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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oo Oct 06. 2017

우연히, 그곳에서...<59화>

[ 제59화 _ 센스없는 이 커플이 사는 동네에...? ]


“그러니까, 지금 프랑스에서 거주하는 한국인이... ‘한국인’으로서 응모를 했다는 거지?”


“예, 국적도 한국인이었던 거 같아요. 물론 작품도 한글이 메인이었던 것 같고... 뭐 좀 헷갈리긴 해도, 워낙에 프랑스 쪽이랑은 저희 출판사랑 긴밀한 관련도 있고 하니까 그냥 그쪽에서 처리해주기로 했죠.”


“프랑스랑...? 아...[그들만의 세상]이 프랑스가 배경이었지... 임형우 작가가 집필도 그쪽에서 했었었고.”


기태는 은연중에 한국인 당선자들의 목록에서 본, 보면서도 갸우뚱했던 필명이 떠올라 혼자 웅얼거렸다.


“음... 혹시... [ 해세 ]...?”


순간, 뜨끔한 소현.

정보를 알아보려고 수상작의 필명까지 외우고 다닌단 말야?


기태에게 너무 깊은 부분까지 말려들었음을 인식해서일까.


작품과 필명을 모두 알고 있는 소현으로서는 기태에게 이 이상 정보를 노출하면 안 되리라는 것을 짐작, 나름 입단속을 시작했다.


“흠, 흠...뭐 아무튼 그렇게 됐네요... 본의 아니게 너무 많은 걸 알려드렸네요, 이제 그 얘기는...”


“아, 그...그래... 염치없이 너무 많이 물어봤네... 너 곤란해지게... 걱정해주러 전화해 준 것만도 고마운데... 결과는 뭐 좋지 않았지만... 이것저것 도움 많이 받았는데, 다음에도 밥 한번 같이 먹자.”


“예, 선배님.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번 계기로 출판사에서 이런저런 이벤트를 더 준비할 예정이니까 계속해서 도전해 주세요. 응원할께요. 그럼 몸조리 잘 하시고요.”


기태는 꽤나 길게 이어졌던 소현과의 통화에,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만식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서둘러 술집 안으로 다시 들어오니 한참 기태를 기다리던 만식은 혼자 술을 몇 잔 더 마셨는지 앉은 채로 휘청대며 주정을 시작했다.


“야! 넌, 임마, 기다리는 사람 있으면 대충 정리하고 들어올 일이지, 뭔 수다를 그렇게 떨어대고 난리야?

이 상황에서 뭐 그리 신나는 일이 있다고...!! 누구냐고!! 어떤 계집애냐고!!?


“네가 말하면 알아? 몰라도 돼! 임마, 그리고 충분히 중요한 일이었어!! 어라? 혼자 거의 한 병을 더 시켜다 먹었네?”


기태는 자신 앞에 따라져 있던 미지근해진 소주 한 잔을 입안에 한 번에 털어 넣으며 소현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수상자들 중 신인작가가 많다고? 그럴 거면 애초에  신인이랑 기성작가를 나눠서 진행할 것이지...'


“얌마, 한기태. 뭐 그리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어? 그냥 우리완 상관없는 스쳐가는 이벤트다 생각해 임마! 그냥 마셔, 마셔!!”


말없이 만식이 따라주는 술을 받는 기태.


싱숭생숭해진 기분이었지만 일부러 눈앞의, 이 별 생각 없이 해롱대고 있는 녀석을 보며 이 이벤트 자체를 빨리 잊는 편이 낫다며 자기 최면을 걸었다.


‘하긴, 수상자가 프랑스에서 응모를 하건 어디서 하건 무슨 상관이냐... 대기 번수가 있어 내가 대신 상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 해세 ]가 뭐냐? [ 해세 ]가... 넌 가만 보면 좀 글쟁이 자격이 없는 것 같아...”


“아니, 뭐 그런 걸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냥... 직관적으로다가...”


“현재 너의 최측근이신 이해인씨는 이 대담한 네이밍 센스에 대해 뭐라 그러시던가요?”


“...촌스럽다고...”


“그 봐! 아티스트가 봐도 촌스럽고, 월급 받고 사는 알바생이 봐도 촌스럽고... '해인'하고 '세현'하고 같이 냈다고 [해세]는 너무 일차원 적인 발상 아니냐? 차라리 떨어졌으면 모르는데 붙어버렸으니 어떻게 할 거야? 앞으로도 계속 써야 할 거 아냐? 그렇게 알려 질 텐데..."


“아? 그러고 보니... 그것도, 그러네...”


일본 내에서도 꽤나 시끄러웠던 [그들만의 세상] 출판사 공모전 발표 소식에 먼저 알아보고 세현에게 전화를 건 아영.


