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too Sep 15. 2017

우연히, 그곳에서...<53화>

[ 제53화 _ 나랑... 같이 해!!! ]


"무슨 일로 사람 오라 가라 하는 거야? 네놈은 아주 지각이 습관이야 습관...! 또 저번처럼 생일이네 어쩌네 하면서 수작 부리기만 해...!"

갑작스럽게 약속을 잡아 신주쿠역 내의 카페에서 만남을 가진 아영과 야마다.

"헥, 헥... 미...미안..."

야마다는 급하게 온 듯, 심하게 헐떡이며 아영이 앉은 테이블 맞은 편에 앉았다. 

"그래, 얼른 본론부터 말해. 기억력 좋다고 떵떵거리는 건 네 자유인데, 왜 남의 인생 목표까지 그렇게 기억하고 있어? 또 무슨 꿍꿍이야?"

아영은 날카로운 어투로 겨우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야마다를 쏘아붙였다.

"그...그건... "

늘 뭔가 어수룩하니, 대화도 느릿느릿하던 야마다.
이번엔 웬일인지 뭔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아영에게 말했다.

"이상한 거 아니야!! 뭔가... 생각할 수록 아영씨랑 나는 비슷한 처지인 것 같아서... 사업 때문에 열심히 살고 있는 상황까지 같은 거 잖아...!"

"야! 쓸 데 없는 데에서 동질감 느끼지 마! 비슷한 처지인들, 왜 쓸데없이 의미를 두고 난리야! 이러고 사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야?“

돌직구로 시작한 두 사람의 대화는 거침없는 속도로 진행되어갔다. 

서로에 대해 알만큼 알게 된 사이.
이제는 이런 식의 대화, 전혀 이상하지도, 낯설지도 않았다.

"그게 아니라... 뭔가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 까 하는 거지... 여긴 일본이고, 나는 일본인 이니까..."

진지하게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문득 가만히 되돌이켜 본 '야마다'라고 하는 이 녀석.

성품이 나쁘지는 않은 녀석이다. 
엄밀히 옛 남자친구인 크리스와는 정반대라 여겨질 만한 말투와 자신감 없는 행동들. 

그런데, 허약하다 못해 쓰러질 듯 휘청대며 말조차도 버벅이던 이 녀석이 늘 강한모습이고 싶었던 자신을 안쓰러워 해 동정이라도 베풀고 싶다는 건지...

아영은 크리스에게 당했던 사실들까지도 함께 떠올라 순간 열이 확 올라왔다.

"내가 지금... 어떤 기분으로 크리스를 쫓고 있다고 생각하냐? 떼인 돈이 아까워서? 죽으라고 개고생해서 그 돈은 다시 벌어놨어. 근데 왜냐고? 확인하고 싶어서야! 결국 처음부터 목적이 그거였던 건지... 분하고 억울해서,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한 때는 그래도..."

눈앞의 야마다에게 이렇게까지 호소해 본 적이 없던 아영. 자신조차 이야기 중에 감정이 복 받쳐 오른 건지 살짝 숨을 차 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어떤 절실함을 가지기라도 한듯 야마다도 지지않았다.

"이제 수백번도 넘게 말했지만 나도... 믿었던 친구한테 배신 당한 상처가 커... 그런데, 일본이라는 나라가 싫어질 정도로 상처를 입었는데 아영씨는 그래도 일본에 있고 싶은 거잖아?"


가끔은 정리 오타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냉철한 분석력을 보이는 야마다. 

아영은 계속해서 야마다의 말을 들어보았다.

"내가... 안톤을 도와주려 했을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어. 난 원래 사람한테 마음을 잘 못 여는 타입인데, 간만에 만난 감정이 통한 친구라고 여겼으니까 도와주고 싶은 마음... 결국 배신을 당한 셈이지만..."

아영은 눈앞에 커피를 마시고는 일부러 야마다의 시선을 회피하며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피차 과거 얘긴 그만하자... 안 좋은 생각만 더 나네... 그래서! 뭘 어떻게 돕겠다는 건데?"

"아영씨... 여기서 한다는 사업이 어떤 거야? 
이자카야...라고 들었는데 혹시 달라진 거 있어?"

“참 나... 그런 거 까지 너한테 얘기한 적이 있단 말야? 나도 참... 주책이다, 주책이야...!!”

야마다는 다시금 단호한 굳은 얼굴을 하고는 아영을 바라보았다.

“나도... 안톤한테 빌려줬던 돈, 거의 다시 벌어놓은 상태이고... 말했다시피 회사이건 어디건 단체 생활이 별로 맞지 않아 오래 전부터 사업을 준비해 왔었어... 아직 업종은 정하지 않긴 했지만...”

“잠깐, 사업 얘기를 자꾸 꺼내는 거 보니, 혹시 나랑 뭐 동업이라도 하자거나 그런... 거냐?"

