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음미하듯 감상하는 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세계 박물관 순위 6위.
굿즈 매출만 해도 213억 원에 이르는 이곳은, 어느새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의 상징이 되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박물관 직원이 출연했다. 내 귀를 사로잡은 인터뷰의 대목은 여기에 있었다.
다음은 유재석과 국중박 직원의 대화다.
“얼마 전에 <런닝맨> 경주 촬영을 갔었어요. 근데 경주하면 수학여행을 많이 갔는데 학창 시절에 갔던 박물관, 불국사, 석굴암 별로…”
“안 좋아하죠.”
“왜 그랬을까. 지금 가면 석굴암, 불국사, 첨성대도 재밌게 볼 텐데...”
“요즘은 자녀분들과 함께 박물관을 찾는 부모님이 많아요.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어서 유물 공부를 시키려는 경우도 있죠. 그러면 아이들은 별로 안 좋아해요.”
“맞아요. 저도 우리 애가 뭔가 얻어갔으면, 뭘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니까요.”
“박물관은 보물 창고이자, 콘텐츠 창고입니다. 영감도 가득하죠. 그러니 꼭 ‘공부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가셨으면 해요.”
방구석에서 이 대화를 듣고 뜨끔한 엄마, 여기 있다.
나는 이 직원이 말한 ‘영감’이라는 단어에서 창의력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아이가 편안한 마음으로 유물과 보물들을 감상하게 하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은, 부모인 나부터 천천히 뜯어보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물며, 보물을 위에서 아래에서 찬찬히 바라본다.
아이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조용히 지켜보고, 관심을 보이면 질문을 가볍게 건넨다.
답을 요구하지 않고, 감탄만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식이다.
예전 나는 모든 시간을 ‘무엇을 하는 것’으로 채워야만 생산적이라 믿었다.
치열했던 20대를 후회하진 않지만, 30대가 되어 ‘가만히 생각하는 시간’이 낯설고 어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나는 느낀다.
창의력은 어떤 대단한 결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정리된 사고를 갖기 위한 도구라는 것을.
그리고 그 창의력은 뭔가를 ‘하면서’ 떠오르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 둘째는 잠자기 전, 매일 밤하늘에서 달을 찾는다.
고층 아파트에서 운 좋으면 아파트 사이로 보이기도 하고 시야에 가려져서 지나치기 일쑤다.
“엄마, 저기 봐. 오늘은 둥근달이 떴어.”
나는 무심히 “응, 그러네” 하고 넘기기보다,
“우와! 진짜 계란 노른자처럼 둥글다. 오늘도 멋진 달을 발견했네.”
하고 그의 관심과 발견을 기뻐해주려 한다.
창의력은 그렇게 주의 깊은 발견과 관심에서 시작되는 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