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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oo Jul 28. 2017

[군함도] 액션키드가 맡기에는 다소 버거웠던...

스포있는 개인평입니다.

류승완.

늘 유쾌하고 통쾌한, 그렇게 깊이 있지 않되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를 만들어 왔던 그는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라 불릴 정도로 약간은 컬트적인 액션영화를 지속적으로 연출해  조금 어리던 시절 한국의 ‘액션키드’ 라 불리웠다.   

 

차근차근, 그러나 확실한 장르영화라는 자신의 길을 개척해오던 감독은 이미 국내 몇 안 되는 천만감독으로 성장하며, 내놓는 작품마다 관객의 기대를 갖게 만드는 영화계의 거물이 되었다.    


감독이라면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매 작품마다 발전 없는 자기복제를 일삼게 되는 일이 허다한 데 비해, 류승완은 늘 자신만의 스타일은 유지하되 계속 성장해 가는 감독으로 특이점을 보여 왔다.      

대책 없지만 넘치는 에너지를 관객에게 전달했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 대작전, 짝패, 다찌마와리 등의 시기를 거쳐 

주먹이 운다, 부당거래 같은 인간심리의 묘한 지점을 건드리는 시나리오에서의 성장, 

베를린, 베테랑 등에서는 그 심리와 액션의 접점에 사회비판이라는 개념까지 끼얹어 대중들이 보고 싶어 하는 점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가는 듯 했고,


그 것은 점점 늘어가 기어이 천만을 넘기는 관객 스코어로서 증명해왔다.   

  

그런 감독의 새로운 역사물로서의 도전. 일단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최고의 명성을 지닌 감독이기에 국내 최정상급 배우들이 앞을 다투어 출연을 희망하는 위치. 관객의 인지도와 인기, 배우와 투자자들의 신뢰. 그렇다면 모든 선택은 감독의 몫이었다.   

  

현장에서 감독의 권력이 누구보다도 센 상황, 그렇다면 자칫 독재자처럼 감독이 원하는 방향대로만 향해 빈축을 사는 경우도 여러 번 볼 수 있었지만,     

관객이 [류승완] 이라는 감독에게 갖는 기대란, 늘 관객이 원하는 ‘유쾌한’ 이야기를 풀어갔던

‘관객 친화적’ 인 이야기를 만드는 스타일이라는 점이었다.  

      

그런 감독의 역사물로서의 첫 도전.

역시나 연기력과 인지도가 입증된 어마어마한 캐스팅, 제작발표가 있던 순간부터 관심은 대단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나가사키 근처의, 일본 미쓰비시 그룹이 석탄채굴을 위해 탄광사업을 실시했던 하시마(端島) 섬에 강제 징용 당했던 조선인들의 탈출 스토리.

경성 호텔 악단장 강옥과 그의 딸 소희, 종로 깡패 칠성과 패거리들, 일본 위안부 말년, 광복군 소속요원으로 역할 수행을 위해 잠입해 들어온 무영 등, 극 중에는 허구로 설정된 다양한 사연을 가진 각각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 캐릭터들의 비참한 섬 생활의 모습과 함께, 우여곡절 갖가지 사연을 겪으며 탈출을 시도한다.            




현재도 지옥섬이라 불리웠던 이 섬을 유네스코 유산으로까지 등재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일본.


그 실재하는 ‘군함도’에서 벌어졌던, 일제 치하 시절 조선인이 강제 징용되었다는 역사적 사실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하되 허구로 축조된 인물들의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는 이 영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액션키드’로 명성을 만들어 온 감독 [류승완]이 소화하기에는 조금 버거운 느낌이 아니었다 싶다.    

 

당연스럽게 전장에서의  탈출, 귀환을 소재로 한, 현재 같이 상영 중인 ‘덩케르크’와 비교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덩케르크는 전쟁 중 상황에 포커스를 맞추어 다른 것을 다 빼내어 오히려 너무 담백함 때문에 적응이 어려웠다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그저 배경이 전시 상황일 뿐, 캐릭터들의 이야기에만 너무 포커싱을 맞추어 진행된 탓에 가볍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쟁실화 같이 무수한 사상자와 뼈 져린 아픔이 서려있는 소재를 다루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더군다나 덩케르크는 결국엔 연합군의 승리로 끝이 났던 2차 세계대전의 기이한 전설이라고까지 칭해졌던 한 단편을 [연합군]의 입장에서 다루었지만,


일제통치 하에서 살았던 우리의 과거는 오로지 아픔 뿐, 우리 스스로가 승리로 이끌었던 역사가 아니었기에 결코 밝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 왜 [류승완]이 맡기엔 버겁다고 느껴졌는지.