“암튼 축하한다. 임세현이!! 잘 될 줄이야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소식 듣게 될 줄은 몰랐네...!! 그 나라가 기운이 너하고 잘 맞나보다...!”


“잘되긴 뭐... 가작이래, 가작... 뭐 겨우 겨우 그냥 걸친 거지 뭐... 그것도 그림이 먼저 눈에 확 들어오니까 뽑힌 걸 거야...”


“훗, 아름답다, 아름다워... 연인이 서로에게 공덕을 돌리는 이... 뭐랄까, 바람직한 연인의 모습...? 길게길게 좀 이어졌으면 하네...! 옆에 해인이 바꿔봐 봐! 여자들끼리 좀 수다 좀 떨어야겠어.”


“억, 같이 있는 거 어떻게 알았지...”


“이것들아, 옆에 없으면 죽고 못 사는 때, 누군 안 겪어 봤는 줄 아냐? 얼른 바꾸기나 해!”


여전히 거친 대화로 세현에게 축하 메세지를 전달하던 아영.


금새 막내 동생을 다루는 큰 언니의 톤으로 바꾸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오...! 어리바리!! 세현이랑 둘이 사고 쳤다면서...? 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승리의 메시지야?”


“승리...? 아, 아영아, 그런 거 아냐... 아직 아무것도 한 거 없는걸 뭐...”


“이것아, 지금 일본에서도 얼마나 시끌벅적 한 줄 아니? 너도 그렇게나 동경했다던 무려 [ 그들만의 세상 ] 출판사의 공모전이야, 그것도 전 세계에서 단 120명인데...!!”


“아, 뭐 임씨 글이 좋아서 뽑힌 거지 뭘...”


“어머...! 너네 벌써부터 말 맞춰놓은 거 아냐?

[앞으로 이런 식으로 칭찬 많이 받을테니, 서로의 공으로 치하해 주도록 합시다] 하고... 어떻게 좀 전 남자랑 말이 이렇게 똑같지... 입은 둘이 있을 때나 맞추고...


외부에는 좀 떵떵거려도 돼! 이게 어디 보통 일이니!? 나중에 알려지고 나면 얼마나 더 커질까?

임형우씨의 아들이 세계 공모전에서 수상했습니다! 부전자전...! 이러면서...!!"


“마...맞추긴 뭘...!! 너...넌 요새 좀 어때? 계속 일하는 거야?”


엄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화제를 돌려버린 해인.

아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해인에게 설명하다가, 이내 심각해져 평소 아영답지 않은 투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야마다와 이야기 했었던 [프랑스에 사는 친구들] 두 명과 지금 동시에 연락을 하고 있건만,


야마다가 평소에도 그렇게 닦달해대던 내용을 입에 담아야 할지...


“음... 해인아, 그건 그렇고, 이건 말야...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아도 되는 말 인데...”


“어? 뭔데?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왠지 더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음...그게 그러니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건데, 내 일본 친구가 지금 프랑스에 있는데... 연락이 두절됐어. 그래서...”


“응.”


“혹시...만날 수 있으면...에잇, 아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프랑스가 무슨 작은 뒷동네도 아니고... 아냐! 그냥 잊어버려!!”


“연락 두절된 일본 친구? 요즘 같은 세상에 연락이 딱 두절될 수도 있나... 뭐 죄 짓고 도망간 건 아니고? 그 사람 이름이 뭔데?”


“음... 크리스...라고...”


“크리스? 저 번에 얘기하던, 계속 찾고 있다던 네 전 남자친구 이름 아니야? 그 사람이 지금 프랑스에 있데??!”


“아, 한참 전에 잠깐 얘기...한 번 했었구나... 넌 기억력도 좋다, 아주...”


자존심을 지키고 싶고, 약한 모습보이고 싶지 않아 항상 숨기려 했건만, 답답한 마음에 푸념 조로 언젠가 입 밖에 내어버렸던 과거 남자친구의 이야기.


아영은 자신이 이야기를 했었는지 조차도 헷갈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확실히 전달은 해두고자, 계속해서 말했다.


“그래... 왜 계속 같이 찾고 있다던 야마다란 놈하고 아직 수사 중인데, 지금 프랑스... 어딘가에 가 있는 것까지 알아냈어.


프랑스에 가 있는 너네들 얘기 가끔 나올 때마다 야마다가 한번 말이나 해보라고 난리를 치더라고... 난 부담될까봐 일부러 말 안하려고 했었는데...”


해인은 간만에 진지하게 자기 얘기를 하는 아영의 목소리에 더 집중해서 표정까지 심각해지며 경청해 주었다.


옆자리의 세현도 뭔가 처음과 달라진 해인의 표정에 의아해하며 슬쩍 옆으로 귀를 가져다 대어 통화내용을 엿들으려 했다.