잠시 동안 흐른 침묵의 시간. 이내 야마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야! 내가 분명히 조금 전에 말했을 텐데? 
일본 사람하곤 다시는 안엮이겠다고!! 너하고 그렇게 감정적으로 얽혀있는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난 이제 일본 사람 안 믿어!!”

야마다는 예상이라도 한 듯 의외로 침착하게 말했다.

“아영씨 그런 심정일 거 나도 알아... 그래도 지금까지 같이 사람 찾는다고 우리 둘이 좋든 싫든 같이 해왔잖아? 그래서 지금 프랑스에 있다는 것도 같이 알아냈고...! 

다른 마음 가지려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적으로 아영씨랑 뭔가 잘 맞을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래...!! 
나한테 없는 중요한 부분을 아영씨가 가지고 있기도 하고...!!”

크리스 찾는 일에 동참하면서부터 이제까지의 진행과정을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는 아영. 

이제까지 눈앞의 이 녀석을 늘 부려먹기만 하긴  했지만 정보 면에서 확실히 쓸모는 있는 녀석이었다. 

아영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야마다에게 물었다.

“네가 안가지고 있는 부분...? 그게 뭔데...?”

“결단력... 추진력...! 살면서 일본여자들보다 한국여자들이 좀 세다고는 생각했었는데, 아영씨처럼 그렇게 확신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은 본적이 없어...!!”

한국여자가 세 보인다고... 
아영은 크리스와 연애 시작 전 자신의 이미지를 물었을 때도 같은 반응이었던 것이 생각났다.

“난 이래저래 준비는 잘하는 편이지만, 결정적으로 결단을 내리는 게 불안해서 주춤거리는 게 너무 많아... 근데 아영씨는 척척 진행하고 강단 있는 모습이 참 믿음이 간단 말야...!”

확실히 한국여자 중에서도 무척이나 센 편에 속하는 아영. 눈치없는 야마다의 눈에도 
그 넘치는 생기는 알아챌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동업이라니...
수 개월간 지켜봐온 바, 눈 앞 야마다의 성실성 하나는 검증이 되는 듯 했고, 일본 현지인의 도움을 받으면 보다 절차가 간소화되어 빠르게 꿈에 근접해갈 수 있는 상황이라지만 문제는 여전히 '불신'이었다. 

“그리고... 아영씨나 나나 찾는 사람이 있고, 언제 어떻게 찾을 수 있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잖아? 그렇지만 찾는 걸 멈출 생각은 당연히 없겠고... 그러니까 계속 동조수사 해가면서 사업진행까지 같이 하게 되면, 속도도 맞추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사업 시작되면 정신 없어서 혼자 어디 사람 찾아다닐 시간이나 있겠어? 그쪽으로도 아영씨랑 난 같은 목적을 가졌으니 열정도 비슷한데...!"


어쩌면 가장 중요한 항목...
아영은 야마다의 이 마지막 말에 흔들렸다.
크리스를 찾기 위해 혼자 고군분투했을 때와 비교할 때, 야마다가 같이 투입되고 나서부터는 확실하게 진행되는 속도부터가 달라지긴 했었다. 

그렇다면 사업에 관한 부분도 혹시...

급격하게 관심이 쏠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것이 많던 아영은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만약 같이 하게 된다면 계약서라던가, 내 신상정보 같은 거 빈틈없이 준비해 둘게, 긍정적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개인 사업을 하고 싶다더니, 너도 뭐 하고 싶은 게 따로 있었을 거 아냐? 무작정 들이 민 건 아닐 테고...네 성격에 고객들 상대하는 이자카야는 아닌 것 같은데...”

아영은 야마다에게 세세하게 캐물었다. 

부려먹기 딱 좋은 스타일이긴 하지만 여전히 자신에게 모든 걸 맞추어 주려하는 맥락 없는 호의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난 딱히... 뭐 하고 싶은 건 없었어. 그냥 언젠가 내 사업체를 가지고 싶다고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아영씨 일 진행해 나가는 거 보니까 뭐든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 
내가 이래 뵈도 알바인생 10년에 못하는 요리가 없는 능력자라고...!”

여전히 의심 투성이인 눈앞의 야마다. 

“음... 좀 생각할 시간을 줘...!!”

중요한 순간에 선택을 내리려는 아영에게 과거의 상처가 발목을 잡고 있는 지 여전히 아영은 야마다가 못미더웠다.





***




“여보세요? 소현이니? 오래간 만이다... 잘 지내니...?”

“앗, 기태 선배님. 안녕하셨어요?”

5개월여 만. 
기태는 뒤늦게 알고 지내게 된 학교 후배이자, 출판사 정보통, 소현에게 연락했다.

“바쁠 텐데 미안...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러는 데 혹시 잠깐 통화 괜찮니?”

“아,예...! 잠시만요...”

전화 너머로 무언가 급하게 서류를 넘기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소음들까지 들려왔다. 