실화 배경, 특히 무수한 사상자를 내었던 역사 속의 전쟁을 소재로 했다면 일단 국민 모두가 지니고 있을 그 ‘역사적 무게’를 짊어지고 그 위에 창작이 이루어져야 한다 생각한다.     


한국 영화 제작 초기부터 일제치하가 배경인 영화는 무수하게 만들어져 왔었지만, ‘군함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처음이었다.

제작비 스케일이며, 결코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정권의 분위기, 더불어 이제까지 고증에 어려움을 겪었던 여러 배경이 원인이기도 하겠으나, 처음 다루게 되는 배경이라고 해서 일제 치하의 분위기가 크게 다를 리는 없어 보인다.

   

팟캐스트나 방송 등에서 이미 어느 정도 본인의 정치색을 밝혀온 바 있던 류승완 감독은 현재 영화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지하고 ‘누군가가 꼭 해야만 한다면, 이 위치에 있는 내가 해보겠다!’ 라고 하는 혁명가의 마인드를 가졌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글 초입에 밝혔듯, 발전을 해오기는 했지만, 류승완은 애초부터 그렇게 무거운 소재를 무겁게, 깊이 있는 고찰이 필요한 영화를 만들던 감독이 아니었다.    


이미 그에게는 영화라고 하는 장르 자체가 관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가치는 ‘재미’,‘오락’,‘즐거움’, ‘쾌감’ 등 얼핏 약간은 가볍게 느껴지는 감정이라고 단언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다른 소재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한 들, 작가의 본성은 결국 같은 맥락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니,


뼈아픈 식민지의 역사를 다루어도, 은연중에 자신의 기본적인 영화가 갖는 가치로 회귀해 버린 것은 아닐지.  

  

필자가 느끼는 또 한 가지의 패착은 ‘덩케르크’와는 반대 지점으로, 너무 많은 이야기, 너무 많은 캐릭터들을 모두 집어넣으려 했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누군지 잘 알려지지도 않은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 그저 전시 상황의 ‘절망의 체험’만을 스크린에 담았던 덩케르크에 비해,


국내 톱 배우들을 몽땅 출연시키듯 해 ‘몸값’하는 그 배우들 각각의 연기와 사연을 보여 주고 팠던 감독의 욕심.


문제는 그 배경이 극히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할 일제통치 시절이었다는 것이다.     


기회주의자이지만 딸 바보 악단장(황정민), 다분히 김두한을 연상케 하는 종로 오야붕 최칠성(소지섭), 갖은 고초를 겪다가 이곳에 끌려오기까지 했다는 위안부 말년(이정현), 그 와중에 미션 수행하러 잠입해 들어온 요원 박무성(송중기).     

조선인 내의 앞잡이, 정말 더 악랄할 수 없게 묘사한 절대 악의 일본. 거기에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작은 사건들. 어쩌면 일제치하의 식민 통치하에 일차적으로 떠오르던 모든 요소들을 다 담을 생각이었는지...    


주 조연, 악역 할 것 없이 각자 한 파트씩 담당해 너무도 많은 사연들이 포진되어 있기에 일제치하의 강제 징용 된 절망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보단,


굳이 군함도 섬 안이 아닌 어디라도 상관없는 감옥 안에서 억울하게 감금당해 원래대로 돌아가야만 하는 프리즌 브레이크가 되어버린다.      


    

분명 감독은 이 네임밸류 있는 배우들의 기용함으로 관객들이 바라는 바는 해당 역할을 맛깔나게 연기해 나가는 것만으로 여겼는 지 모른다.


덩케르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관객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면, [류승완]은 관객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다른 영화 개인평에서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시피 배우의 연기는 모든 것을 갖추고 난 뒤에 전달되는 포장과도 같다. 이 영화 역시 연기‘만’ 보자면 별로 나무랄 데는 없다.    


그렇지만 번잡한 사건들 속, 가볍게 읊어지는 대사,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장난처럼 이어지는 깨알 개그 같은, 어울리지 않는 진지함등 결정권자가 정해준 설정들은 연기자들의 좋은 연기를 깎아내린다.   

 

연기라면 누구도 빠지지 않는 베테랑 연기자들.


