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아이를 키우는 낭만에 대하여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이라는 책을 읽고

by 박물관가는엄마
가끔 티 없이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고 그것에 참여하는 순간 삶에 큰 환희를 느끼게 된다.


방학이다.

엄마에게 방학이란…

이미 점점점에서 많은 생각이 교차되는 것을 느끼는 엄마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방학이니깐 박물관을 줄기차게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둘째의 방학 주간은 운이 없었다.


너무 덥고, 대중교통으로 2시간씩 다닌다는 게 무리가 있었다. 남편이 휴가 전에 열일을 하는 바람에 차를 쓸 수도 없었다.


반면, 이번 주가 방학인 첫째.

주말부터 미노(미디어 노예)를 만들고 있는 나를 보며,

뭐라도 시켜야겠다 싶어서

수학 문제집, 한글 문제집을 1장씩 풀면

좋아하는 또봇, 카봇을 보여주기로 했다.


월요일 저녁 휘가 재미없어하는 게 눈에 보였다.

손가락으로 수 세는 것을 이젠 귀찮아하고,

머릿속으로 하려고 애를 쓴다.

손가락이 재미있지 않나 보다.


“휘야, 요즘 수학 재미없어?”

“응. 지루해.”

“이제 덧셈 나와서 쉽다고 그랬잖아.”


마침 유튜브에서 지나가는 쇼츠로 본

정승제 수학 교사의 말이 떠올랐다.


“요즘 어머니들이 자꾸 물어봐요. 선생님. 사고력 수학은 몇 살 때부터 시작하면 되나요?

아니. 어머님들. 수학 자체가 사고력을 필요로 합니다. 사고력 수학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수학을 공부하면 사고력이 올라가는 거예요.”


마침 휘의 수학 문제집에 버젓이 대문짝만하게 쓰여있는 ‘사고력 수학’이라는 문제집 때문에 이 말에 움찔했다.


오래전 읽었던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이라는 책에서 이런 대목이 있었다.


“우리가 수를 센다는 것은 당연한 인지 작용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알고 보면 수를 센다는 것은 고도의 추상성이 내포되어 있는 인지 작용이다.”


원래부터 인간이 숫.자.로 수를 셀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수많은 양 떼 목장을 운영하는 목자는 한 마리 양을 잃어버린 것을 알 수는 있었다고 한다.


고대 항아리 유물에는 작은 자갈들이 담겨 있었다. 양이 초원으로 나갈 때마다 자갈 하나씩 항아리에 넣은 것이다. 그렇게 수를 세었다. 가히 귀여운 고대 사람들이다.


수를 센다는 것은 유한한 인간이 무한을 꿈꾸는 활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 수학이 이토록 낭만적이었던가..


아이에게 어느새 이런 말을 내뱉고 있었다.

“빨리 할 수 있잖아.”

“어서 해봐!”

“왜 이렇게 느려.”


티 없이 아름다운 우리 휘.

아이에게 수학에 대한 낭만을 말하는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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