 자신의 고유한 본성에 따라 자기 방식대로 배우고 발전하고 기회를 추구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창의력있는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한다.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무언가를 더해주기보다 덜어내는 육아를 지향하는 나로서는, 아이의 개개인성을 이해해주고 싶은 것이 첫 번째가 되었다.


“달라도 괜찮아. 꼭 같이 안 해도 괜찮아. 해도 괜찮아. 그렇게 해도 괜찮아. 그렇게 안 해도 괜찮아.”

“네가 좋다면 좋은 거지.”


이미 평균을 기준으로 살아온 부모가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나와 다른 취향과 생각을 가진 아이의 개성을 활용해 줄 수 있는 것까지는 아직 어려우나 이해는 할 수 있다.


그걸 극대화시켜주는 부모는 분명 많은 시간에 걸쳐 아이를 탐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처럼..


아직 아이들의 서로 다른 취향과 개성을 충분히 활용하고 존중하는 법을 깨우치진 못했지만, 앞으로는 오늘처럼 박물관에서의 작은 경험들을 소중히 기억하며 천천히 아이들을 탐구해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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