그들 중 특히 [김수안]이라는 아역의 연기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물론 나이에 맞지 않게 어마어마한 공력의 연기를 보여준 덕도 있지만, 아직까지 주변 상황을 잘 모르는 철부지 어린아이 이기에, 치는 대사나 행동 등, 배경과 나이에 맞는 딱 맞는 대사와 톤이 주어진 덕이 크다고 본다.


유일하게 맞는 연기를 적합하게 끼워 넣어 주었기에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몇 분이 3D로 촬영된, 몇 분이 아이맥스로 촬영된, 4D로 봐야 영화의 질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 고들 많이 홍보하는 요즘 영화들.    


이 영화의 홍보 포인트 역시 외적인 부분이 주요했다.


강원도 춘천에 6만 6천제곱미터 규모로 실제크기의 3분의 2크기, 40여억원이 들여 실제모양을 토대로 제작되었다는 세트장. 어마어마한 엑스트라 배우들 동원 등...    

‘트랜스포머’감독이 욕을 먹는 이유처럼, 영화의 본질은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를 통한 감동을 받았을 때에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거늘,


이렇게 외형적인 것 잔뜩 홍보해 놓고 전체 이야기의 만듦새가 좋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히어로물과 신파에 감동코드까지 억지로 끼워 넣는다.    


( 공동체 의식이 싹틔워갈 때쯤 실내에서 이루어진 지도자가 ‘바뀌는’ 촛불집회는 최악. 너무 의도한 바가 보였다. )     


같은 민족을 괴롭히던 깡패 최칠성과 패거리들은 모두를 뒤에서 지켜주는 마블영화 속 방위업체 [쉴드]로, 요원으로 잠입해 목적만 달성하려던 박무성은 [캡틴코리아]로, 그들이 주축이 되어 각성하기 시작한 코리언들은 이내 [공동체 의식]에 버프가 걸려 초인적인 힘들 발휘한

[X맨]들이 된다.    

최대 빌런 일본의 수장을 해치우고선 갑작스레 “대장을 죽었으니 너네는 패배했다!”는 전통적인 부족 전쟁 승부법을 내세우며 치열한 전투를 끝내버린 우리의 캡틴 코리아.


때마침 저 너머 일본 땅에 터져주는 원폭... 그리고 희생, 사명감, 슬픔...    


설정도, 연기도, 주제도, 감정도, 그러다보니 그 노력해서 만들었다던 세트까지도 과잉이 되어버린다.     


이 영화는 현재 개봉 첫 주 150만을 넘겼다고 많이 홍보중인 모양이다.


당연하다. 3000여개나 될까 말까하는 한국 전체 스크린 중에 2000개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는데...     


스크린 독과점. 이 문제는 한국의 대기업 프랜 차이즈 영화산업의 문제와도 뗄 수 없는 문제이기에 복잡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부분이기는 하다.     


특히나 영화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수요는 넘쳐나는데, 정말 보고 싶어 찾는 관객, 볼 거 없어서 보는 관객, 선택권이 없어 억지로 선택하게 되는 관객까지 다 잡으려 하는 심산이니, 오히려 그만큼 안 나오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

뒤에서 서포트를 그렇게 쳐주는 데도 안 되면 이상한 거지.  

   

때때로 역사를 다룬 이른 바 ‘대작’ 영화는 이상한 포지션을 지니기도 한다.


‘명량’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어떻게 이 영화를 안볼 수가 있느냐’는 국뽕 얘기가 안 나올라야 안 나올 수가 없다.     


어디 국가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한 계몽영화를 만들어도 저런 소리는 나올 수 없을 것을, 쓸데없는 군중심리로 관객을 강요하는 무리들은 알바인가... 그거야 보는 사람 마음이지...!!     


명량 때도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심각했었고, 그 결과 최고 기록 1700만 관객이라는 초유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던가.     


[역시 한국인들의 애국심은 대단해...] 라고 하기엔, 그 영화 대박으로 결국 돈방석에 앉아 웃고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를 떠올려 보자.     

애국심으로 포장하기엔 영화는 엄연히 ‘산업’으로 봐야 한다. 돈을 쓰는 관객에게 좋은 컨텐츠를 내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 창작자의 자세이고,


보다 공정하게 그 룰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관리부의 역할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생각한 것을 끝까지 밀고 가는 [류승완] 감독의 뚝심과 노력은 여전한 듯하니, 앞으로 진행할 차기작의 기대는 끊이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러면 안 되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떠오르는 영화가 너무 생각나 이미지 한 장 첨부하며 감상을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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