해인은 바로 전화를 낚아채어 세현과 거리를 두었다.


“응, 아영아, 계속 얘기해.”


“...음 사실은 야마다라는 놈하고 같이 사업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거든.


아무래도 사업 시작하면 더 바빠질 테니 신경을 많이 못 쓰게 되겠고... 급해질 것 같으니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다가... 그냥...얘기 해 본거야...아까 말했지만, 신경 쓰지 마, 그냥...”


“그... 야마다란 사람도 누구 찾는다고 하지 않았어? 그 사람도 같이 프랑스에 있다는 거야?”


“뭐... 말하자면 통해서 알게 됐다는 같은 사람 찾는 셈인데... 둘이서 지금 한통속일 가능성이 커. 같이 있을 가능성도 그렇고... 지금까지 알아낸 바로는...”


“한통속이라... 그럼 그 사람도 일본 사람?”


“아니, 그 사람은 스웨덴인지, 어디 유럽 사람으로 알고 있어. 이름은 에릭슨이라고 해.”


그렇게 혼자 끙끙 앓다가 정작 이야기를 하고나니 후련한 아영.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의 두 사람에게 언젠가 말을 한다고 생각했었다면 공모전 발표 이후로 뭔가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시기라 부담이 덜 느껴지리라 여겨졌다.


“크리스라는 일본인과 에릭슨이라는 서양인... 풀 네임은 둘 다 모른다는 거지? 뭐 다른 정보 같은 건 없어?”


의외로 꼼꼼히 받아 적으며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자세를 취하는 해인. 세현도 옆에서 해인이 쓰는 메모를 몰래 훔쳐보았다.


“프랑스 지리도 잘 모르지만, 아마도 큰 도시 쪽은 아닐 확률이 크데... 그...에릭슨이라는 사람이 예술 쪽에 관심이 많아서 아마도 예술 관련 어떤 쪽으로 일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하고...”


“아, 그래? 워낙에 예술하려고 프랑스 오는 사람이 많으니...


그림 쪽이라면 우리 지금 있는 쪽일 수도 있겠다. 여기도 유명한 화가의 본거지 같은 곳이라 나름 알려진 지역이거든, 규모는 작지만...”


“아, 화가...!!”


적극적인 해인의 태도에 아영은 이제까지 자신이 모아두고 정리해 둔 자료들을 총동원해 해인에게 정보를 주어보려 했다.


그러던 중 ‘화가’라는 이야기를 듣자 아영은 이 전에 야마다가 위킹 홀리데이에서 만났던 에릭슨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 떠올랐다.


미술관이며 전시회를 많이 찾아다니며  화가 ‘고흐’를 좋아했었다던...


“그래 화가!! 그 에릭슨이란 놈은 [고흐]를 특히 좋아했다고 했었어...!”


“고흐?! 고흐면...!! 나 지금 있는 데...일 수도 있는데!!! 이쪽이 고흐랑 관련이 깊거든...!!!”


왜 진작부터 연락을 해보지 않았을까... 차츰차츰 좁혀오던 수사망에서 갑자기 덜컥 진행되는 듯한 진전 상황에 아영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해인이... 너 지금 있는 데가... 프랑스 어디라 그랬지?”


“남프랑스 아를이라는 동네야...! 고흐가 무수하게 작품도 남긴 곳이고, 여기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했고... 나야 [그들만의 세상]의 배경이었어서 선택한 거지만...”


몇 년 간을 쫓아 온 사람을 이제 잡을 수 있는 위치에 다다른 듯한 느낌에, 아영은 조금씩 소름이 돋았다.


“여긴 정말 작은 동네라 정말로 네가 찾는 사람 여기 있다면 벌써 몇 번 스치고 지나갔을 수도 있겠다...!!”


“...!!”


아영은 흥분을 가라앉히며,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인상착의며 다른 부수적인 정보를 전달해 주었다.


정말로 만날 수 있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분노, 울분 등이 섞인 감정은 아영의 목소리를 미세하게 떨리게 만들었다.


“이거야...원...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되어 정신을 못 차리겠다... 해인아, 그럼 부탁을 좀 해도 될까? 무리하게는 말고 너 시간 되는 한도 내에서 알아봐 줄래?”


“그래...! 뭐 너한텐 맨날 받기만 했는데 이정도 못해주겠니? 걱정 마! 내가 꼭 알아볼께!!”


전화를 끊는 순간에도 떨리는 아영의 손.


갑작스럽게 그동안 이 자식을 찾아 헤매던 고생스런 순간들과 크리스와의 기억 등이 순식간에 겹쳐져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멍하니 초점 잃은 눈동자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던 아영.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야마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지금 좀 만나야 겠다. 당장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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