그대로 한 2, 3분 정도가 지났을까.

“앗, 선배님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요즘 한창 공모전 발표가 임박해서 출판사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여전히 ‘그들만의 세상’의 출판사에서 일하는 소현. 

기태가 잠시나마 헛된 희망을 가졌던 대상이기도 했지만, 지금의 연락은 그 미련이 이유는 아니었다.
 
“아, 바쁘구나... 다름이 아니라 나도 그거...관련해서 질문하려던 거였는데...”

“아, 소설 공모전이요? 어떤...?”

소현은 누가 들을 새랴 슬쩍 주변 눈치를 보고는 통화를 이어갔다.

“공모전... 발표도 그렇고... 이 달 말 예정이라 적혀있긴 한데... 워낙에 시간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 딱 확정해서 얘기할 수가 없는 모양이지?”

"예, 뭐 그거 관련해서 요새 정신이 없어요... 
매일 야근에... 응모자 만도 어마어마하거든요...
확실히 [그들만의 세상] 영향인지 한국 응모자들이 특히 많아요.”

기태는 조심스럽게 소현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발표일은 아직 출판사에서도 잘 모르겠네... 그럼...이건 좀 염치없는 부탁이긴 한데...”

“네? 어떤 건가요...?”

“이 공모전... 한국인 응모자 같은 경우에 어디 다른 나라 심사위원들한테 심사를 받게 되는 거지?”

“그렇죠. 랜덤으로 정해지죠. 그 보내진 나라에서 랜덤으로 정해진 번역가에게 번역이 되고요.
그게 이번 공모전의 묘미였으니까...!”

"응, 그래...알다시피... 나도 응모했었잖아...! 
근데 발표 전에는...내 소설이 어느 나라로 가서 심사받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는 거니?”

출판사 공모전의 정보. 
뒤늦게, 소현 쪽에서 먼저 아는 척을 해주어 겨우 재회한 학교 선후배 지간이었지만, 

기태는 출판사에 근무하는 소현에게 미리 정보를 빼낼 목적이었다.

“결과는... 아직 언제 발표하게 될지 저희도 모르고요... 아마 다음 주말 경이 되지 않을 까 싶어요. 원래 원칙은 발표 일에 자기 작품이 어느 나라 누구한테 심사를 받게 되었는지 같이 발표되는 시스템이긴 한데요...”

소현은 잠시 머뭇거리며 곤란한 내색을 했다.

“뭐, 안다고 이제 와서 달라질 거야 없겠지만... 
혹시나 하고, 미리 알아보고 싶어서...”

다소 뻔뻔한 기태의 부탁. 

망상으로 잠시 다른 마음을 품었던 상대이었지만, 고스란히 실망으로 돌아섰었던 만큼, 이제 와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따위 추호도 없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저 출판사 직원을 지인으로 둔 덕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소현은 앉은 자신의 자리에서 몸을 더 수그려 자신의 컴퓨터 앞쪽으로 숨으며 작게 속삭였다.

“선배님...! 원래는 큰일 나는 건데... 결과도 아니고... 그냥 정보 정도니까... 심사 국가정도는 알려드릴게요... 선배님 접수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아, 그래? 고...고마워!! 내 접수번호는 10573!!”

“10573이요... 잠시만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타자소리. 
기태는 귀를 쫑긋 세워 전화기에 가져다 댔다.

다시 몇 분여의 시간이 흐른 뒤, 소현은 기태에게 더 작게 속삭이듯 이야기 했다.

“예, 찾아봤는데요, 선배님 소설은... 
프랑스로 넘어갔네요. 프랑스 소설가... 까뫼라는 사람한테 심사 받은 걸로 되어 있어요.”

“프랑스? 까뫼?”

이제 와 안다고 달라질 것도 없거늘, 새롭게 알게 된 정보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기태. 

“와... 멀리도 갔다...정말 월드와이드 공모전이라는 게 실감이 가네...! 고마워, 소현아...!! 

“알려드릴 수 있으면 더 알려드리면 좋은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딱 이 정도까지네요... 
죄송해요 선배님...”

“아니야!! 아무나 알 수 있는 정보 아닌데, 
이것만으로도 내가 엄청 덕 본거지 뭐!!!”

“발표...이제 다음 주 정도면 나니까...좋은 소식 있기를 바라고 있을 게요. 그럼 발표 뒤에 한번 연락드릴게요.”

“응...고맙다...! 소현아...!!”

그나저나...프랑스의 소설가...까뫼라... 꽤나 책을 많이 읽는 기태였건만 ‘까뫼’라는 이름의 프랑스 작가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가인 듯.

기태는 이곳저곳 검색을 해대며 해당 작가의 자취를 찾아 헤맸다.


"응??!!"









http://m.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628943&page=1#volume1


http://m.me.co.kr/?mode=cdetail&itemNo=206


매거진의 이전글 우연히, 그곳에서...<52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